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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구자/1W1B

하워드 S. 베커. (1999). 사회과학자의 글쓰기.

원제는 Writing for Social Scientists (1986). 

나는 논문을 포함해서 어떤 글쓰기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때문에 석사 학위논문을 쓰면서 극심한 불안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데,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중고로 구매한 하워드 베커의 <사회과학자의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책을 처음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글쓰기나 방법론에 관한 책을 읽었고, 석사학위논문을 제 때 마칠 수 있었다.

현재 같은 책이 2018년 2월 <학자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하워드 베커라는 사회학자를 알게 되었고, 애초에 시리즈로 기획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학계의 술책>, <사회에 대해 말하기>로 이어지는 사회과학자를 위한 글쓰기 가이드 3부작을 모두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 90세의 나이로 그가 새로 낸 책 <Evidence>는 느낌상 이 3부작을 아우르는 저작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책도 샀다.) 쭉 읽고 리뷰할 생각.

아래에 내게 특히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옮겨본다.


1-1. "만약 당신이 연구 초기부터 - 예를 들어 모든 자료들을 모으기 전부터 -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조만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할 수 있다. 자료없이 초고를 쓰면, 자신이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더 명료해지며, 그래서 앞으로 수집해야 할 자료들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즉 글쓰기를 통해서 연구설계 방법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먼저 연구를 하고 나서 "연구결과를 쓰라"는 좀더 일반적인 생각과 구별되는 것이다." (p.43)


1-2. "개요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개요를 가지고 글을 시작하면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개요에 의존하여 시작하는 대신에, 모든 것을 적어가면서, 가능한 한 빨리 아이디어를 토해내는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 - 당신이 작업해야만 하는 미완의 부분은 당신이 방금 적어놓은 다양한 것들이다 - 을 발견할 것이다." (p.102)


 2-1. "해결 불가능한 것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대신에,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당신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당신이 생각하는 해결 방식은 무엇인지를, 왜 덜 완벽한 해결책을 선택했는지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중략)...연구에서 흥미로운 딜레마를 구체화시키지 않았다면,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제기되지도 않았을 것." (p.107)

2-2.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 글을 써라.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분석의 초점으로 삼아라...(중략)...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독자에게 털어놓으려면, 당신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으며, 항상 올바른 방법을 알고 결함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p.111-112)


3-1. "만약 혼자 힘으로 과학적 또는 학문적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상과학은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을 씀으로써 이해와 지식을 향상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연구와 글에서 이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는데도, 불가능한 것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스스로 실패를 자초해서는 안 된다." (p.213)

3-2.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인식하고, 지배적
인 이데올로기의 이데올로기적 구성요소를 찾아내고, 그 문제에 대한 좀더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입장을 찾아 내려고 노력하는 일이다...(중략)...진지한 학자라면 동일한 주제를 논의하는 경쟁적인 방식들을 일상적으로 점검해야만 한다. 지금 사용하는 언어로는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문헌이 우리의 머리를 꽉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것이다...(중략)...문헌을 이용하라. 그러나 문헌이 당신을 이용하게 하지는 말라."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