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 개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전준하

1.     서론: 대학원생이 말하는 대학원 제도

현대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원이라는 제도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여기에 필요한 대학교원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던 초기 (1960~70년대) 대학원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원은 글로벌 경제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책임질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하는 필수불가결한 기관이자 제도가 되었다. 특히 1971KAIST가 설립되어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산업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해 국내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선도모델로 자리잡았고, 정부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중심대학내지는 대학원중심대학육성을 천명하며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시행했다. 여기에 힘입어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을 설치 및 운영하기 시작해 대학원()의 규모는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만한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현대 사회에서의 격언에 따라 그 주체가 될 고급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문장들은 대학원 내지는 연구중심대학과 관련한 담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최근 2010년대 들어 대학원 제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학원생이 있다. 기존 담론이 고급인력양성과 연구역량 제고라는 두 축을 토대로 끝없이 대학원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면, 고급인력당사자인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이라는 제도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원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기능인 교육과 연구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증언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이러한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들은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러서야 감히 거스를 수 없는 당위에 기반한 연구중심대학 육성담론에 제동을 걸고 대학원 제도를 대대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늘 대학원생들이 직접 국회에서 대학원 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것과 같이 대학원생이 말하는 대학원 제도담론 형성은 그간 제도의 대상이었던 대학원생들이 제도의 주체로 거듭난다는 결코 작지 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대학원생은 대학원 제도에 있어 단순한 당사자가 아니다. 대학원 사회, 더 크게는 학계에 막 발을 디딘 그들은 일종의 사회취약계층과 다를 바 없다. 대학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하기까지, 심한 경우 졸업 이후까지도 지도교수의 동의 내지는 허락, 지원과 도움 하에 지도교수를 통과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거나 이룰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라는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동시에 대학원생은 대학원 사회와 학계가 지속하여 굴러갈 수 있도록 기능하는 메인테이너(maintainer)’이기도 하다. 조교와 학회 간사, 학생연구원 등은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인데, 이들이 없다면 대학원과 연구시스템, 학계 전체는 작동을 멈추고 말 것이다. 이렇게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은 대학원 제도, 국내연구시스템, 학계의 구조적 모순에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는 대학원생들이 겪는 문제와 이들이 말하는 대학원을 분석함으로써 대학원 제도를 넘어 국내 연구시스템과 학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고 그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이 말하는 대학원 제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2.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 문제 이해

앞서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개괄 보고에서도 충분히 언급이 되었으나, 대학원생은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대학원 제도의 다양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동시에 이에 대한 유형 정리 노력 역시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실시된 실태조사 중 하나인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청년과학자의 연구 및 학업 관련 애로요인 분석>(2018) 보고서는 청년과학자의 불편한 연구실 문화 유형을 열정페이형’, ‘워라밸파괴형’, ‘무관심/방임형’, ‘교수재량 남용(불통/독재)’, ‘인격무시/강압형’, ‘연구윤리 위반형’, ‘과도한 잡무 요구형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2300여명 중 10%를 넘는 청년과학자가 이 중 하나 이상의 유형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호소했다고 한다. 물론 대학원생이 처한 문제를 계속해서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고 다시 유형화 하는 등의 노력이 무의미하지는 않겠으나, 실태조사나 몇몇 사례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학원생의 목소리가 충분히 쌓인 만큼, 중장기적인 개혁을 고려하여 이를 정리한 기초 문서에 기반하여 논의를 진전시킬 것을 제안한다. 바로 대학원생 권리장전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2014KAIST 대학원 총학생회가 그간 수행해 온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바탕 삼아 대학본부와 함께 선언한 것이 그 시초다. 이어 같은 해에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전국 13개 대학원 총학생회 역시 전국 단위의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학원생 권리장전 표준()을 마련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수행한 후 그 결과보고서에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대학원생의 권리 유형 각각에 대해권리 침해시 조사 과정부터대학원생 대표기구 기능 명시등 그 세부 조항을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라는 분명한 기반을 마련하여 말그대로 가이드라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교육부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각 대학원에 권리장전 선언 여부를 확인하고 채택을 독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적지 않은 대학원에서 형식적으로나마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권리장전은 말 그대로 대학원생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나열하여 대학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이를 함께 존중하고 지키자고 하는 구두 약속 내지는 상징적 선언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명시된 권리를 침해하더라도 아무도 법적 조치 등의 책임을 지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모두에게 비교적 명백한 언어로 인지시킬 수 있다는 점과 자율적인 규범이기에 오히려 확장성을 지니며 대학원 사회 구성원 간 지속적인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1]에 있어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의 중장기적 개혁 이정표로 삼기엔 매우 적합한 기초 문서가 바로 대학원생 권리장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학원 제도의 문제라고 뭉뚱그렸던 여러 사례들을 대학원생 권리라는 개념하에 이해하고 대학원 제도 개혁을 대학원생 권리 보호 및 증진과 같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3.     대학원생 권리 확장: 연구윤리 및 연구비 운영관리 문제

