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지만 다시금 아산서원에 왜 지원했는지 그 때 기억을 떠올려봤다. 남들처럼 대학생활이 무언가 허전하다고 느낀것도 아니었고,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쉬어가는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나름 내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냈다고 자신했고, 쉬는 건 독일에서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아산서원을 내가 보다 앞으로 빨리 나아가기 위해 이용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기 전에 기초적인 수준에서라도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마스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엇보다도 한학기 가량을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아산서원의 매력이었다. 워싱턴 DC로의 인턴십 역시 앞으로 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실제로 입안이나 집행을 하고 싶은 내게 분명 좋은 기회라고는 생각했지만, 왜인지는 나도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인턴십 기회는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우유에 딸려있는 쿨피스나 요구르트처럼 그저 덤으로만 느껴졌다.


글쎄, 인문교육기간이 한두달쯤 지났을까. 이쯤되니 내가 이루고자 했던 인문학과 사회과학 마스터(도대체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까싶다. 그만큼 무지했던 거겠지.)는 애초에 말도 안되는 목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꼭 그 허황된 기대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산서원은 만족과는 거리가 꽤 있는 편이었다. 몇몇 강의는 내게 그다지 유의미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원생발표들로만 채워지고 있었고(물론 나조차 그렇게 의미있는 발표를 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괜찮다 싶은 강의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을 더했으며, 그런 강의들이 일주일에 7-8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복습은 커녕 읽기자료를 전혀 소화하지 못하고 강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대체 내가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게 있긴 한걸까. 강의 내용 뿐 아니라 일부 교수님들과 운영진 역시 실망 릴레이에 기여하면서, 결국 그 실망을 서로 공유하는 원생들 사이만 돈독해졌다. 나 역시도 이러한데,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다른 원생들은 어떨까. 나는 그래도 전해 듣기만 했던 수박을 핥아보기라도 했지.


아,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말했던가? 물론 좋은 강의도 많았고, 훌륭한 교수님도 여럿 계셨다. 운영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강의 외로 주어진 봉사활동이나 문화기행, 팀 스포츠 등 여러 경험들은 분명 소중했다. 하지만 서원 합격통지를 받고 기뻐했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지금이야 굳이 떠올리지 않으면 사소한 불만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당시 원생들끼리 나눴던 대화를 생각해보면, MJ님께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게도 아산서원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몇 명이 지적했던 것처럼 사실 서원 탓만 할 수는 없다. 결국 서원이 자랑했던 토론형 수업, 소모임 등 여러 활동들은 결국 그 주체가 원생들이기 때문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고,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화살을 돌려야 마땅하다.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소위 말하는 "생산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쉽고 후회가 된다, 아니 내 자신이 너무 싫다. 변명을 하려면 분위기 탓, 운영실 탓 등등 끝도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억울한 게 1%도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테지만 하루에 피파를 3판은 꼭 해야 적성이 풀렸던 내가 잘한 건 하나도 없다. 따라서 아산서원이 기대 이하였다기보다는 내 자신이 기대 이하라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런 기분의 연장선에서 7기 원생들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 리딩위크 이후부터는 원생들끼리 강의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토론한 기억이 아예 없는 것 같은데(물론 '우리'가 아니라 '나'의 경우겠지만), 마지막에는 그나마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국문신문 소모임 마저 흐지부지 되었는데, 인문교육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 분들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고, 분위기 역시 활기찼으며, 밤늦게까지 소모임이나 토론 등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저 드는 동경심은 언제나 들기 마련이고, 지난 날에 대해 미친듯이 후회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7기였다면 또 다른 것들을 많이 느끼고 배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마스터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내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느끼게 되는구나. 뭐가 많긴 많았고 분명 배우고 느낀 것도 많았지만 5개월이 끝난 후 든 기분은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장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허허허허....이런이런......."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려서 또 다른 경험을 가져다 줄 워싱턴 DC 인턴십에 대한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그저 덤이라고 생각했던 인턴십 기회가 아산서원의 진짜배기구나!라고 깨달았다(고 위안을 삼았다). 그 유명하고도 위대한 Science 지를 발행하는 AAAS를 내 이력서에 써넣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그렇게 5개월 동안의 인턴십을 위해 DC로 향했다. 가기 직전까지 감기가 나를 괴롭혔는데(서원에 들어가서 걸린 세번째 감기로, 내 생애 감기를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많이 걸린 적이 없다..), 덕분에 비행길이 미치도록 아팠다. 특히 이착륙 과정은 소리를 지르고 싶을만큼. DC에 도착했을 때 든 생각은 "드디어 미국이다!"가 아니라 "드디어 착륙이 끝났다!"였다.

