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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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11월 뉴스타파 보도의 '다단계 학회사업' 장본인인 김태훈은 언론사 아카데믹타임즈를 중심으로 C-Index, S-Index, R-Index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음
  • 이러한 Index들을 통해 국내 학회와 학술대회, 학술지를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 평가 사업에 눈독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학회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음
  • 대학랭킹과 각종 인용색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계는 자기규율체계의 핵심인 평가제도를 계속해서 아웃소싱해왔고, 그로 인해 생긴 구멍을 이용해 온 연구자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아카데믹타임즈의 사업이 부실학술활동의 정당화 도구로 쓰인다면 앞으로 학계는 더 썩을 수 밖에 없음

지난 2018년 여름 뉴스타파가 <'가짜 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가짜학회' 이슈를 처음 공론화한 이후 한동안 학계 안팎으로 부실학술활동이 화제에 올랐다. 약 1년 동안 공식적인 용어조차 없었던 현상에 '부실학술활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젔고, 뉴스타파 기사에서 언급된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를 중심으로 해당 학회에 참가한 연구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가 진행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을 중심으로 예방 가이드라인과 부실학회/학술지 검색 시스템 등이 갖춰졌다.

당시 한 대학원생은 한 교수를 중심으로 꾸려진 다단계 학회사업을 발견하여 며칠동안 조사하여 뉴스타파에 제보를 했고, 해당 내용이 보도되며 역시 학계 안팎으로 작지 않은 충격을 불러온 바 있다. (참고: '아는 사람 이야기': 뉴스타파 보도 <현직 교수, 페이퍼컴퍼니 끼고 '다단계 학회사업'> 제보) 이후 기사에서 언급된 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HSST)의 등재지 <예술인문사회 융합 멀티미디어 논문지(AJMAHS)>와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SERSC)의 등재지 <보안공학연구논문지(JSE)>는 등재탈락을 면치 못했고, 두 학회들(지만 주식회사였던 곳)은 사실상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대충 마무리 된 것 아니냐고 물을 사람들도 있을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문제시 된 와셋과 오믹스, HSST와 SERSC만 주목을 받고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수많은 부실학회 및 학술지, 혹은 부실의심학술활동(questionable research practices)은 거의 공론화되지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 이전에도 지적했듯 특정 학회나 학술지를 '가짜' 혹은 '부실'이라고 규정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Beall's List나 Cabells' Predatory Reports와 같은 블랙리스트를 쓰거나 Web of Science나 Scopus와 같은 저명한 학술인용색인을 화이트리스트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평가제도를 포함한 학계의 자기규율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이상 더 교묘해질 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랜만에 부실학술활동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건 SNS를 통해 한 선생님께서 다단계 마케팅을 차용한 학술대회 학술위원 초청 이메일을 제보해주셔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다 발견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일단 해당 이메일은 부실학회가 전형적으로 보이는 패턴에 따라 학술대회를 운영할 학술위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학술위원에게 마감일 연장혜택과 함께 논문 투고를 조건으로 내걸고, 가입비를 내고 이사회원이 되면 자신만의 세션을 구성해서 해당 세션 논문들에 등재지 게재 기회를 준다고 한다. 2편 이상 투고 시 영문논문에 한해 편당 등록비 10%를 할인해준다는 혜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많이 본 수법인 것에 더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1) 이메일 제목에 언급된 '2021년 6월 3차': 상반기인데 이미 3차까지 학술대회를 한다는 건 1년에 6회를 한다는 뜻으로, 꽤나 큰 학회조차 계절별 학술대회를 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흥미로운 숫자였다. 2) 학회 이름이 '미래융합기술연구학회(FuCoS)':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예감이 든다. (...)

학회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간단하게 조사를 해보니 '다단계 학회사업'의 장본인 김태훈 교수가 대표이사로 있던 아태인문사회융합기술교류학회(SoCoRI)가 이름을 바꾼 것이었다. 2018년 뉴스타파 보도 당시엔 HSST와 SERSC가 등재지인 AJMAHS와 JSE를 활용하여 성행했다면, 둘 모두 등재탈락한 후에 SoCoRI가 2019년 산하학술지인 <아시아태평양융합연구교류논문지(APJCRI)>를 KCI에 새로 등재시키는데 성공하고 FuCoS로 이름을 바꿔 운영중이었던 것이다. HSST와 SERSC와 마찬가지로 학회장과 학술지 에디터는 모두 해외 학자라고 써져있지만, KCI에는 다른 국내 교수가 학회장으로 등록되어 있고, 등기사항으로도 역시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이었다. 김태훈 교수는 2018년 11월 뉴스타파 보도 직후 사임했다고 나온다.

아, 말이 나왔으니 첨언하자면 김태훈(2018년 뉴스타파 보도 당시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은 더이상 교수가 아니다. 해임당했는지 자진 사임했는지 공식적인 자료는 찾기 어려웠지만, 일단 성신여대 홈페이지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었고, 가명을 썼지만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대충 다 알 수 있는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김태훈에 대한 후속 취재로 억울한 사정이 밝혀졌다고 하지만 나는 접한 바 없고, 김태훈과 HSST 회장 김행곤 대구가톨릭대 교수간의 사이가 틀어진 건 분명해보인다. 기사는 신청만 하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한국공보뉴스'에서만 찾을 수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기사가 작성된 성북본부의 장이 김태훈이다. 동명이인일까? 아니라는 증거를 후술하도록 하겠다.

한편, FuCoS의 학술대회 웹사이트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우리 학회는 부실 학술대회 예방을 위해, C-Index 평가기준(http://www.actimesnews.info/)을 준수합니다.

우리 학회는 발표 장면을 녹화하여 DMI 등록(http://www.digitalmediaid.org/)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회는 부실 학회 예방을 위해, S-Index 평가기준(
http://www.actimesnews.co.kr/)을 준수합니다.

우리 학회는 부실 학술지 예방을 위해, R-Index 평가기준(http://www.actimesnews.kr/) 및 Trace of Reveiw 평가기준(http://actimesnews.net/)을 준수합니다."

