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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턴(워싱턴 DC AAAS)

아산서원 워싱턴 인턴십 한 달 째를 맞이하여(1)

 우리가 1월 14일 수요일에 워싱턴 DC에 도착했으니 이제 만 29일째다. 

사실 이건 인문교육기간에도 느꼈던 거지만, 아니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 때 그 때 느끼는 바로는 시간이 참 느린 것 같으면서도,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산서원 입학이 엊그제 같다거나 하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테다.


 한 달 동안 참 별 일 없었다.

 뮌헨에서 느꼈던 것과 달리, 아니 뮌헨에서 먼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른 해외 생활을 해보고 나서인지, 워싱턴 DC는 서울과 나름 비슷한 구석이 많은 곳이었다. 또 서원에 있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게 27명이 같은 공간에서 살다보니 딱히 외국이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굳이 다른 점을 꼽으라면 당연하게도 인턴십일거다.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휴학을 해보았고, 처음으로 인턴십을 하게 되어서 남모를 걱정과 우려가 많았던 나였지만, 미리 걱정을 많이 해놓아서 그런지 큰 문제 없이, 또 별로 힘들지 않은 인턴십 생활을 하고 있다. 우려했던 부분은 우려한 만큼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학교 영어강의 때도, 뮌헨에서도, 서원 영어 수업 때도 항상 느꼈던 내 영어 회화 능력 부족은 역시나 걸림돌이 되었다. 대충 무슨 말하는지 알아듣겠다가도, 애초에 자신이 없다보니 내가 알아들은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내가 말을 할 때는 더 답답한게, 내가 말을 하면서도 동시에 듣고 있는 내가 말도 안되는 말들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다보니 원래 많지도 않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주춤거리기 일쑤다. 천천히 내 말을 다 들어주는 수퍼바이저가 고마울 뿐이다.(수퍼바이저를 볼 일이 많지도 않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우선 워싱턴 DC라는 도시에 대한 내 전반적인 느낌은, 

위에서 말했듯이 밖에서 보이는 면들은 정말 서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비싸서 이용하지는 않지만)은 늦게까지 운행하고,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소도 많다. 건물들도 서울만큼은 높지 않지만 크고 웅장하다. 도로가 넓고 차가 많이 다닌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 심심치 않게 공원을 자주 발견하고 도심 가운데 "square"라고 부르는 공터가 많다. 또 동상 같은 것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은 뮌헨과 비슷하다.


 서울과 다른 점은 조깅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점과 백인과 흑인 구분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굳이 하나를 더하자면 확실히 계획 도시라는 점이 느껴진다는 정도? 앞의 두 특징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내 딴에는..?)


 우선 인문교육과정 중에도 크리스나 로버트, 서원 선배들로부터 미국 음식이 어떤 지 잘 들었기 때문에(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 없다고...) 걱정이 많았는데, 그 말은 사실이 맞는 것 같다.(매우 달거나 매우 짜거나...그래도 맛은 있지....ㅋㅋ)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조깅을 한다는 사실을 붙이면 미국 사람들이 먹을 거를 절대 포기 못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나 싶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다르게 보건, 건강, 의료 관련 정책, 펀딩 등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확실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 있었을 때도 들은 말이었지만, 여기와서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건강 관련한 부분은 조금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흑인과 백인 구역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는 점은 놀라우면서도 안타깝고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1955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이 일어난 지 겨우 60년 밖에 안 되었으니 아직 그 잔재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마치 우리나라에도 아직 일제시대나 한국전쟁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처럼)하면서도, 너무나도 확연히 보이는 문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버스에 전용 칸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흑인들이 많은 지역이 따로 있고(주로 우범지대라고 부른다) 단순 노동자(청소부, 가게 캐셔 등)나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은 주로 흑인이다. 뿐만 아니라 흑인들의 옷차림이나 말투, 생활방식이 백인들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반면 의회의 committee hearing이나 각종 씽크탱크에서 주최하는 행사, 컨퍼런스 등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주로 백인이다. 더해봤자 아시안, 히스패닉 등이지 흑인들은 거의 없다. 심지어 최근에 봤던 한 기사의 제목이 "Black students at Top Colleges: Exceptions, Not the Rule"이었다.(네이버 블로그는 레퍼런스 어떻게 달지..?? http://www.brookings.edu/blogs/social-mobility-memos/posts/2015/02/03-black-students-top-colleges-rothwell#.VNPWu8jxYQI.facebook)


흠....글이 길어지니 다음 주제부터 다음 글로 넘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