5개월 동안의 워싱턴 DC 생활이 모두 끝이 났다. 항상 그렇듯, 하루를 살다보면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다가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분명 특별한 5개월을 살았는데, 5개월 전과 다를 것 없이 다시 나는 서울에 있다. 어릴 적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하다가 커가면서 죽음보다는 “언제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성공에 메마른 사람마냥 시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붙이려고 하지 않으려해도, 그러지 않으면 마치 그저 흘려보낸 것만 같아 어떻게든 지나간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하기를 반복한다. 언제쯤 시간의 절대성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의외로 DC에서의 5개월은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였다. 내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항상 그 시간의 “주제”가 있었고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기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것이 공부였던 적도 있고, 동아리였던 적도 있으며, 총학생회 활동이었던 적도 있었곘지. DC에서도 별반 다를 것 없이 인턴십에 집중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보다는 엄청난 자유가 주어지면서 그저 그 날 관심이 가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읽거나 행사에 참여하거나 글을 쓰거나 했다. 하루종일 페이스북만 들여다보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들과 글을 읽은 적도 많다.

사실 머릿 속으로는 정말 이 시간이 Pre-Graduate School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겠다고, 또 연구하겠다고, 결국엔 입안을 해보겠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과학기술정책의 넓은 범주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할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저 석사과정을 하면서 어떤 논문을 쓸까, 나는 도대체 어떤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고 싶은걸까를 고민할 뿐이었다. 제대로 된 논문 한번 써본적 없으면서 흔한 학계 속물처럼 주목받을 만한 주제, 공모전 등에 나갈 수 있는 주제에만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AAAS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내게 일을 주지는 않았지만 개략적으로라도 내 머릿속에 과학기술정책을 주제로 한 마인드맵을 그리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정말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과학기술정책 관련 업무를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으로 연구원이 되는 일이 따분하기보다 흥미로운 것이라는 점도 느꼈다.

대학원을 이 방향으로 갈 생각을 했다면 일찍이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 어느 정도 구체화를 시켰어야 했는데 8학기 째에 드디어 대충 감이 잡히다니, 지난 학기들 동안 내가 정말 공부를 소홀히 했구나하고 절실히 깨달았다. 남부럽지 않은 알찬 대학생활을 했다고 자신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5개월 동안 나 자신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반성과 고민을 한 기간이었다. 주변에는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DC라는 공간 말고도 인터넷은 정말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였으며, 시기 역시 적절한 내 인생의 시점에 위치한 것 같다.

하… MJ께 드는 무한한 고마움…. 국내 정치에서 못다한 꿈 축구계에서 이루시길…..ㅋㅋㅋ

아산서원 입학식 떄도 말했던 거지만, 오늘의 내가 꽤나 성숙하다고 자신하더라도 내일이 되면 어제의 나는 참 어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다고 자신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워싱턴 DC 안녕. 언젠가 커서 한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다시 오게 된다면 인생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할 듯.

+ 가끔 구글 맵을 켜놓고 DC 지도를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내가 가본 곳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못 가본 곳은 어떨지 상상해보기도 하고.

Joonha Jeon님의 사진.


워싱턴 생활도 마무리가 다 되어간다.

OBX 여행 직전에 감기에 걸렸는데 무시하고 달려서인지 아직까지도 머리가 띵하다. 한국에 있을 땐 바다를 1년에 한두번 갈까말까 했는데, 특히 해수욕은 더더욱 안했는데 여기와서는 마이애미, 힐튼 헤드, 버지니아 비치, OBX 까지 네번이나 해수욕을 했다. 초등학교 때 수영을 그만 둔 이후 다시금 내가 물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5개월동안 정들어서 떠나기가 아쉽기도 해야 하는데, 내가 일하던 기관인 AAAS도, 살던 곳인 WISH도 모두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다. 물론 기관에서 하도 일을 안 주고 정말 말그대로 나를 방치한 탓도 있지만, 이제는 왠만해선 뒤로 다시 돌아나오지 못할 길들을 앞둔 내 상황 때문일 것이다.

일에서는 무언가 내 이름을 달고 나온 글, 보고서 등을 출판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일 외로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서 글에 대한 자신감 늘리기, 하프 마라톤을 목표로 해서 꾸준히 달리기 및 근력 운동, 영어 공부, 서원 사람들과 더욱 친해지기, 진로 결정하기, 책 읽기, 서원 논문 제대로 쓰기 등 여러 목표가 있었다.