처음 듣는 "index"들의 향연에 잠시 어지러워 숨을 골라야 했다. 각 사이트에 들어가 내용을 확인하고 난 후 김태훈의 후속사업이 어디로 향해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Web of Science나 Scopus가 임팩트 팩터 등 인용지표로 학술지를 줄세우고 각종 기관이 대학랭킹을 만들어 대학에 순위 내지는 등급을 매기듯이 한국연구재단이 시행중인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 등재 제도에서 더 나아가 국내 학회와 학술대회, 학술지에 점수 및 등급을 매기는 평가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각 사이트에 적힌 index들의 설명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다단계 학회사업의 장본인의 구상이라는 이유로 이 index들이 모두 '가짜'라거나 속임수라고 주장할 생각도 없다. 오히려 내가 이전에 '해킹'이라는 단어를 썼듯 김태훈이라는 시스템 해커는 부실학술활동을 둘러싼 학계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이를 정당하든 아니든 자신이 고안한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화를 꾀하고 있다는 게 내 해석이다. 이런 활동에 얼마나 학계를 위한 진정성이 있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각 사이트를 살펴본 후 '이런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구나'하며 김태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 index들이 모두 김태훈의 작품임은 각 사이트에서 언급하고 있는 상위기관인 '아카데믹타임즈'를 통해 알 수 있다. 실제로 모두 actimesnews를 도메인 주소 제목으로 삼고 있고, 이들을 백링크하고 있는 아카데믹타임즈라는 곳은 다름 아닌 언론사다. 홈페이지에서 명시하고 있진 않지만 김태훈이 대표로 있다. 사무실 역시 김태훈이 일하던 성신여대 근처이기도 하다. 동명이인일 확률도 있지 않을까 싶어 각 기사 작성자 이메일을 확인했다. 대부분 taihoonn@empas.com으로 되어있다. 그가 논문을 정말 많이 쓴 생산적인 연구자였던만큼 구글링을 통해 김태훈의 이메일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카데믹타임즈의 기사들은 대부분 보도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쓴 형태인데, 반대로 다른 언론사에 기사를 작성해서 보낸 사례도 있다. 바로 C-index를 비롯한 아카데믹타임즈의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보도자료로,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한국공보뉴스에 실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에는 이영경 기자를 통해 주기적으로 간접광고(PPL)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운 기사를 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 보겸이 사용하는 '보이루'라는 인사말을 여성혐오로 해석한 윤지선 교수의 <철학연구> 논문이 이슈화가 되자 은근슬쩍 R-Index에 따르면 <철학연구>의 평가점수가 높지 않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올린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영경 기자의 이름 역시 익숙해서 다시 찾아보니 법인등기 상으로 FuCoS의 대표이사와 같았다. 동명이인인지 확인은 하지 못했다.

아카데믹타임즈의 Index 사업들은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만큼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쪽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이번에 처음 들었을 정도라면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대학랭킹과 마찬가지로 각 학회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단 순위나 등급을 매기기 시작하고 나중에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하면 평가기관의 공신력이나 방법론의 엄밀성과 무관하게 모두가 신경쓰는 Index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아카데믹타임즈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일단 등급을 다 매겨놓았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깨알같이 FuCoS(이름 변경 전 SoCoRI)와 산하 학술지는 모두 가장 높은 S 혹은 A 등급이 매겨져있는 것도 흥미롭다.

다시 말하지만 아카데믹타임즈의 이러한 Index 사업들이 어떻게 학회/학술대회/학술지를 평가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글에서 Index마다 나름 자세히 써져있는 설명을 하나하나 읽고 분석하지 않은 이유다. QS나 THE, 중앙일보 등의 대학랭킹도, Web of Science나 Scopus와 같은 학술인용색인도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신경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한 자가 벌여놓은 판에 하나둘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어느새 모두가 참여자가 되어 높은 순위나 등급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게임이 된다.

처음으로 돌아와서 FuCoS가 개최하는 학술대회(고맙게도 아카데믹타임즈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학술 발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증거"를 관리해주는 DMI라는 서비스 덕분에 FuCoS 학술대회의 모든 발표를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와 발행하는 학술지를 살펴보자. '융합', '학제간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말 융합 내지는 학제간연구를 시도한 연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분야 연구들이 모인 메가컨퍼런스 및 메가저널(megajournal)이다. 때문에 더더욱 학술대회나 학술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참여자 간의 학술적 교류가 제대로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뉴스타파가 WASET에서 했던 것처럼 아예 가짜 논문을 제출하고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FuCoS를 비롯한 다른 여러 학회들을 가짜학회 혹은 부실학회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낌상 혹은 정황상 그런 쪽에 가까워보인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 김태훈이 2018년까지 운영했던 (혹은 지금도 운영중인) 다단계 학회사업 역시 이런 배경 위에서 가능했다.

김태훈이 새롭게 벌이고 있는 사업은 이러한 부실 및 부실의심 학술활동의 정당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각종 Index 상으로 보았을 때 형식적으로 괜찮다는 곳을 학술활동의 내용을 토대로 문제삼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귀신같이 이런 구멍을 잘 찾아내어 활용할 수 있다. HSST의 등재지 AJMAHS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년에 무려 1000편이 넘는 논문을 실었다. 우리나라에서 게재한 논문 중 6% 이상이 부실학술지임에도 불구하고 Scopus에 등재된 324개의 학술지에 실렸고, 이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구) 김태훈은 보다 큰 뜻이 있어 제 발로 교수직을 던지고 대학을 나온 듯 하지만 (돈이 되는 사업이 눈에 보이고 교수직이 방해만 된다면 왜 그러지 않겠는가?), HSST 회장 김행곤 교수는 작년 대구가톨릭대에서 30년 근속상을 받을 정도로 별 문제없이 학계에 머물고 있다. 부실학술활동을 통해 교수에 임용되고 승진하고 자리를 유지한 사람들은 있지만 밝혀진 후에도 처벌받은 사람들은 별로 없다. 시스템 해커들과 그들이 뚫은 백도어를 부단히 활용한 연구자들로 인해 학계는 병들어가고 있지만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보이니 아무도 소리높여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퇴근 후나 주말 밖에 시간을 못 내고 이런 곳에 돈 쓰기 쉽지 않은 사회초년생이다보니 스모킹건을 확보하기 어려워 아쉬울 뿐이다. 이쯤되면 내가 왜 요지경 학계에 애정을 갖고 연구자가 되고 싶어하는지도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라고 한 대학원생이 글을 써서 보내왔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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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라 어떤 카테고리에 둬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내 지금의 연구질문들을 떠올리게 만든 경험들이니 연구자 탭에 배치했다. 첫번째 글에 1학년 때 경험 - 주로 실망 - 을, 두번째 글에 2학년 때 경험 - 그래도 희망 - 을 쓴다.

학과의 지원 덕에 석사 2년동안 여러 학회를 다니며 연구를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1학년 때 국제학회 1번, 국내학회 1번을 다녀왔고, 2학년 때는 국제학회에 2번, 국내학회에 1번 참석했다.

학과에서 여비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해당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두 연구 발표를 해야했다. 원래 해외학회는 1년에 1번까지 갈 수 있었는데, 2학년 때 Atlanta Conference는 학과 차원에서 조지아텍 공공정책대학과 합동세미나를 개최하는 겸해서 갔기 때문에 따로 발표하지 않고 참석만 했다. 

우선 내가 일찍이 학회 발표에 집착하다시피 한 이유가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실적 압박이었다. 학회 발표 자체가 실적이 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 내 연구분야는 CS를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처럼 학회에서 발표했다는 것만으로 실적이 되는 분야가 아니었고, 그런 학회도 따로 없었다. 또 대부분 학회에 제출한 초록이나 소논문, 혹은 논문 전문을 미리 받긴 했지만 피어리뷰를 해주거나 그 결과를 토대로 참석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학회에 참석했다고 누가 인정해주고 그럴 일은 없었다. 다만 학회에서 발표를 잘하면 출판 기회로 이어지기도 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스케줄 관리를 하기가 좋았다. 남들 앞에서, 그것도 다른 학자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하니 그 때까지 뭐라도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정신차리고 진도를 뺄 수 있었다. 그래야 뭐라도 결과를 내서 나중에 출판을 할테니깐.

