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취직을 하겠다고 한 교수님께 말씀드렸을 때, 교수님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3년 동안 일하면서 박사학위논문 하나 써서 복학하자마자 졸업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지금도 학적은 유지해놓고 있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웃어넘겼다. 하지만 교수님 말씀대로 회사 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여러 문제를 대학원에서 배운 과학기술학(STS) 관점으로 바라보고 계속해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렇게 2년 여가 지났지만 논문은 커녕 짧은 글 하나 쓰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만, 혹은 여기저기 짧게 노트만 해놓은 생각들 뿐인데, 그래도 한번쯤 정리를 하다보면 정말로 연구를 이어갈만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해본다.

내 첫 회사는 게임을 재활에 접목한 의료기기를 만들어 판다.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손과 상지 재활을 돕는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 재활치료는 보호자 도움을 받아 힘들게 병원에 가거나 (외래) 병원에 머물며 (입원) 의료진 감독 하에 재활운동을 하거나 도수치료를 받는 식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뇌졸중과 같이 만성질환에 있어 재활치료는 꾸준히 오랫동안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성질환에 있어 '치료'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다), 앞서 언급한 재활치료 과정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환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재밌게 재활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들면 환자들이 보다 만족스러운 재활 경험을 할 수 있고 또 그 효과 역시 커질 것이라는 생각 끝에 제품들이 탄생했다. 결국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지만 그래도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충분히 의미있다고 공감했기에 입사를 결정했다. 재활의학 혹은 재활공학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나였지만 그렇게 의료기기 제조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기술전략&재활리서치팀'. 회사에서 처음으로 받은 명함에 쓰여있던 내 소속이다. 이름만 보면 속된 말로 '간지'가 나지만, 결국 내 업무는 연구개발과제 기획과 관리였다. 대학원에서 질리도록 하던 일이라 회사에서 해당 직무로 제의가 왔을 때 바로 거절하려했지만,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원하는 데이터 분석 직무로 변경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1년 정도만 참자 생각으로 입사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과제 기획을 위해서는 회사가 다루는 뇌졸중 등 뇌신경질환과 재활의학 지식이 필요했기에 일 때문이 아니었다면 공부하지 않았을 내용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이후에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을 때도 이 때 공부해 놓은 지식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고령화라는 앞으로 어느 나라든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전보다 깊게 해보았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고 남긴 감상도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썼다.

다른 한편으로 석사 때 연구했던 연구개발정책과 산학협력정책을 연구자나 정책입안가 관점이 아닌 실제 산업계 현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과제를 담당하는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편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에 지원하는 건 물론이고 동시에 여러 과제를 수행했다. 회사 특성상 어떤 산업군에 속한다고 딱 집어 말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과제에 지원할 수 있기도 했고, 창업을 주도한 CTO가 대학교수로 있다보니 대학이 주도하는 연구과제에도 회사가 주도하는 연구과제에도 산학협력을 내세우며 자유자재로 끼워맞출 수 있었다. 또 워낙 항상 급하게 기획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했기 때문에 과제 수주 성공률이 높진 않았지만, 회사와 대학 외로도 각종 병원이나 국립재활원과 같은 공공기관과의 협업이 잦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최소한 서류상으로는 정책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부문 간 협력 사례라 할 수 있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개발자(HW) 분들은 우리 팀을 두고 진담반 농담반 사실상 재원조달 부서라고 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원 중 적지 않은 숫자가 과제 인건비로 월급을 받고 있었고, 과제를 하다가 남거나 부족한 연구개발비를 적절히 재분배해서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했다. 한 임원은 1억짜리 과제를 따는 것이 매출 1억보다 효과가 크다고도 했다. 과제비로 쓰는 인건비나 연구개발비 등은 모두 과제가 아니였다면 회사가 그만큼 수익을 내야만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과제비에 비례하게 일정 비율을 회사가 부담해야 하므로 1억 과제가 영업이익 1억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실제로 회사가 어렵던 창업 초기 시절 지금의 주력제품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개발과제 덕분이라 했다. 그렇게 수업과 논문에서만 접했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의의를 피부로 경험할 수 있었다.