물론 항상 이렇게 목표를 세워만 봤지 많은 것을 성취했던 적은 별로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하나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AAAS에서는 일을 주지 않았을 뿐더러, 물론 내가 나중에는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돕고 싶다고 찾아갈 때마다 사람들은 "전혀 없다"며 그래도 관심이 있다면 읽을 거리는 주겠다고 메일 포워딩을 한 게 전부였다. 그런 면에서는 참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지만서도, 덕분에 STP Forum을 포함한 정말 많은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나름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무언가라도 해보겠다고 발악한 결과가 EPIK Conference Essay Competition 1차 탈락, 사이언스온 투고, 이 정도?

글도 항상 머리속으로는 이걸로 써볼까 저걸로 써볼까 생각만 하다가 끝이 났다. 나름 #전인턴_블로그 로 배설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은 써야지했던 예전에 비하면 최근에는 거의 쓰지도 않았다. #전인턴_블로그 가 굉장히 개인적인 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블로그"보다는 일기에 가까웠는데, 그래서 나한테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글쎄 이 글을 읽는 내 페이스북 친구들한테는 그저 긴 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아 아쉽긴하다.

하프 마라톤...하아...꾸준히 달리기를 해오긴 했는데 막판에 5월부터는 거의 안 뛴 것 같다. 덥고 습해서 그런거야...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봤자...너 진짜 하프 마라톤 뛰긴 뛸거니? ㅋㅋㅋㅋ 근력 운동도 나름 꾸준히 했다. 해수욕이 나름 동기부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만족할만한 사진(!)들을 얻었고(ㅋㅋㅋㅋ) 최소한 이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목표는 늙어서 꽃중년, 아니 꽃노년 소리 듣기!

영어 공부...저번주가 되서야 내가 귀국하자마자 텝스던 토익이던 빨리 봐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대학원 입시 때문에...) 미리 알았더라면 그래도 영어 시험을 봐야한다는 목표의식에 의지해서 준비를 했을텐데, 그게 아니라 그냥 영어기사나 그 날 읽은 영어로 된 글에서 모르는 단어들 외우기-이런 식으로 방법론부터 불분명해서 결국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영어... 대학원 진학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왜 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걸까. 당장 다시 시작해야겠다.

서원 사람들. 서원에서 가장 크게 얻어가는 게 다름 아닌 사람이라고 많이도 들었다. 그 말에 공감을 많이 한 터라 워싱턴에서는 더더욱 서원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나는 동갑내기 둘 뿐인 막내였고, 과학기술정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어서 항상 아쉬웠고, 또 외로웠다. 하지만 거꾸로 나보다 나이 많고 배울 점이 많은 형, 누나들과 친해질 수 있고, 내 관심사 외 다양한 주제들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또 그래서 이 좋은 사람들을 얻어가고 싶었다. 10개월동안 나와 함께 지냈던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말이나 평가를 한다면 그게 정말 내 모습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글쎄, 물론 나도 아차 싶을 때가 많았고, 최대한 솔직해지자는 마음으로 접근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만은 않다. 아마 내 본 모습 자체가 그저 못 났기 때문이겠지. 10개월동안 형성된 내 이미지나 나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들을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아쉽지만, 반성의 기회로 삼고 더 나은 사람이 되야지.

진로...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안난다. 아마도 이 글 외로 "부탁"형식의 글로 따로 써야할 듯...

내가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출국할 때 책을 별로 안 챙긴 점이다. "경제기사 300문 300답", "빅 픽처", "이공계 학생을 위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 이렇게 3개만 챙겼는데, 경제기사 책은 한 반 정도 읽었고, 나머지는 다 읽었고, 나중에 민진이 누나한테 받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도 거의 다 읽었고,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 여기서 득템한 책 Beyond the Sputnik까지 별로 안 되는 양이지만 쓸데없이 가져온 책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한 달에 한 권 꼴은 읽었구나. 내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가 책읽기에 소홀했던 점이다. 다음 학기에는 보다 많이 읽고, 또 많이 써야겠다.