두번째는 슬프게도 어떻게든 동료평가를 제대로 받고 싶어서였다. 연구분야와 주제를 정하고 나서 나는 지금 다니는 대학원에서 내 연구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기대고 있는 이론이나 선행 문헌을 내가 잘못 이해하거나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데이터를 잘못 분석하지는 않았는지 등. 물론 지금와서 보면 중요한 지적 - 주로 논리적 비약이나 근거 부족,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이나 다른 이론과의 연결 등 - 은 사실 정말 딱 나와 연구분야가 겹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런 불안감에 휩싸여서 내 연구를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한테서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우리 학과에는 없으니 다른 곳에서 찾아야했고, 가장 좋은 건 내가 인용하는 논문을 쓴 학자들이 오는 학회에서 그 학자들로부터 받는 거였다. 

그렇게 1학년 때 처음 갔던 학회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Triple Helix Conference라는 학회였다. 사실 Triple Helix 개념도 학회도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긴 하다. 하지만 그 때야 그런 걸 알턱이 없었고 수업 때 관련 논문을 몇 개 읽은데다가 무엇보다 개념을 주창한 Henry Etzkowitz와 Loet Leydesdorff가 인용을 쓸어담다시피 했기 때문에 저기가 내가 붙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가있는 내내 독한 감기에 걸려서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로 다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했던 학회였다. Triple Helix라는 이론 내지는 개념이 사실상 무한정으로 확대가능하고 4차산업혁명처럼 정책관련자들한테도 fancy하게 먹히는 단어이다보니 연구자들 외로도 공무원 등도 많이들 와서 발표했다. 물론 다 사실상 홍보에 가까워서 흥미로운 점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재밌는 연구발표가 있었고 그들과 논의를 한다는 것에 감격스럽긴 했다. 처음으로 연구자 대 연구자로 명함도 주고 받고 말이다.

공통 세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션이 그랬지만 내 세션 역시 매우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15명이 안되는 사람들이 같은 방에서 발표를 했는데, 15명 중 10명이 좌장 및 발표자, 그리고 그 발표자와 같이 다니는 사람들(예를 들어 내 교수님, 같이 학회 간 형, 그리고 그 학회에 온 유일한 다른 한국인 분들 2명. 다른 발표자한테도 그런 동료들.)이었으니 사실상 굳이 학회에서 만나야 했나 싶기도. 또한 세션도 기존에 모집한 세션들 중 충분한 초록이 없어 합쳐진 세션이었기 때문에 발표 내용도 일관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Triple Helix 개념을 정립해서 학회장으로 계속 활동해온 Henry Etzkowitz가 (다른 발표의 공저자였기 때문에 들어온 듯) 나름 의미있는 코멘트를 해주긴 했으나, 내가 바랐던 제대로 된 평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제학회 별 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허무해했던 것 같다. 때문에 다른 학회도 이런 걸까, 내가 애초에 학회를 잘못 선택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Triple Helix 개념이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의문이 학회에서 느낀 실망감과 함께 '아 여긴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귀결된 것 같기도 하다.

이 학회에서 우리나라에 몇 없는 나름 triple helix 개념으로 논문을 꾸준히 써온 교수님을 한 분 만났다. 사실 한국 사례로 (사실상 해외 학회 발표나 학술지 게재를 목표로 하는) 영어 논문을 쓸 때 가장 필요한 자료 종류 중 하나가 같은 분야 내에서 한국 사례로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다. 생각보다 정말 몇 없다. 내 경우 손에 꼽았는데 그 중 한 분을 하이델베르크에서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감사하게도 교수님이 학회장으로 있는 국내 학회에서도 발표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해주셨고, 해외였다면 힘들었겠지만 아니었기 때문에 why not?이라는 생각에 국내 학회에서도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참석하게 된 학회가 DISC다. 정확히 말하면 학술대회 이름이 DISC였고, 학술단체로서 학회 이름은 WATEF였다. 여러모로 학회장을 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개인 역량이 만들어낸 학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DISC의 D가 대구에서 따온만큼 (지금은 Data로 바뀐 듯 하지만) 지역 학회였지만 학회 자체도 국제 학회를 표방했고 그만큼 해외 학자들도 많이 왔다. 나름 WATEF 이름에 Triple Helix가 있어서 하이델베르크와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학회에 참석하고 나서야 엄청나게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무슨 주제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고등학생 R&E로 수행한 과제 결과를 한 교수가 학생들이 찍은 발표영상을 틀어놓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다시금 학술대회 자체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두 학회를 모두 참석하고보니 일전에 워싱턴에서 인턴십할 때 참석했던 학생학회 생각이 떠올랐다. ST Global이라는 미 동부 STS학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여는 학회다. 그 때는 다른 의미에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무식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째 학생들 수준이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거다. 발표 내용이나 질의응답에 다들 열심히 참여해서 뭔가 학회다웠지만, 뭔가 아마추어 느낌이 났었다. 물론 내가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도 그랬지만.

진짜는 허상이었다. 내가 바랐던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학회. 각자하는 연구가 서로 크게 연관되어 있어 조그만 것부터 주제 선정과 같이 큰 질문까지 치열하게 토론하는 그런 장은 있을 수 없는 거였다. 다들 자기 발표하기 바쁘고 남이 하는 발표는 대충 기웃거리다가 아주 가끔 운좋게 관련성이 큰 연구나 연구자를 만나면 질문 한두개 정도 하고. 그런 실망감이 컸다. 

일찍이 원래 학회란 그런 곳이구나라고 깨닫고 인정하고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했는데 되려 나는 내가 제대로 된 학회, 그러니까 주류/메이저 학회를 가지 않아서 그런 거구나 싶어서 주류 학회를 찾아 헤멨다. DRUID와 같은 학회는 참석하기도 어려운데 (full paper 제출 + peer review로 참석자 수 제한하고 걸러냄), full paper를 쓸 자신은 없으니 적당히 어려우면서 정말 나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학회를 찾아 나섰다. 

  

 

어째 블로그에 글을 직접 쓰기보다 여기저기 써놓은 글을 옮겨다놓는 아카이브로만 활용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지만... 


이번에도 한겨레 기사에 짧게 코멘트가 실려 기사를 공유한다. 

기사 원문은 여기로.


저번과 마찬가지로 짧은 코멘트 뒤에는 짧지만은 않은 이메일 답신이 있었다. 또한 역시 predatory journal & conference에 대한 내 생각을 담고 있기에 아래 기자님께 드린 이메일 답신을 가져온다. 따로 허락 받은 건 아닌데, 뭐... 내가 쓴 거니깐...ㅋㅋㅋ

기사를 쓰신 오철우 기자님과는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 받았다.

