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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학원생(과학기술정책대학원)

과학뒤켠 정책 섹션 소개글(과학뒤켠 1호, 2016.9)

워싱턴 DC에서 싱크탱크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한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DC의 싱크탱크 생태계다. 비슷한 표현을 내 자기소개서나 대학원 sop 등 여러 군데에서 써먹기도 했는데, 적어도 수십개의 싱크탱크가 정책연구보고서를 내놓고 토론회를 열고 로비 활동을 하면서 일종의 정책 시장을 형성하는 모습을 나는 굉장히 부러워했다. 민간 싱크탱크가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정부 부처나 출연연이 직접 혹은 용역을 통해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에 비하면 미국에는 말그대로 선진형 정책연구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DC에서 내가 본 것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항상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때마침 대학원 내에서 <과학뒤켠>이라는 학생잡지 발간 모임이 구성되어 작게나마 이를 통해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계획은 이랬다. <과학뒤켠(Behind Sciences)>이라는 학생잡지에 'Policy Section(정책섹션)'을 고정 섹션으로 두고 거기에 Short Policy Review라는 항목을 만들어 매 회 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같은 출연연이나 정부 부처 산하기관에서 발간하는 과학기술정책 연구보고서를 리뷰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학뒤켠 정책 섹션장을 맡게 되었고, 2호까지 발간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래 내가 작성했던 섹션 소개글을 옮겨놓는다. 

"과학기술은 일부의 것만이 아니다. 

[정책] 섹션에서는 흔하고도 뻔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 게 연관되어 있다’는 명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자 한다. 바로 ‘과학기술의 공공성’이다. 과학기술이 정책의 목적이 되기도 하고, 동시 에 정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과학기술의 공공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중요하게 논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과학기술 분야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가 곧 관료나 정치인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자나 다른 정책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까? 모두가 불만족스러워하는 과학기술정책,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며칠 사이에도 수많이 열리는 정책토론회, 쏟아져나오는 정책 보고서 및 연구결과… 결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나 필요한 ‘자료’가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그 자리들과 자료들이 충분히 피드백을 받아 선순환적 정책 발전 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깊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뒤켠으로 사라져버리거나, 주목을 받았지만 특정한 관점에서만 논의된 여러 과학기술정책담론들을 조명하는 것, 과학뒤켠의 정책 섹션이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