서원의 마지막 assignment 였던 thesis writing은 정말 용두사미의 끝을 보여준 것 같다. 진심 제출할 때 가명을 쓰고 싶을 정도로 별 볼일 없는 논문이 되고 말았다. 연구계획서는 써봤어도 논문을 직접 써본 적은 거의 없는데-특히 이공계열 외 분야로는-좋은 경험이었고, 대학원 생활을 미리 경험한 것 같은 기분이다. 어떻냐고? 참담하고 막막하다. 그냥 신소재공학과 대학원 진학할까 생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니 이번에 저지른 실수들을 대학원 가서 또 저지르면 안되겠지.

흠.. 이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
.
재작년 뮌헨으로 교환학생을 가면서 "내가 노는 거는 이게 마지막이다"라고 다짐한 거에 비해 여기서도 정말 많이 놀았고, 나름 그 때보다 이것 저것 고민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긴 했지만 결과물로 봤을 때는 그 때와 별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역시 나란 인간은 현실적인 압박이 있어야 제대로 돌아가는 건가.

길게 개인적인 글을 끄적여놓은거라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모두들 씨유쑨!

귀국 약 50일 남음...하.....
GM다이어트 5일차 돌입(이지만 내맘대로 GM이라 별 효과 없는듯)

1. 전인턴 블로그 글을 반의도적으로 오랫동안 안썼기 때문에 쓰고 싶었지만 놓친 일이나 주제가 많다. 뉴욕 여행이라거나, 벚꽃놀이라거나, 아산 믹서도 있었고, 정말 뭐가 많았다. 뭐가 많으면서도 출근이 자유로웠기 때문인지 굉장히 여유롭기도 했다. 예전에는 컨퍼런스 하나에도 길게 글을 쓰곤 했는데, 이제 DC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런 것 하나하나는 별로 생각이 안 나고 굵직굵직한(내 기준에서) 것들만 떠오른다. 영화 감상평처럼, 한줄평으로 남기고 가련다.

STGlobal Conference - 기대했던 수준보다 낮았던 미 동부 STS 대학원생들의 발표들과 그에 비해 성대했던 행사 규모, 얻은 건 STP대학원 선배님 명함

뉴욕 여행 -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공연과 브루클린 브릿지 야경, 내가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었던, 그래서 여친이 보고 싶었던 여행

아산 믹서 - Cato 인턴들과 Heritage 인턴들 사이에 둘러싸인 나... 그래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 정치 사상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부러웠다. 다만 climate change(by human beings)에 대한 의심이 그 정도까지 클 줄은...

두 번의 벚꽃놀이 - 한국에서 갔던 벚꽃놀이보다 훨씬 좋았고 또 기억에 남는 벚꽃과 사람들과 내 행복

gm 다이어트 - 근데 이게 남자든 여자든 똑같은 식단인게 말이 됨? 5일차 되더니 커져만 가는 불신과 의심 ㅋㅋㅋㅋㅋ

수목원과 쇼핑 - 천조국 스케일..ㅎㄷㄷ

2.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주최하는 EPIK conference Essay Competition에 지원했었는데, 1st round에서 떨어졌다. 물론 자위하는 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쓴 분야(STS)를 conference에서 포함하고자만 한다면(주로 컨퍼런스가 IR 중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붙을거라고 생각을 했는데...즉, 떨어지면 내 essay draft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이 분야 essay를 받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더랬지.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고 나름 괜찮게 썼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떨어지니깐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뭐가 문제냐고 주최 측에 코멘트라도 해달라고 메일을...원래 찌질하게 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궁금하니 일단 보내봐야겠다ㅋㅋ 사실 될 생각에 나름 주제에 집중했고, 굉장히 고민도 많이 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는데, 조금 허탈하다. 우리 학교 특성상 여름학기 복학도 못해서 URP도 못하는데... 다음 학기 개별연구 신청해서 해볼까 생각중... 아이디어가 아까워서 흑흑

3. 한달전이었나, 승혜누나랑 맥주를 마시면서 서로 행시가 답인데 외면하고 있다고 웃음 반 진지 반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렇게 더 많이 고민을 하다가 다시 행시라는 선택지를 지우고 STP 대학원이냐 신소재 대학원(물론 석사만 하고 다시 STP로 갈 생각으로)이냐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STGlobal 컨퍼런스에서 만난 STP 대학원 선배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나니 머리 마음이 다시 복잡해졌다.

뭘 하고 싶은지라도 확실하면 참 좋을텐데, 대학생활 4년동안 뭘 했는지 뭐 하나 확실한게 없다. 옛날에도 노트에 적어놓았던 건데, 하고 싶은 게 없는 거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건 한끝차이라고, 닮고 싶은 롤모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고, 아니면 차라리 정해진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위험한 생각도 해본다.