3년반 정도 전에는 내가 워싱턴dc에서 참석한 포럼 후기를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기고하려고 다소 뜬금없이 연락을 드렸었다. 이제 사이언스온은 미래&과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있고, 오철우 기자님은 한겨레 토요판에서 기사를 쓰고 계신다. 와셋 사태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위한 연락이 왔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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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철우 기자님, 이렇게 다시 연락을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전에 미국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사이언스온에 아래 글을 기고해서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링크:  http://scienceon.hani.co.kr/275582)

벌써 3년이 넘게 흘렀네요. 그 글을 기점으로 보다 활발하게 글을 쓰게 되어 기억에 크게 남는데, 당시 오철우 기자님께서 잘 다듬어주셔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우선 과총 <과학과기술>에 기고한 글과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만을 접하셨다고 가정하고, 아래 와셋 사태와 관련하여 작성한 몇 개 글을 더 첨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부는 물어보신 질문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 제 SNS나 블로그에만 올렸던 글이기 때문에 그대로 인용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1. http://stpforerbody.tistory.com/36 (뉴스타파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시민 초청 시사회 발언문 (2018.7.23))

2. http://stpforerbody.tistory.com/40 (대학신문 기사 "이상한 학회의 한국인 학자들" 인터뷰 질의서 (2018.9.11))

3. http://stpforerbody.tistory.com/49 ('아는 사람 이야기': 뉴스타파 보도 <현직 교수, 페이퍼컴퍼니 끼고 '다단계 학회사업'> 제보)


특히 주신 2번째 질문("실제로 와셋과 같은 학회, 저널의 ‘판촉’ 메일을 받아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은 위 2번 글에서 답한 것 이상으로 드릴 말씀이 딱히 없는데요, 혹시 읽고나서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에는 2번째 질문을 제외하고 답변을 드릴텐데, 질문을 읽고 고민을 하다가 거꾸로 답변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기에도 기자님께서 읽으시기에도 편할 것 같아 그렇게 적었습니다.

 

답변드린 내용에 추가 질문이 있거나 할 경우 또 연락주십시오.

기사 나오면 공유부탁드리구요.

감사합니다!


전준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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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문 생태계와 관련한 전공분야를 연구하고 계신지요? 토론회와 기고문에서 전문적 식견을 펼치셔서, 현재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나 이전 연구의 전공경험이 궁금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있는 연구를 해오셨는지요?

 

저는 단지 두루뭉술하게 대학과 학문이라는 제도, 연구라는 행위와 연구자 집단,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정책을 연구하고자 공부하는, 연구의 전공경험(?)은 일천한 학생입니다. LINC 사업에 대한 사례연구로 석사학위논문을 썼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연구결과물로는 교육부에서 발주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 정책연구보고서가 있긴 합니다만...

 

말이 나온 김에 간단하게 제 근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현재 한 중소기업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중입니다. 다만 회사와 무관한 일로 기고하거나 행사에 참석할 때는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전문연구요원 편입 직전 휴학해서 풀타임으로 연구를 하고 있진 않고, 퇴근 후에 시간내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준입니다.  박사과정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했으니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정했을리 없고, 연구경험이 많지도 않아 앞서 언급한 것 외로는 소개할 것이 따로 없네요.

 

그래서 '전문적 식견'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고, 다만 저 자신을 같은 연구자이면서도 연구자를 연구하는 연구자라고 여기며 모두들 바쁘게 달려 각자 연구에 여념이 없을 때 천천히 걸으면서 제3자 아닌 제3자의 생각을 말과 글로 옮겼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연구자라면 누구나 잠깐 멈추어 이 경기장을 관망한다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 봅니다. 물론 관심분야가 관심분야이다보니 와셋과 같은 predatory conference나 journal, publisher 등에 대한 논문이나 에세이를 이전부터 많이 읽어왔고, 그러다보니 뉴스타파 기사 상영회 때도 그렇고 이런저런 발언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투성이인 제 진로를 묻는 질문이라 굉장히 모호한 답변이 된 점 죄송합니다.)

 

-현장연구자이자 젊은 학문세대들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을 대변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사태가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졌을 때 저는 이미 휴학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잘 대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질문에 문자 그대로 답하자면... 아니오, 못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경험한 바와 더불어 접한 일부 사례들을 통해 몇가지 추측은 해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꼭 뉴스타파를 필두로 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접하지 않았더라도 부실학실활동에 대한 초기경력연구자들이 처음 보이는 반응은 실망과 환멸일 것입니다.


자신을 연구자 혹은 '젊은 학문세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교수와 같이 연구와 학문을 업으로 삼는 삶을 상상할텐데요.

보통 그렇게 처음 학계에 발을 들일 때는 상당히 이상적인 학계 모습을 기대하게 됩니다. 일정기간 연구한 결과를 학술대회에 발표하고 같은 분야 연구자들과 함께 격의 없는 토론을 나누고, 그 결과를 다시 연구에 반영해서 학술지에 제출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 세부전공에서 대가가 되는 것을 꿈꾸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런 기대를 가진 초기경력연구자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부실학술활동*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면 일단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초기경력연구자는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존경할만한 연구자들도 부실학술활동을 보고도 묵인하거나 되려 동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자신이 있는 위치상 선택지는 회피 아니면 적응 두가지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연구재단을 필두로 '부실'이라는 수식어가 자리를 잡아가는 듯합니다. 저 역시 뉴스타파가 사용한 '가짜'나 Beall이 사용한 단어를 직역한 '약탈적' 보다 '부실'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기에 이 수식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중 회피를 선택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학계는 속된 말로 '노답'이니 (답이 없으니) 제대로 된 학술활동을 경험하기 위해 유학을 가거나 아예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을 것입니다. '제도권'을 벗어난 독립연구자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적응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부실학술활동이 만연한 것을 용인하되 신경쓰지 않고 '나는 내 할 것 하겠다'라는 태도를 가지기도 하고, 또는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부실학술활동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초기경력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실망과 환멸로 시작해서 회피와 적응으로 끝나고, 이것이 대를 이어 반복되는 현상이 제도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성인식 마냥 누구나 경험하는 과정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연구윤리, 내지는 해외에서 부르는 Good research (science) practice는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배우고 익히기보다 실제로 연구활동을 하면서 경험하고 지키게 되는 것인데 초기경력연구자가 보고 배워야 할 기성세대(?) 연구자들이 부실학술행위를 직접 하고 있거나 용인하고 있다면 그 역시 연구윤리를 매뉴얼로만 여기고 선배들이 하는 대로 하게 될 것입니다. 구구절절 길게 말씀드렸지만 결국 초기경력연구자가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단순히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에게 말로 지도하는 것이 아닌 작금의 학계에서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연구자가 되는지에 대한 넓은 범위의 교육입니다. 더 나아가 회피를 선택한 사람들은 떠나가고 적응을 선택한 사람들이 남는 우리나라 학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매우 부정적인 상상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기고한 글을 보면, 학빙여이건 학겸여이건 이런 사태가 누구의 책임이기 이전에 연구자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지적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 주장을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이건 어느 직업군에서나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만 (특히 전문직에서), 특정 직업군에 만연한 비리나 부정행위에 대한 글을 쓸 때 독자를 해당 직업군 종사자로 상정한다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자님께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는 세태에 대해 글을 쓰신다면 우선 반성을 요구하지 않을지요? '연구자 책임'을 강조한 데에는 첫번째로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글에도 언급했지만 적지 않은 연구자 내지는 연구자단체가 이른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지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연구자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한 또다른 이유는 이것이 단지 '일부 연구자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부실학술활동과 거기에 연루된 연구자들을 문제삼기 전에 이 사태 - 이는 그것이 학회나 대학, 연구재단 등을 통해서 드러나기 전 언론에 의해 드러났다는 사실도 포함합니다 - 를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어떻게 이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보았고, 학계의 주체인 연구자 개개인 모두 이 현상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진정으로 흔히 말하는 '구조적 문제', '조직적 문제', '제도적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자,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 '학문 자율성'이나 '연구 자율성' 보장을 외치면서 왜 이런 반학술적 활동은 자율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습니다.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부실학회를 비롯한 부실학술활동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여태 몰랐던 연구자는 자기자신에게 왜 몰랐는지를 물어야 하며, 모른 척했던 연구자는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두 질문은 모두 같은 대답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학계에서 자기규율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고한 글에서 학문공동체의 부재 내지는 붕괴라고 언급하기도 했지요.