기존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 문제 제기 방식은 누가 봐도 뻔히 문제인연구환경 실태조사를 통한 현황을 정리하고 눈에 띄게 심각한일부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주목을 받는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대학원생 권리 개념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다양한 대학원 제도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여기서는 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가짜 내지는 부실 학술대회에 대한 심층취재기사 보도에 따른 연구윤리 이슈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연구비 횡령사건과 관련한 연구비 운영관리 이슈를 어떻게 대학원생 권리 개념의 확장을 통해 다룰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1)    와셋 사태 등의 연구윤리 이슈: 학업연구권 중 적절한 지도를 받을 권리의 확장

2)    연구비 횡령 등의 연구비 운영관리 이슈: 학업연구권 중 연구 지원 인적자원 및 시설 이용할 권리의 확장

 

4.     제언[2]: 대학원생 권리 실현을 통한 대학원 제도 개선 방안

1)    대학원 등록금 및 장학금 책정 합리화

대학원 등록금은 정부에 의해 인상이 적극적으로 제재받고 있는 학부와 다르게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지급하는 장학금은 줄어드는 추세로, 이는 곧 대학원생들에 대한 경제적 처우가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계열별로 살펴볼 경우 공학과 의학을 제외하고 2016년에 전년보다 큰 폭으로 인상되었으나, 평균적으로 인상률이 1%를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학금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2%) 대학원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등에서 대학이 학부 등록금 인상에 제재를 받고 입학금 역시 폐지되면서 재정 확보의 우회로로 대학원생 등록금 및 입학금 인상을 해왔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주장에 따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래와 같은 대학원 등록금 결정 과정 및 납부 대상 합리화 방안을 도입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대학원 설립 대학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대학원 학생대표 등 대학원 이해관계자의 참석을 의무화해야한다. 현재 교육부령의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은 등록금 인상율을 학부와 대학원을 구분하여 계산하라는 조항 외로 대학원에 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정하고 있는 학생 위원이 학부생으로만 선임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해당 규칙을 개정하여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에 학부생과 대학원생 각각 따로 정하는 최소 인원 이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대학원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대학원 별도의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대학이 학부와 대학원 각각에 대해 등록금 책정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학원생의 등록금 책정 시에는 적지 않은 대학원생이 국가 혹은 산업체 연구개발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생이 연구과제에 참여할 시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인력지원비, 연구지원비, 성과활용지원비는 간접비로 책정되어 이미 연구과제 발주기관으로부터 해당 대학에 지급되므로 대학이 해당 대학원생에게 같은 명목으로 등록금을 청구 시 이중청구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 등록금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대학원생들의 장학금 실 수혜율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정보공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과 그 시행령을 통해 각 대학은 등록금 외로도 장학금 수혜 현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며, 다행히도 학부와 대학원 각각에 대해 산정이 되고 있다. 그 중 교외 장학금은 그 출처에 따라 구분되어 공시되고 있고, 교내 장학금은 명목에 따라 구분되어 공시되고 있다. 해당 명목은 성적우수장학금, 저소득층장학금, 근로장학금, 교직원장학금, 기타장학금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조교 등 근로에 대한 대가성 장학금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대다수의 대학이 대학원생 조교를 장학제도를 통해 임용하면서 성적 우수 혹은 저소득층 학생 우선 등의 조건을 두고 있어 조교로 근무하며 받는 장학금이 대학에 따라 성적우수장학금, 저소득측장학금, 근로장학금, 혹은 기타장학금으로 산정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대학원생이 조교로 근무하여 수령하는 대가성 임금을 장학금으로 인정해야하는지에 대한 여부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교 등 일정 형태의 근로 의무가 부과되는 장학금과 그렇지 않은 장학금을 구분하여 공시할 필요가 있다. , 대학정보공시 시 장학금 수혜현황에 현재와 같은 명목상 구분 외로 조교 등 근로 대가성 장학금 금액을 따로 공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원생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각 대학의 대가성 및 무대가성 장학금 수혜 현황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2)    대학원생 재정지원 방식 합리화 및 다양화