여러 번 고민 끝에 변하지 않는 꿈이라고는 "존경받는 아빠"가 되는 거 뿐인데, 일단 존경받는 아빠는 돈 충분히 벌어서 자식을 가질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 결국 대학원을 갈 것 같긴 한데, 예전에 고민하던 KAIST STP vs KAIST 신소재 vs 서울대 과사철이라는 선택지보다 너무 다양해진 선택지들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금 주어진 AAAS에서의 인턴십을 지금까지 너무 이룬 것 없이 보냈고, 그래서 또 남은 한달 반동안 뭐라도 해야겠지 싶기도 한데, 앞으로 뭘할지도 못 정해 놓고 뭔들 할 수 있을까.

지난 4년 동안 띵가띵가 놀면서 별 진로 걱정 없이, 그러면서 남들한테는 확고한 척 과학기술정책전문가가 되겠다고 떵떵거리던 내 과거의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 뿐.

뭐 그렇다고 요즘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니다.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버린 것도 아니고, 떵떵거리는 걸 멈춘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비판은 과거에만 머무르면 안되는 것 같다.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이니 현재가 내가 비판하는 과거와 같은 노선에 놓여있다면 어떻게 그 비판을 피할 수 있을까.

4. 세월호 1주기 집회에 대해 글을 전에 쓴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도 참으로도 큰 담론이 형성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은 커져간다. 어떤 글을 읽고, 혹은 어떤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바로 터져나오는 내 감정과 판단을 그대로 표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물론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그 터져나온 감정과 판단의 뿌리를 찾고 의심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부끄럽게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머릿속으로만 복잡한 생각들을 할 뿐.

5. 김지윤 교수님 죄송합니다. 흑흑 쓰라는 논문은 안 쓰고 블로깅이나 하고 있네요..


1. 백악관 Easter Egg roll 행사 참여는 워싱턴에서 있었던 활동들 중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이었다. 꼭 백악관 앞마당?정원?에 직접 들어가서 백악관을 정말 코앞에서 본 게 아니더라도 말이다. 아쉽게도 오바마 대통령도 돌아다녔다고 하고, 미쉘 오바마는 직접 스토리텔링 부스에 있기도 했다지만 나는 보지 못했지만 별로 아쉽진 않다. 백악관 앞마당은 충분히 아름다웠고, 벚꽃도 예쁘게 폈다.

내가 하는 활동은 간단했다. AAAS에서 연 과학부스에서 아이들에게 물에서 어떤 물건이 가라앉고 어떤 물건이 뜨는지 직접 실험을 같이 하면서 가르쳐주는 역할이었다.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이 기억에 남는다. 쉬운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영어가 막혀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같이 온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같이 실험하면서 대신 말해주고 또 함께 가르쳐주었다. 이토록 사소하지만 이렇게 보람찬 일이 있을까.

그렇게 아이들의 황홀한 웃음과 눈빛에 기분이 꽤나 들떠 있다가, 여섯번째 shift로 넘어가는 쉬는시간(35000명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시간대를 6개로 나누어 밀물-썰물처럼 진행되었다)에 여러 부스를 돌아다녀보았다. 정말 한 명도 빠짐 없이 웃고 즐기고 행복해하는 모습. 덩달아 내가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다시금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이토록 분위기를 타는 거구나. 행복이란게.

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라는 말이 단지 친한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만서도 신기한 일이다.

이걸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을까. 글쎄, 그건 좀 어렵겠지만, 최소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행복하는 것을 시샘하고 질투하고 미워하지는 말아야지. 보면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신경을 끌 순 있지 않을까.

2.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네시간을 내리 자고 자정에 일어났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아 영화 "세렌디피티"를 봤다. 정말정말 어릴 적 봤던 영화 중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다. 그 놈의 운명운명ㅋㅋㅋ 초등학교 때 봤던 그 때 조차 나는 머릿속에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앉아 '에이~'를 연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카페를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에이~'거리면서도 내게도 그 놈의 운명의 데스티니가 한 번쯤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걸까.

영화를 다 보고, 오늘 있었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또 잠이 안 올 때 침대에 누우면 드는 수많은 비생산적인 고민들을 하면서, 그렇게 생각을 생각을 거듭하다가 문득 든 것이 "믿음"의 중요성이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리든 상관없다. 누군가는 종교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가치를 떠올리겠지.