제 주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기도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라도 연구자 개개인 혹은 일부 학회나 연구자 단체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상 상황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과총이 아무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연구재단이 아무리 지표를 설정하여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한들, 연구자 개개인이 같은 연구실이나 같은 학과의 다른 연구자가 부실학술활동을 한지 모르거나 모른 척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또한, 많이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하는 '평가 제도'에 있어서도 연구자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물론 신공공관리론에 입각한 정부 내지는 관료로부터 오는 압력이 아예 없지는 않겠으나, 평가 제도의 중심에는 여전히 연구자가 있습니다. 신규 교수나 연구원 임용 평가는 누가 하나요? 대학 업적 평가 제도는 누가 만드나요? 과제 평가는 누가 합니까? 학회나 학과 단위로라도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연구윤리도 확립할 수 있고 부당하다 생각하는 연구평가제도도 바꿀 수 있는 분들이 구조 탓, 시스템 탓만 하는 것을 보는 초기경력연구자들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된 학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학문공동체가 없는 학문, 연구공동체가 없는 연구를 하는 학자 내지는 연구자는 무의미한 점수만 쌓는 셈입니다. 이미 그런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연구자들이 '어쩔 수 없다'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아닌 '뭔가 해보자', 즉 학문공동체가 부재했으니 한번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연구자 책임을 묻는 주장을 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뉴스타파가 다시 '가짜학회' 보도를 내놓았다.
<현직 교수, 페이퍼컴퍼니 끼고 '다단계 학회사업'>이라는 제목이다.
시청과 일독을 권한다.

https://youtu.be/Bah1Ow8W8x8

한편, 7월 중순 뉴스타파가 첫 '가짜학회' 보도를 내놓은지 얼마 안된 8월 초.

비슷한 주제에 깊은 관심이 있던 한 대학원생은 뉴스타파 보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전부터 의심스러웠던 학회를 다시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WASET이 학계와 무관한 사람이 가족비즈니스를 한 사례였다면, 우리나라에는 교수가 직접 비슷한 사업을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상 내부에서 해킹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참여하거나 사업을 '써먹은' 교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개 대학원생이 터뜨리기엔 위험하겠다는 두려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봤을 땐 그 대학원생이 무척이나 소심했던 것 같다. 지금도 신분은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제보했다는 사실은 알리고 싶어한다니 참으로 찌질한 친구인 듯 하다. 어쨌든 그는 직접 그 학회와 연루자를 파는 대신 뉴스타파에 아래와 같은 제보를 했다고 한다.

두 달이 지나도록 연락도 오지 않고 관련 보도가 되지 않아 실망해하던 그 대학원생은 오늘 영상을 보고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꽤나 오래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서 제보 내용 이상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 뉴스타파에 너무나도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고마운 것은 고마운 거고, 나는 이제 더이상 대학 교수와 출연연 연구원을 포함한 학계 구성원, 연구재단 직원, 교육부나 과기정통부 공무원 모두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손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누차 말하지만 논의의 시작은 학회와 대학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가장 치열하게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학회와 대학이 너무 조용하다. 이 침묵을 누가 깰 것인가? 학계가 정말 이 소심하고 찌질한 대학원생보다 못한 사람으로 들어찼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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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타파 기자님, 
xxxxxxxxxxxxxxxxxxxxxxx입니다.

저번 WASET 관련 보도 상영회 때 참석한 적이 있고, 신우열 연구원님께서 해당 행사 때 제 발언 인용을 위해서 연락을 나눈 바 있습니다.

이렇게 연락드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한국형 WASET에 대한 제보를 하기 위함입니다.
관련 주제로 연구를 하면서 투고 요청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주제를 파다보니 알게 되어 지난 일주일동안 나름 틈틈이 추적하긴 했는데,
제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혹시 뉴스타파에서 관심이 있다면 취재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여 말씀드립니다.

개요부터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한 (정황상) predatory publisher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SERSC(Science & Engineering Research Support soCiety)와 Global Vision School Publication은 conference convenor이자 publisher이며, APAIS(Asia - Pacific Academic and Industrial Services)라는 별도 Convenor를 두고 있기도 합니다.

해당 convenor가 여는 conference는 두 학회 HSST(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 the convergent research society among Humanities, Sociology, Science, and Technology)와 SoCoRI(아태인문사회융합기술교류학회, Asia-pacific Society of Convergent Research Interchange)를 중심으로 회원을 포섭하여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며, 두 학회가 함께 발간하는 국내 저널이 하나 있고(APJCRI, Asia-pacific Journal of Convergent Research Interchange, 아태융합연구교류논문지), HSST가 발간하는 국내저널이 하나 또 있습니다(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 후자는 KCI 등재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저널 모두 SERSC가 publisher 역할을 하고 있구요.
HSST, SoCoRI, APAIS, SERSC 한국 지부(?)는 대전에, SERSC 본부와 GV School Pub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주요 인물과 함께 설명하겠습니다.

SERSC는 이미 2013년 Science지에서 진행한 연구에 가까운 탐사보도(Who's afraid of peer review?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2/6154/60)에서 가짜 논문을 해당 publisher가 발간하는 Open access journal 중 하나에 실으려 한 바 있습니다. 자료를 보면 국내에 SERSC 말고도 Editor가 한국으로 잡힌 경우와 함꼐 몇 개 더 있으나 지금은 확인되지 않고있고, SERSC는 건재합니다. 오히려 앞서 말씀드렸듯이 APAIS, GV School Pub. 등으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사해보시면 어렵지 않게 다 같은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ERSC에서 GV School Pub으로 넘어간 저널이 몇개 있습니다)

SERSC는 Scopus 등재지를 몇 개 갖고 있고, 이는 HSST와 SoCoRI 등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이 SERSC, APAIS에서 여는 predatory conference에 참석하게 되는 주요 이유로 보입니다. 꼭 같은 뿌리에 있는 publisher에서 나온 저널이 아니더라도 연루된 주요 인물들을 통해서 각종 SCI(E) 급 저널의 Special Issue에 논문을 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HSST 홈페이지 게시판 참조) HSST는 굉장히 흥미로운 - 다른 학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 등급 체계를 가지고 운영되는데, SS급, S급으로 등록된 학회 회원 연구자들은 심사 없이 빠르게 SCI(E)내지는 Scopus 저널에 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막힌 지점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입니다. 추측은 가나 밝히기가 매우 힘듭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주요 인물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김태훈(성신여대 교수)와 김행곤(대구가톨릭대 교수)입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으나 김태훈 교수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대학에서 강병호 교수 밑에서 비교적 최근 두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고(첫번째 박사는 영국 브리스톨대), 해당 대학의 위치가 우연하게도(!) GV School Pub과 SERSC 주소와 가깝네요. 실제로 김태훈 교수는 태즈매니아 대학 시절 GVSA(Global Vision School Australia) 소속도 함께 기재한 바 있습니다. GVSA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이름이긴 하나...