대학원생 권리강화를 위해 필요한 대학원생 재정지원 시 고려사항에 대해 몇 가지 원칙적인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첫 번째로, 조교 등 각종 대학원생 재정지원 방식에 있어 그 금액을 등록금뿐 만 아니라 최소생활비를 포함하여 책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원생 조교 제도와 비교할만한 해외 선진국 대학들의 제도를 조사 및 분석해보면, 둘 사이에 지원 금액 책정 원칙상의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대학원의 경우 대부분의 장학금이 등록금과 연동하여 등록금(혹은 수업료)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반면, 해외 대학원에서는 장학금(stipend) 책정 시 등록금 외로도 대학원생의 최소 생활비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원 역시 조교 등 각종 대학원생 재정지원 방식에 있어 그 금액을 등록금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이 필요로 하는 최소생활비를 고려하여 이를 포함한 금액으로 책정한다면 앞서 살펴본 국내 대학원생의 열악한 경제적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더불어 대학원생의 학업연구권 역시 일정 정도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대학원생의 소속 대학/학과/연구실 및 지도교수 종속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지원 방식을 개선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해외 대학원에서 Fellowship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글로벌박사펠로우십 제도가 시행중이다. Fellowship 제도는 대학원생이 재정 지원을 해당 대학이나 학과, 연구실 및 지도교수를 통해서가 아닌 Fellowship을 운영하는 재단 등을 통해 받기 때문에 경제권을 볼모로 한 부당 업무 지시 등의 각종 권력형/위계형 권리 침해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박사펠로우십 제도의 규모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재단이 아닌 여러 장학재단에도 Fellowship 형태의 재정지원 방식을 홍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이공계 등 연구실별 다수 연구과제 수행 시 학생인건비 기관별 통합관리 제도(일명 기관별 풀링제)를 적극 도입하고 더 나아가 연구비 집행과 관련한 행정업무를 연구인력(교수와 대학원생 포함) 아닌 전문 연구지원인력이 맡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연구책임자별 인건비 풀링제는 개별 교수의 연구과제 수주가 불확실할 경우 해당 교수 아래에서 학생연구원으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의 인건비에 불안정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지급 여부 및 규모가 연구책임자(주로 지도교수)에 의해 결정되어 대학원생의 지도교수 종속성을 강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원생이 연구과제참여에 따른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합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연구비 집행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관별 풀링제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4개 과학기술원에서 도입중인 Stipend 제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현실화 되었는데, 차후 과학기술원 외 타 대학으로의 확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3)    대학원생 알 권리 및 참여권 개선, 권리장전 실효성 제고

더불어 대부분이 사립인 국내 고등교육 체계와 더불어 다른 교육 및 연구기관 과 달리 대학원은 학문 생태계의 중요한 일부로서 보다 분명하게 자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 차원의 법률 내지는 규정 외로도 각 대학원에서 자율적으로 대학원생 권리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히 대학 자치라는 명목으로 제도적 개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대학 자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 노력으로 2017년 말 기존 사립대에만 설치가 의무였던 학생대표가 당연직으로 참석하는 대학 평의원회가 국·공립대에도 설치되도록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예로 들 수 있으며, 최근 2018 4월에는 총신대 총장의 여러 비리를 두고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벌여 해당 대학 이사회에 파면을 요구한 것 역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대학원생의 학내 의사결정 및 거버넌스 참여권을 보장하고 확대하여 교수-대학원생의 도제식 종속적 관계를 집단적인 수준에서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KAIST 인권벨트 내지는 대학원위원회 사례를 참고하여 보직교수와 대학원생 대표 간에 수시로 대학원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할 경우 학내 갈등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어 대학원 분위기를 저해하는 등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앞서 등록금심의위원회나 정보 공시 등을 통한 등록금 및 장학금 책정 과정에 대한 대학원생의 알 권리 및 참여권을 언급한 바 있으나, 대학원생의 알 권리 및 참여권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넘어 인권 관련 위원회(인권센터 운영위원회 등), 중장기발전계획 수립위원회, 평의원회 등으로 광범위 하게 보장될 필요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대학원생 연구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연구 환경 및 인권/권리 관련 지표를 설정하여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반영하여 예비 대학원생들이 해당 사항을 고려하여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원 이 학생 유치를 위해서 연구 및 인권환경을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14년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을 통해 적지 않은 대학들이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 및 채택하였으나, 여전히 제정 및 채택을 하고 있지 않는 대학들이 많고, 했더라도 권리장전 제정 및 채택 여부와 권리장전에 명시된 권리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강제성을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제외하고서라도 권리장전의 실효성을 제고할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현재와 같이 반년 주기로 교육부에서 계속하여 권리장전 채택 및 제정 여부를 조사하여 이에 대한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원생 권리장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의 권리장전에 적힌 각종 권리 항목에 대한 인지 및 이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권리장전을 채택 및 제정한 대학원은 대학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권리장전 전문을 항시 공개하여 해당 내용에 대한 논의가 대학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도록 홍보하여야 하며, 신입생 입학식 및 신임교원 임용식, 재학생 및 교직원 인권교육 등의 자리를 통해 권리장전의 내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원생과 교수가 공동 선언을 한다거나 개별적인 권리장전 준수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퍼포먼스 또한 대학 내 구성원 상호간의 권리와 의무를 확인하 고 증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대학원생 권리장전의 의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 제정에 힘쓰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대학원생 인권장전 제작에도 참여한 이우창 선생의 글을 참고하라. http://begray.tistory.com/347 (대학원생 권리장전: 역사, 의의, 전략과 쟁점. 2016.3.10.)