그냥 문득 믿는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요하다는 것이 꼭 옳다는 것은 아니다. 운명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운명을 믿어야 자신감 있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있고 없고를 떠나서 말이다. 참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창준이 형이 말했던 "언어의 한계"를 느끼는 게,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운명"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넓은 의미의 그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다 전달하기가 힘들다. 그런 무형의 단어는 모두 그렇다. "사과"나 "스마트폰"은 다들 같거나 비슷한 것을 떠올리겠지만, "운명"은 그렇지 않으니깐. "신"도 마찬가지다. 신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거지만, 신을 어떻게 규정하는 지조차 모두가 다른데 쉽게 믿는 것은 어떻고 안 믿는 것은 어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성경을 믿고 누군가는 절대자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뿐.

나는 나 자신을 믿기도 힘들다. 내 판단과 생각, 결정 모두 혹여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수없이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데카르트는 옳은 것 같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초딩 때 살던 동네 뒷산에서 길어오던 고로쇠물이 그렇게 맛있었는데...


1. "넌 지구 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거라고 믿어?"

사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보다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낫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이 기후변화가 굉장히 큰 과학적-정치적 이슈다.

사실 저 명제에서 "믿어?"라는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내가 알기로 쟁점은 정말 기후변화가 있느냐,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느냐라는 것보다는, 아니, 조금 더 말을 정확히 하자면 "더 의미 있는 고민을 할 지점"은

기후변화는 분명 있고, 인간활동에 의해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맞지만, 그 정도가 제재를 가해야 할 정도이느냐?라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 자체가 허구다, 애초에 인간활동은 기후 변화랑 상관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간단하게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 이 주제로 길게 쓰고 싶지 않았는데......흑흑

그래서 이만 줄이고,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물론 현대사회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그나마 가장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과학에도 자본이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부분이다. 과학이 자본을 거스를 수 있을까?

2. 워싱턴의 날씨는 아직 꽤 춥다. 특히 오늘은 너무 추웠다. 벚꽃은 언제 피나. 아, 워싱턴에서 벚꽃축제를 즐길 수 있는 건 일본 덕분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언론만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해서 마치 미국은 한국이랑 일본 둘 다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는 우호국인 것처럼 알고 있었지만, 여기와보니깐 아니네요. 그리고 사실 역사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이것저것 따져봐도 아니에요. 내가 보기엔 미국과 일본은 더 친할 수 밖에 없어요. 그니깐 질투 ㄴㄴ해. 물론 외교력이 더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순 있겠지. 그래도 내 생각엔 기본 state는 일본이 위에요.

3. 나이키 런닝앱을 깔았다.
귀국 후 6월 말, 7월 초에 하프마라톤을 뛰는 게 목표다.
뛰자.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그리고 면허도 따자.

4. 오늘 쓰레기 줍는 봉사를 했는데.....정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 강이 범람할 때마다 정원-공원이 거의 매립지 수준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


1. 사실 아산서원에 들어와서까지도 워싱턴 DC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있었다. 여러 번 말하지만 나는 인턴 생활보다는 인문 교육 기간을 보고 지원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쨌든 씽크탱크 같은 개념도 너무 생소했고, 그냥 DC가 미국의 행정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세종시를 떠올리기 까지 했으니...

무식한 자식!

뭐 그렇다고 DC가 행정수도라는 말이 틀리진 않았지. 그래도 어디서 세종시랑 비교를...

엄청 무식한 자식ㅋㅋㅋㅋㅋ

직접 여기서 살고 부딪히고 이것저것 경험을 해보면서 느낀점은 DC가 매우 Fresh함이 넘치다는 점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음... 생동감이 넘친다? 생활력이 넘친다? 팔딱팔딱? 어쨌든 그런 도시다. 그런 매력있는 도시다.

2. DC엔 그렇게 '사람들'이 모인다. 
이번주만 해도 에릭 슈미트를 정말 세 발짝 앞에서 AEI CEO랑 대담하는 걸 봤고,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정호승 시인이 자신의 시 몇 편을 읽는 걸 직접 봤다. 
저번에는 미치오 카쿠도 보고, 흔한 미국 국회의원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

DC는 정말 야망이 없던 사람까지도 "전문가"소리를 듣고 싶게 만드는 도시다.

언젠가 내가 잘 되서 워싱턴에 다시 와서 정말 작은 씽크탱크더라도 컨퍼런스 스피커 자리에 서게 된다면 그 때 기분은 어떨까.
괜히 많은 스피커들이 자기도 한낱 씽크탱크의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아닌 것 같다...... Inspiring!