김행곤 교수의 경우 SERSC와 같은 약자를 가진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의 장을 역임한 바 있고, 역시 비교적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센터와 앞서 말씀드린 SERSC는 단순히 약자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도 공유하고 있을 뿐더러,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듯 컨퍼런스 회비 입금을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로 받고 있습니다. http://www.conferen.org/UNESST2018/reg.php SERSC가 Society로 끝나는데 굳이 C를 약자로 쓴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해당 센터는 (주)를 앞에 달고 있습니다. 회사라는 이야기지요.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 홈페이지는 해당 센터가 발간하던 저널(보안공학연구논문지 - 역시 등재지입니다) 이름을 딴 홈페이지로 돌려놓았는데(http://jse.or.kr/insiter.php?design_file=home.php), 연혁은 김행곤 교수 회장으로 끝나있지만 회장 인사말은 Sebah Mohammed로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이 사람은 다른 약어의 처음 언급한 SERSC의 회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www.sersc.org) 마지막으로 김행곤 교수는 현재 HSST의 회장입니다.

여기까지 밝히는 건 시간만 좀 걸렸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SERSC와 GV School Pub에서 발간한 저널에 여전히 한국사람들이 논문을 게재하고 있고, 국내와 해외(주로 가까운 아시아)를 번갈아가면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점과 그 수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름에 해당 문자가 들어간 사람이 있어 전부는 아니겠지만 NTIS에 검색해보면 SERSC가 발간하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것을 성과로 등록한 건이 300건이 넘습니다. 알려드린 약어들로 구글링해서 사이트를 들어가서 조금만 찾아보셔도 WASET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추측에 가까운 제 사견은 최대한 배제하고, 제가 확인한 사실들만 기재했습니다. 본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학계에 있는 연구자들이 해외 몇몇 predatory publisher나 convenor에 속거나 이용하거나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아예 만드는 전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학회/집단 말고도 의심이 가는 학회/집단이 몇몇 더 있으나, 증거를 확보하려면 사실상 직접 접근하는 수밖에 없어 더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SERSC는 인터넷으로 찾는 것만으로도 비교적 확실한 정황 및 증거가 적지 않아 제보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본 사안이 뉴스타파의 WASET 관련 후속 보도 방향과 비슷하거나 관심이 있으실 경우 제게 연락주시면 되겠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SciGen 등을 활용해서 Science지나 뉴스타파가 했던 것처럼 준비해서 터뜨릴까 했는데 파다보니 그러기에는 너무 크고 적지않은 교수들이 연루된만큼 저도 두려움이 적잖이 생겨서 제보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후속보도 계획이 없거나 방향이 맞지 않은 경우 알림 연락 하나만 주시구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드림.

p.s. 증거가 되는 자료는 모두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어 링크만 남깁니다.

HSST 홈페이지: http://hsst.or.kr/default/
SERSC 홈페이지: http://www.sersc.org/
GV School Pub 홈페이지: http://gvschoolpub.org/
APAIS 홈페이지: http://www.apais.org/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또다른 SERSC) 홈페이지: http://jse.or.kr/

서울대 학보사인 대학신문에서 WASET 사태를 다루고자 한다면서 내게 인터뷰 요청이 왔었다. 
이메일을 통해 나름 기자의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질의문을 보내왔길래, 나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답변서를 보내드렸다.

(아마 분량 문제로) 기사에는 거의 모두 실리지 않았는데, 과총 <과학과 기술>지 에 기고한 글과 함께 '와셋 사태'에 대한 내 생각을 가장 잘 정리한 글이기에 여기에도 올려놓는다.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다. (링크: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511

기사 작성하느라 수고 많으신 박재우 기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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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와셋 사태와 관련하여, ‘가짜 학회’라는 이름과 함께 와셋/오믹스 등의 학회에 참석한 대학원생/교수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가짜 학회라 부르기에는 제출된 논문의 질이 그리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일부 반론도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와셋과 같은 학술대회나 학술지를 두고 가짜 학회 뿐만 아니라 부실 학회, 해적 학회 등 여러 다양한 의미의 수식어가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한편 이 주제와 관련해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전문사서 Jeffrey Beall은 이를 두고 Predatory Journal/conference (혹은 conference라는 단어 역시 아깝다며 meet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은 해당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보다 혼란을 일으키기 쉬워 보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단어들이 학술대회와 학회지, 퍼블리셔를 문제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그 학술대회와 학회지, 퍼블리셔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와셋 사태’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합니다. 여전히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는 계속 고민중입니다.)

와셋 사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술대회나 학회지, 퍼블리셔보다 그들과 거기에 동조하는 연구자들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하며, 이런 행위들의 총합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이분법적이 아닌 보다 복합적인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몇가지만 살펴보죠. 첫번째는 학술대회나 학회지, 퍼블리셔가 허위 정보(내지는 의도적으로 학자를 속이기 위한 정보)를 기재하는 일입니다. 저명한 학자가 참석 내지는 편집진에 있다거나, 학술지 서지정보가 어디에 등록되어 인용지수가 어느 정도 된다던가, 피어리뷰를 하지 않는데 한다고 써놓는다거나 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 가짜/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기 행위이며, 이 때문에 OMICS가 미국 FTC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죠.

두번째는 암묵적으로 학술대회나 학술지도, 연구자도 (사실상) 피어리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서로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피어리뷰의 ‘질(quality)’ 문제하고도 연결이 됩니다. 피어리뷰가 있어도 가짜 논문을 못 걸러내는 문제가 있으며, 이런 잘 알려진 사례가 아니더라도 피어리뷰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은 차고 넘칩니다.

즉, 우리가 ‘가짜 학회’라고 지칭하는 문제는 사실 해당 ‘학회’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학회가 저지르는 ‘부정 행위’ 내지는 ‘부실 행위’의 문제이며, 이는 다시 와셋이나 오믹스와 같은 특정 학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라고 여기는 SCI, Scopus, KCI 등에 등록된 학술지 내지는 해당 학술지를 발간하는 퍼블리셔나 학회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학술대회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별도로 논의하지요.) 저는 같은 이유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류의 해결방안은 전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 학자들로 하여금 논란이 된 학회들에 참여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동기야 말로 가장 복합적인 부분이며, 따라서 주요 동기가 어떻다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한번만 참가하고 만 학자들 대부분은 말그대로 ‘완벽히 속은’ 사람들이 많겠지요. 와셋과 같은 학술대회의 홍보 이메일이나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거나, 큰 주의없이 구글 등을 통해 학술대회를 검색해서 참석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참석한 대부분의 학자들은 해당 학회가 본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혹은 조금 더 알아봤다면 이런 학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차후에 본인 커리어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참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는 이를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본인 CV 분량을 늘리기 위해, 교수 업적이나 연구과제 평가에서 점수를 더 따기 위해, 남은 과제비를 소진하기 위해, 학빙여(학회를 빙자한 여행)를 가기 위해 등 여러 요소가 있고, 이런 요소들이 합쳐지면 학문적으로 의미 없는 학술대회 참석을 합리화하기 쉬워집니다. 오히려 Why not?이라는 질문이 들 겁니다.