[2] 본 발제문의 제언 부분은 발제자가 참여한 교육부 정책연구용역과제의 최종보고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 연구> (김소영 외, 2018)에서 상당 부분 가져왔음을 밝힌다.


대학원생 인권 및 권리 문제는 내 연구 및 관심 분야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계속 개선해야할 문제인만큼 교육부 과제 이후로도 후속 작업 및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아마 이 기고문이 후속 활동 중 첫번째일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대학신문에 계시는 김정현 기자님과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글을 기고할 기회를 얻었다. 보고서에 담지 못한 생각이나 제안을 세상에 좀더 알리고 싶었다. (물론 과제수행이 끝난지 두달이 되어가는데도 보고서 최종본 제출을 거부(?) 당하고 있어 보고서보다 기고글이 더 빨리 나오고 있다...) 신문에 실린 버전을 보고싶다면 링크(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88490)에서 볼 수 있다. 비교하면 알 수 있겠지만 신문사 교열 및 편집 과정에서 표현이나 일부 문장이 삭제되어(분량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아래 버전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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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기고문(2018.4.20.)

 <대학원생의 미투, 교수의 위드유: 교수들의 특별한 위드유 운동을 제안합니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전준하

 

착잡한 6개월이었습니다. 지난 10월에 시작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가 두 번의 연장 끝에 4월에 끝났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이후에도 하루가 다르게 대학원생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는데, 전에는 단지 분노하거나 한숨과 함께 넘겼을 사례들이 이제는 책임지고 응답해야 하는 요청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연구를 진행하면서 응답해야 할 대상은 각각의 인권침해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원생 인권침해 문제는 최소 국내 대학원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90년대 중후반부터 20년간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지요. 개별 사건이 아닌 국내 대학원이 문제였고, 이에 대해 응답해야했습니다. 착잡한 20년이었습니다.

 

착잡한 20년을 만든 건 착한 대학원생들과 착한 교수들이었습니다. 착한 대학원생은 인권을 침해당해도 참았습니다. 참지 못한 대학원생은 더 이상 대학원생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떠난 대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하지 않는 대학에서 착한 대학원생들은 자조할 뿐이었습니다. 한편, 착한 교수들은 대학원생의 인권을 침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일이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가끔씩 난 아니야라고 항변할 뿐이었지요. 대학원생도 교수도 계속 착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더 이상 착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자 대학원생들은 대학 밖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기자를 만났고, 변호사를 만났으며,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만났습니다. 여론에 호소했고, 총장 또는 교수를 사법기관에 고발했으며, 정책을 제안하고 법률을 발의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대학의 변화를 요청했을 때, 응답은 대학이 아닌 대학 밖에서 들려왔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대학원생들은 대학에 남기 위해 대학 밖으로 나와야만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 역시 대학이 아닌 교육부가 발주한 것이었습니다. 연구결과는 대학원 담당 조직이 따로 없는 교육부의 손을 거쳐 법률 등의 형태로 정책이 되어 대학에 적용될 테지요. 이를 감안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그 정책이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이런 정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학이 진정으로 변하기 위해선 대학 안에서 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원생들이 어쩔 수 없이 대학 밖에서 미투(Me too)를 외쳐왔다면, 이제는 교수들이 대학 안에서 나설 차례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대학원생의 인권 보호, 더 나아가 인권친화적인 대학 만들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교수님들께 조금 특별한 위드유(With you) 운동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읽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다면 소속 대학이 채택한 대학원생 권리장전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이하 권리장전)을 찾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권리장전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등 분명한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이른바 공인된 대학원생의 권리를 명시한 문서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위드유 운동은 이 권리장전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교수님이 권리장전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겠다는 다짐을 공표하는 것만으로도 대학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권리장전에는 총 12개 항목이 있는데, 이를 꼭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권리장전에 동의하지 않는 항목이 있거나 보다 명확히 하고 싶은 항목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해 간략한 견해를 작성하여 공유해주십시오. 지도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공유하되, 더 나아가 이를 교수님 본인 혹은 연구실 웹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인권침해를 당했거나 당할까 두려워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동행의 표시가 될 것입니다. 대학원생들을 다시 대학 안으로 불러와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보다 서로 존중하는 대학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 그간 공론화되지 않았던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교수님, 대학원생들이 용기내어 미투(Me Too)를 외칠 때, 입을 닫거나 낫미(Not me)라며 회피하지 말고 대학원생 권리장전과 함께 위드유(With you)라고 대답해주십시오.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보장되는 대학원을 만드는 데에 함께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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