3. 어제 술을 조금 과하게 마셨는데, 꼰대에 대해서 짧지만 긴 대화를 나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된 적이 많았고, 그렇다고 그걸 오해라고, 혹은 내가 수많은 꼰대들 사이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라고 자기 변호를 할 생각이 없다. 
그냥 내 속에 내재된 꼰대정신이 꼰대처럼 행동하게 만들 때가 있고,
가끔 이성이 그걸 막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꼰대가 아니냐고? 글쎄.
그러다보니 꼰대를 옹호하게 됐다. 꼰대를 이해하니깐. 그리고 실수로 다들 나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말을 했지만 아니었나보다. 그 생각도 꼰대정신에서 나온 거겠지.

나는 꼰대가 싫다.
근데 꼰대가 되지 않기는 참으로 힘들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타임라인에 이런 글이 떠서 공유를 하긴 한다만,
나는 그냥 상대가 나를 꼰대로 생각하든말든,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하고많은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부터 조모임이나 토론자리, 둘만의 대화 등등.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자기모순인데, 
뭔가가 되려고 하거나 뭔가가 되려고 하지 않다보면 항상 모순이 생기더라.
그래 꼰대면 어때. 내가 꼰대할꼰대 남들이 어쩔꼰대?


http://ppss.kr/archives/38817


1. 미국 씽크탱크(AAAS는 공식적으로 씽크탱크가 아니긴 하다만)는 신의 직장이다.

수퍼바이저 중 한명은 자기랑 자기 첫째 아들, 둘째 아들이 차례대로 아프다고 2주동안 출근을 안했다.
내 실질적인 수퍼바이저는 내게 말 한마디 없이 월화 휴가를 갔다.
나는 사실 출근을 안해도 된다. 아무도 신경 안 씀.
한국에서도 인턴 한번도 안해봤고 군대도 안갔다 왔는데
출근 안하는 게 뭐이리 찔리는지 모르겠다. 허허

여기는 눈 와도 출근을 안한다.
그나마 덜 찔리려고 눈오라고 마음속으로 빌긴 했는데,
사실 눈 안 와도 안가도 되는게 함정!!!!!
AAAS에 취직하고 싶다.
제발요. 제발. 저좀 데려가주세요.

2. 저번주 토요일은 100년에 한번 오는 파이데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찌 기념했는지 모르겠다만,
여기는 많은 피자집과 파이집이 대폭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마이애미에서 줄서기 귀찮아 못간 Joe's Seafood ~~~인가 에서
키라임 파이와 보스턴 크림 파이(원래 각각 7불씩)를 각각 3.14불에 득템!
황민진누나랑 배터지게 파이만 먹고옴....
심지어 디저트만 먹는데도 식전빵을 다양하게 줘서 더 배불렀다
아 파이 또먹고싶다

3. Washington Wizard vs Portland Trail Blazers NBA 경기 관람!

미국에 왔으니 NBA 경기는 보고 가야지하고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응원문화가 덜해서 아쉬웠다.
포틀랜드가 잘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워싱턴 한번도 역전 못하고 짐;;
농구 경기장이 뭐그리 큰지....

NBA의 치어리더들은.....
소녀시대의 The boys?에 맞춰서 춤을 추더라ㅋㅋㅋ 오오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한류를!!!!

농구 안한지도 꽤 됬는데 다시 하고 싶어졌다...고딩때가 생각나네ㅇㅇ...

Joonha Jeon님의 사진.


1. 저번주 토요일에는 랑랑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다뤄봤던 악기가 피아노밖에 없었어서 그런지
연주회 같은 거를 가면 피아노가 가장 들을 만해서
랑랑이 유명하다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형누나들의 말을 믿고 맨꼭대기층으로 예매!

노다메 칸타빌레 말고는 몰랐는데 랑랑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퍼포먼스와 쇼맨십이 ㅎㄷㄷ
나중에서야 이력을 보게 됬는데 그럴 만한것 같더라....
각국 대통령에 월드컵 때도 쳐봤는데 이까짓 케네디 센터 쯤이야 하고 치는 것 같았어.....
그 넓은 무대에 랑랑 한 명과 그랜드 피아노 하나밖에 없었는데도 꽉 찬 느낌이었다.

