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짓는 노력만큼이나 바보같은 짓도 없을 것 같다. 나는 학부 입학 후부터 꾸준히 과학기술정책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뭘 알고 그랬다기 보다 그냥 '과학기술정책'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면 좋아라하고 관심에 두었다. 내 정체성의 일부로 여겼달까.
그렇게 학부 부전공을 하면서 접한 과학기술정책은 결국 같은 대학에 있던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연 수업들이었으니, 대학원에서 의도한 바대로(?)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을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나는 여전히 학문분야로서의 과학기술정책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름 과학기술정책으로 유명한 해외 대학원 프로그램을 살펴보더라도 대학마다 강세를 띠는 분야가 있을 뿐 다들 여러 학문분야의 집합이다 (아래 0번 항목 참고). 그러니 다른 학문분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과학기술정책 관련 대학원은 특히 랭킹을 염두에 두고 대학원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아래 내가 대충 작성한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할 수 있는 국내 대학원 리스트는 참고만 하시라.
0. 해외 유명 대학
전통적으로 영국의 두 개 대학(Sussex SPRU, Manchester MIOIR)에 더해 매우 주관적인 평일 수도 있겠으나 미국의 Georgia Tech SPP가 잘 알려져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규모가 엄청 크다는 것이다. 다른 학문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기술정책과 같은 넓은 범위의 응용학문에서 대학원 규모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굉장히 크다. 큰 제한없이 자유롭게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연구주제나 방법 등을 정할 수 있다는 점과, 대학원 자체가 하나의 허브가 되어 여러 학문적, 직업적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 SPRU(Science Policy Research Unit), University of Sussex
일단 오래되기도 했고(2016년에 5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그만큼 alumni 풀도 넓다. 우리나라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요즘 Energy & Sustainability policy에 역점을 두는 것 같다. 세칭 Innovation studies라고 불리는 분야(역시 과학기술정책만큼이나 범위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대충 암묵적으로 정해진..?) 최고 저널인 Research Policy의 뿌리이기도 하다.
- MIOIR(Manchester Institute of Innovation Research), University of Manchester
http://www.research.mbs.ac.uk/innovation
SPRU와 마찬가지로 50년 정도 역사를 자랑하는데, 이전에 있었던 PREST와 CRIC가 합쳐지면서 2007년에 새롭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 한다. SPRU와 마찬가지로 alumni 풀이 넓고 우리나라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애초에 맨체스터 대학이 비즈니스 스쿨로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느낌상 SPRU에 비해 좀더 management-ish하다.
(실제로는 4개 분야로 research theme을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 1) INNOVATION MANAGEMENT & COMPETITIVENESS, 2) EMERGING TECHNOLOGIES DYNAMICS & GOVERNANCE, 3) SCIENCE, TECHNOLOGY & INNOVATION, POLICY & ORGANISATIONS (STIP), 4) SYSTEM TRANSITIONS AND SOCIETAL CHALLENGES)
- School of Public Policy, Georgia Tech
검색하다보니 이런 quora 질문-답변이 눈에 띄는데(https://www.quora.com/What-are-the-best-and-most-well-regarded-graduate-level-programs-for-science-technology-policy), 사실 이런 거는 정말 미국에 있는 사람들 말고는 알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답변하는 사람 말마따나 미국에는 워낙 학교가 많다보니 과학기술정책을 한다 하더라도 대학별로 강세를 보이는 특화 분야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몇 없는 과학기술정책 분야 국제학회가 2년마다 한 대학에 의해 그 대학이 있는 곳에서만 나름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면? 그 대학을 대표 주자라고 불러도 큰 오류가 없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Georgia Tech이며, 학회 이름은 지명을 앞세운 Atlanta Conference다. (http://www.atlconf.org/)
앞서 쓴 두 영국대학과는 다르게 이름에 대놓고 과학기술정책이라고 하지는 않는데, 공대라 그런지 내가 알고 있는 한 faculty 대다수 연구주제가 과학기술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조지아텍 역시 Scheller College of Business가 유명한데, 맨체스터와 달리 SPP가 Business 대학 소속이 아니라서 필요할 때 협력이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도 이건 장점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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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국내 대학의 경우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분류가 어떤 우위를 암시한다거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말그대로 해당 대학이 '과학기술정책'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 아니면 세부전공으로 과학기술정책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는지만 나누었다. 어쩌다보니 후자에 협동과정으로 개설된 대학원 과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긴 한데, 이건 사실 당연한 현상 아닌가 싶다. 다른 전통 학문을 하더라도 과학기술정책 전공 못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깐...(오히려 그게 나을지도...)
1. '과학기술정책' 명시 국내 대학
-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일명 'STP')
- UST 과학기술경영정책 전공
https://www.ust.ac.kr/policy.do
-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2. 세부전공으로 '과학기술정책' 가능 국내 대학
-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일명 '과사철')
-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일명 'TEMEP')
-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협동과정
https://sts.korea.ac.kr/ (과거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site/stskoreauniv/)
- 부산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과정
- 부경대학교 과학기술정책 협동과정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과학기술정책전공
https://gnppcnu.org/new/sub02/sub02_0203n.php
3. 그 외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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