문제는 위에 언급한 다양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제동을 걸 요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뉴스타파 기사 등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듯 BK21이나 각 대학 여비 규정은 이런 학술대회 참석을 막지 못했지요. (오히려 연구자들이 해당 규정을 보고 문제 없다고 판단하고 합리화하는 데에 기여를 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학계의 자가 통제(self-governance)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여태 이 문제가 대학이 아닌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같은 대학 내지는 학과의 교수, 혹은 주변 선후배 등 동료 연구자가 다른 연구자가 와셋이나 오믹스와 같은 학술대회에 다녀오고 아무 말이나 실어주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거나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서로 이 ‘어둠의 경로’를 알려주며 같이 이용한 경우가 드러나고 있지요. 연구 과정에서 저지르는 부정 행위를 가장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동료 연구자입니다.

와셋과 같은 학술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학계의 자가 통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여러 동기 요소들을 통해 본인의 행위를 합리화하며 그에 따른 이득을 취한 사람들입니다. 동기는 워낙 다양해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제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예를 들어, 사업비 정산을 위해 참석하는 경우는 분명 연구비 관리 제도를 적절히 손봐서 줄일 수 있겠지요) 여러 동기들로 와셋 참석을 합리화한 참석자가 실제로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본인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3. 해적 학회 참석을 홍보하는 스펨 메일 등을 받은 적이 많다는 학자들의 증언이 많습니다. 전준하님 역시 이러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제 기억에 남는 것만 세면 2번 있습니다. 와셋과 BIT congress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전자는 와셋과 무관한 다른 컨퍼런스(Triple Helix Conference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에 제출해 발표한 내용을 와셋에서 발간하는 저널에 실어달라는 내용이었고, 후자는 제가 저널에 게재한 논문이 자기네가 개최하는 컨퍼런스 주제에 어울리니 발표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저는 그 전부터 와셋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원생인 나한테도 이런 게 오는구나’하고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이상한 것을 파악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인 지도교수님께서 연락을 받으신 후 저한테 메일을 포워드해주시면서 시간이 괜찮으면 경비를 지원해줄 테니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제 논문 제목을 직접 언급해가면서 발표자 초청을 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해당 컨퍼런스 홈페이지도 워낙 그럴 듯 했고, 노벨상 수상자 참석, 유네스코 후원 등 여러 요소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 (웹사이트가 http://www.worldeduday.org 이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주최/주관하는 BIT Congress라는 회사에 대해서 찾아보고 나서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가 전부 허위가 아니라면 이 컨퍼런스 역시 아예 가짜라고 하기는 어렵겠지요. 다만 제 경우 같은 돈이 있다면 이런 거대 학술대회(내지는 그냥 큰 행사)를 참석하는 것보다 제 분야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학술대회에 참석해서 의미있는 피드백을 받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4. 이번 사태에서 실질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BK21 사업입니다. 학계에 몸담지 않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BK21 사업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준하님께서 바라본 입장에서 BK21사업이 갖는 중요성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겠는지요?

이 질문은 마치 언론에서 문제삼고 있는 BK21 사업을 옹호해달라는 것처럼 들리네요. 물론 BK21은 대학원 레벨에서 몇 없는 인력양성 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중요하며, 와셋 사태의 원인으로 BK21 사업 자체를 지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원생들이야말로 실질적인 연구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단순히 인력양성 측면만이 아니라 연구시스템을 지속시키는 효과도 가져오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큰 틀에서 대학원 레벨의 재정지원사업은 분명 필요하고 이의 시초 격인 BK21사업의 역사적 중요성은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지금과 같은 사업단 선정 및 지원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또다른 차원의 이야기니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만, 우리나라가 BK21 사업이 처음 시작했던 시점과 달리 어느 정도 연구 역량을 갖춘 만큼 이제는 fellowship과 같은 형태가 대학원 레벨의 인력양성 목적에 보다 적합한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술대회 참석 지원에 한해서는 travel grant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다른 언론에 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링크 참고: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2521)

5. 2016년부터 약 2년간의 법정 공방을 거친 뒤에야, 오믹스(OMICS)가 '허위 사실 기재' 등을 이유로 미국 법원에 의해 시정 조치를 받은 바 있습니다.(https://retractionwatch.com/…/us-court-issues-injunction-o…/ )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는 진짜와 가짜 학회를 가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한편 과학기술정통부는 금번 사태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 등을 통해 9월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준하는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증빙강화 등의 규제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대책 마련을 하고 있습니다. 과기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전준하님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앞서 말했듯이 진짜와 가짜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학술지나 학술대회, 퍼블리셔 레벨로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KCI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이 화이트리스트 내지는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둘다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오히려 심각하므로 반대합니다. 또한 저는 개인적으로 연구재단이 도입한 KCI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벤치마킹한다는 발언 역시 우려될 따름입니다.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자료가 없어 뭐라하기는 어렵네요) 다만 이런 학술대회 및 학술지, 퍼블리셔의 존재와 이들이 이용하는 전략 내지는 연구윤리를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르고 그랬다라고 잡아떼는 연구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지금은 경비를 받아놓고 학회에 참석하지 않은 명백한 불법행위를 제외하고 와셋/오믹스 등에 참석했다고 처벌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는 함께 첨부해드리는 칼럼에서 지적했듯 ‘학술대회를 연구 실적으로 삼는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며, 이를 그대로 내버려둔 채 증빙만 강화해서는 오히려 정당한 학술활동을 저해하는 경우가 늘 것입니다. 언급했듯 ‘학빙여’를 줄이기 위해서는 travel grant 제도 도입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과기부를 비롯한 정부는 최근 외유와 다를 바 없는 공무원 해외 출장에 대한 기사에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끝으로 이번 기사를 쓰며 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한국 사회에서 계량화를 통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여전히 강력하며,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개인의 일탈을 비난하는 시선과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조적 시선'이 여론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컨대 활발한 피어리뷰 내지 정성평가를 통해 학계 내부에서 자정 능력을 제고해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한국 학술생태계는 그 정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전준하님께서는 일종의 대안이자 정석으로서 피어리뷰, 지도 교수 멘토링 등 '과학 문화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 주도의 대형 사업, 상업적 학술지의 범람, 연구 윤리의 부재 등 열악한 현실 속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나씩 짚자면, 말씀하신 대로 각 대학이나 연구소 레벨에서, 재단 레벨에서 sci나 scopus라는 사기업이 내놓는 인용색인이나 JIF, Citescore 등의 지표(metric)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개별 연구자들조차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내재화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많은 연구자가 대학이나 연구재단의 ‘평가시스템’을 비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자들이야말로 그 평가시스템을 만들고 지속시킨 장본인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논문 수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 역시 아직도 꽤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 일탈에 대한 비판과 구조 강화에 대한 요구라는 두 축으로 정리를 하셨는데, 이 두 시선에서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지적이 바로 따로 첨부해드리는 제가 작성한 칼럼에 적은 ‘학문 공동체’의 역할입니다. 아무도 ‘학문 공동체’의 붕괴 내지는 부재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재건하는 작업을 통해 ‘와셋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지만, 저는 분명히 이를 학계의 문제로 보고 해결책 역시 학계에서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피어리뷰를 비롯한 학계의 자정 능력(여기서 말하는 피어리뷰는 단순 논문 게재 과정에서의 그것이 아닌 전반적인 동료 평가를 의미합니다) 강화는 와셋 사태를 계기 삼아서라도 꼭 이뤄야 하는 일입니다.