2. 박정준 형님의 무료 헤어컷은 여느 미용실과 다를게 없었다!!
처음엔 우산 모양의 머리가 나와서 걱정했는데
왁스 좀 바르니깐 내가 원했던 투블럭이 된다!! 신기해라...
정준이형 고마워요 ㅎㅎ

3. 날씨가 풀려서 다녀온 스미소니언 동물원은
끝내 얼굴을 안보여주고 점심만 우적우적 먹던 팬더 (아무래도 동물원 직원이 팬더 탈을 쓴 듯)와
말 수컷이 암컷에게 매달리다시피 따라다니면서 시도하던 짝짓기("부러워라!")...
그 정도...?

4. 공식적으로 AAAS에서 하는 일이 생겼다.
AAAS member들에게 과학기술, 보건의료, 환경 등 정책이슈를 분석해서 메일을 쏴주는 Policy Alert!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주 월욜에 만나서 기삿거리들을 돌아가면서 내놓는게
뉴스룸에서 보던 그런 기자들의 모습과 비슷해서 신선한 경험이 될 것 같다!

5. 오늘 다녀온 "How new technology reshaping the world economy"라는 컨퍼런스는 Standard Chartered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대한 discussion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sc제일은행인데...이런 보고서를 낸다는게 신기했다.

물론 뭐 내용이야 뻔한 내용이었지만
굳이 포인트 하나를 뽑는다면
3D printer, IoT 등의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시대에는
""invention"보다 "adoption"이 훨씬 중요하다"라는 결론이었다.
"원천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다.
물론 내가 해석하기론 말그대로 adoption이 아니라 "creative adoption"이지만.....
하도 이런 미래 기술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미래를 사는 느낌이다.
아님 쓸데없이 미래 걱정만 미리 하고 있는걸까?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어떡하긴, 즐겨야지.

6. 어렸을 적부터 내가 다른 건 안 무서워해도 
죽음만큼은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죽는 것보다 그냥 시간이 가는게 무서운 것 같다.

사무실에서 졸아도
버스에서 책을 읽어도
방에서 미드를 봐도
부엌에서 밥을 먹어도
시간은 간다
나도야 간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Joonha Jeon님의 사진.


1. 직장생활...이라기엔 너무나도 불규칙적인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나름 금요일만큼은 불태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주 술을 마시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중에 보면 이불킥할만한
음주 인턴블로그가 될듯??????????????ㅋㅋㅋㅋㅋ

2. 최근에 참석한 컨퍼런스로는 "The End of College"라는 책의 저자가 메인 토커였던 행사라 할 수 있겠다.
오늘 아닌 어제 American Jewish Committee 행사도 있었지만 별로 감흥이 없었으니 건너뛰도록하고...

사실 오픈코스웨어가 대학 구조를 바꿀거라고 예상한건 한참 전부터 있던 이야긴데, 뭐 항상 사람들은 비슷한 유행을 몇 번이고 우려먹는단 말이지.

어떻게 보면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애초에 "요렇게 써야지!"하고 출판 계약을 하고 오픈코스웨어를 경험한 저자가 썼으니 말이다.

흠.

그렇다고 그 트렌드 자체를 부정하는건 아니다.
분명 대학 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무언가가 있는 건 분명한데,
그 구조라는건 강의실 구조 뿐만 아니라 교수 임용 방식이라거나 연구, 대학의 유형 구조(건물 등)를 포함하는 거다.
그래 모든 걸 바꾸겠지. 그런데 정말 그게 긍정적인 방향일까?
이게 좋은 습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혁신(innovation)에 대해서 회의적인 접근을 나도 모르게 해보게 된다.
온라인으로만 사람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학위를 주는 등 대학의 모든 구조가 온라인에서 뻗어나가게 된다면..?
...
펑!
...
교육은 너무 어렵다.
학문도 너무 어렵다.

3. 서원의 좋은 점이기도 나쁜 점이기도 한 건 27명이 모두 워싱턴 생활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정말 진심으로 literally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열등감이 삶의 원동력이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괴로우면서도 굉장히 힘이 나는 삶을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롤모델의 모습과 반면교사의 모습들.
그래 내가 여태 그렇게 잘 살아온건 아니야.
내가 만든 내 모습들이 이상적인 형태일 순 없겠지.
근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묻게 만든다.
난 참 못났어.
근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데?
이런 질문들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는 건 허세 아냐?

한 친구가 내게 말하기를,
"너가 솔직할수록 너가 잃는거야."

그래도 나는 이 곳이 정글이라면 난 이 곳의 식물이 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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