물론 ‘과학 문화의 발전’내지는 ‘학문 공동체의 재건’이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과총 등에서 말하는 ‘연구 윤리 재정립’ 역시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있겠지요. (다만 과총이나 한림원의 노력은 이미 해당 단체들이 자아 비판을 했듯 요식행위에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굉장히 어렵지만, 그 주체는 개별 연구자와 개별 학회 및 학과라는 점은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대학 산학협력단이나 연구재단, 과총 및 한림원 등 단체나 정부 수준에서만 문제와 그에 대한 대책 논의가 이루어지고 개별 연구자나 학회, 학과가 계속해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상위 기관 및 조직에 넘긴다면 지적하신 관 주도의 대형사업 등의 열악한 현실을 고치긴 힘들 겁니다. (사실 ‘관 주도’라는 단어조차 저는 부정확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관’과 함께 손잡거나 이를 조장해 온 ‘학계’ 사람들이 분명 있고 전반적으로는 ‘관-학’ 주도라고 부르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대책과 관련한 제언을 드리지 못해 저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일개 대학원생이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기에는 너무 큰 문제라 특히 이런 인터뷰 질의 답변서를 통해 드리기는 더더욱 어렵네요.

다큐 링크: https://vimeo.com/273358286?ref=fb-share&1

Worth to watch. (영어로 된 다큐멘터리다보니 시청하면서 빠르게 적은 노트 역시 영어가 많다. 양해해주시길..)

OA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던 분들은 앞부분은 skip하고 37:30부터 Elsevier의 전략과 이에 대한 "civil disobedience" 사례(Lingua, Sci-Hub)만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지점들을 짚자면...

1. Paywalls constrain researchers' thesis topic. 특히 세르비아의 Belgrade 대학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literature access가 가능한 implicit cognition 관련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더라는 사례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슬픈 이야기였다.

2. And this means a lot for developing countries.
"publishing is really an insider's game!" (23:20) 개발도상국은 당연히도 subscription fee를 못 내는 기관이 수두룩할 것. (당장 우리나라 대학도서관 연합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학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글로벌 지식 축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한 착각이라는 것. 거인의 어깨에 올라설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전적으로 속한 나라나 기관에 따라 다르다.

3. OA 운동에 대한 상반된 반응과 평가
믿음에 기반한 종교적인 운동에 가깝다는 publisher (Sage) 측 의견과 이에 동의하는 한 대학 학장. (나 역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는 Jana Bacevic가 쓴 "The moral economy of open access"를 읽어봄직하다. 우연의 일치로 Sage에서 나온 저널이네...) 
반면 OA 지지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OA를 지지하나 생각보다 그 취지에 비해 시작 이후 impact는 크지 않다는 평가. 그 원인에는 잘 바뀌지 않는 academic reward structure & research assessment가 있음. JIF에 기반한 연구 평가, 즉 어디에 논문을 실었냐가 커리어 쌓는 것의 큰 부분이 되어버린 현재 학계의 문제 지적. DORA 같은 움직임도 있었지만 여전한 문제.

4. Elsevier의 전략과 civil disobedience(Lingua 저널의 성공적 Elsevier 탈퇴, Sci-hub의 성공(?))
Elsevier는 Journal subscription 범위와 가격을 개별 기관 또는 컨소시엄 별로 협상하여 계약을 체결함. 그리고 이는 거의 전부 non-disclosure contract임. 즉 같은 저널들을 구독해도 A 대학과 B 대학이 다른 돈을 지불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도 컨소시엄이 협상 못하고 나서 개별 기관 별로 협상 시작함) 이는 전적으로 Elsevier에게 가격 결정권이 있음을 의미하고 많은 대학/도서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subscription할 수 밖에 없음. Librarian이 협상에 참여하지만 협상력은 전혀 없다고 함. 계약 해지하면 연구자들이 당장 들고 일어나지 않겠나.

다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Elsevier의 비즈니스모델에 반기를 든 Lingua라는 저널의 모든 editorial board가 일시 사임하면서 Glossa라는 OA journal을 새로 만들었고, 성공적으로 저널의 명성, 구독자 등을 가져감. 한편 개인적으로 Lingua 저널은 아직 Elsevier에 남아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충격을 받음. (Journal의 주인은 누구인가...??)

Sci-Hub의 창시자 등장! (55:45) 인상은 느닷없는 개구쟁이(?) 프로그래머다. 진심으로 프로젝트를 즐기는 것이 눈에 보임. 저도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휴학하면서 모든 저널 subscription을 잃어서 애용하고 있어요...

아래는 공식 소개문:

Paywall: The Business of Scholarship, produced by Jason Schmitt, provides focus on the need for open access to research and science, questions the rationale behind the $25.2 billion a year that flows into for-profit academic publishers, examines the 35-40% profit margin associated with the top academic publisher Elsevier and looks at how that profit margin is often greater than some of the most profitable tech companies like Apple, Facebook and Google. For more information please visit: Paywallthemovie.com

<실적 부풀리기 양적평가 때문에 가짜학회 참사가 발생한 게 아니라, 학문공동체-학계의 부재 때문에 두 '현상'이 드러났다고 봐야>

독일에도 Predatory Journal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Max Planck PhDnet(MPG 박사과정 모임 정도 되는 듯)에서 약간은 뜬금없는 포스팅(링크)을 했다.

2000년부터 MPG에서는 GSP(Good Science Practice, 바람직한 과학 실천(?))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시니어 과학자의 주니어 과학자(학부생부터 포닥까지) 지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과학 실천'에 있어 '교육'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특히 이 GSP 규칙은 박사과정의 경우 지도교수 외로도 지도에 참여할 두 명의 교수가 있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글은 이것이 옴부즈만 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한 GSP를 교육하는 것 역시 주니어 과학자 교육 중 중요한 요소이며 때문에 모든 박사과정 신입생은 입학 한달 후 관련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Predatory Journal 이야기로 시작해서 갑자기 GSP 이야기를 꺼내고는 대학원생 지도 및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으로 끝나서 뜬금없었다고 표현한 건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들이 Predatory journal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글이기도 하다.

반면 일부 우리나라 교수는 '연구재단 규정에 따랐을 뿐', '연구재단 잘못' 운운한다. 공공연구노조 역시 정부에 실태조사 및 대책 마련을 요구할 뿐이다.

어제오늘 뉴스타파 보도에서는 BK21플러스 사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물론 기사가 전적으로 사업 탓을 한 건 아니지만 난 사업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경우 결국 '사업비 관리' 문제로 회귀할 뿐이다. 기사 제목이 "실적 부풀리기 양적평가가 ‘가짜학회 참사' 불렀다"인데, '실적 부풀리기 양적평가'가 정확히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지 모르겠으나 (실적 부풀리기를 방조하는 양적평가? 실적을 부풀려서 받는 양적평가?) 그것과 '가짜학회 참사' 간에 인과관계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서로 무관하지 않은 '함께 드러난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두 현상 모두의 원인은 바로 '학문 공동체/학계의 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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