더불어 기사를 통해서 들었던 'R&D 좀비기업' 이슈 역시 보다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공기업이 아닌 다음에야 결국 기업은 자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서 존속하는 것이 순리이다. 반면 지속가능한 사업을 꾸리는 대신 정부 연구개발사업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R&D 좀비기업이라 부른다. 연구개발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인데, 주로 높은 성공률 대비 낮은 사업화율과 같이 자금의 비효율성을 문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비효율성이라는 단순한 단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때문에 문제는 복잡하다. 효율을 투입 대비 성과로 계산한다고 할 때,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있어 투입은 단순히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연구개발비 예산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한 연구개발사업이 탄생하기 위해 들어가는 정부 부처와 각종 연구개발 관리전문기관, 그리고 산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동력은 물론이고, 사업이 만들어져 수행주체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들어가는 각종 관리비용이 적지 않다. 내가 속했던 기술전략팀이 수많은 기획서를 작성하며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또 그 중 대다수 과제에서 떨어진 기억을 떠올려보면 투입을 따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과는 더 계산하기 어렵다. 한 기업이 과제 수주에는 성공했지만 사업화에는 실패했다면, 단순히 이를 손실로 볼 것인가? 이것이 이른바 '성실 실패'라면? 해당 기업이 실패를 경험삼아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성공한다면? 조금 더 현실적이면서 까다로운 문제를 들어보자. 한 업체가 사업 취지에 맞춰 울며 겨자먹기로 계획서에 인공지능도 껴넣고, 사물인터넷도 껴넣고, 5G도 껴넣었지만 막상 실제 사업할 때는 이런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들 없이 사업화에 성공했다면 이것을 성과로 쳐야 하나? 과제비 절반을 써서 계획서에 쓴 대로 구색만 맞춰서 제출하고 다른 절반은 빼돌려 다른 기술을 개발해서 성공한 경우는 어떤가? 성과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잘잘못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단지 회사원으로서만 접했다면 그저 순응하거나 꼼수를 부려 피했을 제도들을 정책연구자 입장에서 다시 해석하며 수많은 딜레마에 부딪혔다. 아무리 단단한 이론과 실증 연구에 근거한 정책이더라도 현실에서는 정책이 상정했던 이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이를 머튼이 얘기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로 분류해서 어떻게 줄이고 다시 '의도에 맞게' 조정할 지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 시행됨과 동시에 이해관계자가 모두 그 정책에 맞게 행위를 바꾼다면 정책의 의도 역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그렇게 정책대학원에서 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하다 회사로 나와 그 대상이 되고서야 첫번째 깨달음을 얻었다.

정책은 사회가 가지는 역동성을 제어하기보다 그 움직임을 추적하며 끊임없이 의미를 발굴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진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짓는 노력만큼이나 바보같은 짓도 없을 것 같다. 나는 학부 입학 후부터 꾸준히 과학기술정책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뭘 알고 그랬다기 보다 그냥 '과학기술정책'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면 좋아라하고 관심에 두었다. 내 정체성의 일부로 여겼달까.

그렇게 학부 부전공을 하면서 접한 과학기술정책은 결국 같은 대학에 있던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연 수업들이었으니, 대학원에서 의도한 바대로(?)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을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나는 여전히 학문분야로서의 과학기술정책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름 과학기술정책으로 유명한 해외 대학원 프로그램을 살펴보더라도 대학마다 강세를 띠는 분야가 있을 뿐 다들 여러 학문분야의 집합이다 (아래 0번 항목 참고). 그러니 다른 학문분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과학기술정책 관련 대학원은 특히 랭킹을 염두에 두고 대학원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아래 내가 대충 작성한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할 수 있는 국내 대학원 리스트는 참고만 하시라.

0. 해외 유명 대학

전통적으로 영국의 두 개 대학(Sussex SPRU, Manchester MIOIR)에 더해 매우 주관적인 평일 수도 있겠으나 미국의 Georgia Tech SPP가 잘 알려져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규모가 엄청 크다는 것이다. 다른 학문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기술정책과 같은 넓은 범위의 응용학문에서 대학원 규모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굉장히 크다. 큰 제한없이 자유롭게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연구주제나 방법 등을 정할 수 있다는 점과, 대학원 자체가 하나의 허브가 되어 여러 학문적, 직업적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 SPRU(Science Policy Research Unit), University of Sussex 

http://www.sussex.ac.uk/spru/

일단 오래되기도 했고(2016년에 5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그만큼 alumni 풀도 넓다. 우리나라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요즘 Energy & Sustainability policy에 역점을 두는 것 같다. 세칭 Innovation studies라고 불리는 분야(역시 과학기술정책만큼이나 범위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대충 암묵적으로 정해진..?) 최고 저널인 Research Policy의 뿌리이기도 하다.

- MIOIR(Manchester Institute of Innovation Research), University of Manchester

http://www.research.mbs.ac.uk/innovation

SPRU와 마찬가지로 50년 정도 역사를 자랑하는데, 이전에 있었던 PREST와 CRIC가 합쳐지면서 2007년에 새롭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 한다. SPRU와 마찬가지로 alumni 풀이 넓고 우리나라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애초에 맨체스터 대학이 비즈니스 스쿨로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느낌상 SPRU에 비해 좀더 management-ish하다. 

(실제로는 4개 분야로 research theme을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 1) INNOVATION MANAGEMENT & COMPETITIVENESS, 2) EMERGING TECHNOLOGIES DYNAMICS & GOVERNANCE, 3) SCIENCE, TECHNOLOGY & INNOVATION, POLICY & ORGANISATIONS (STIP), 4) SYSTEM TRANSITIONS AND SOCIETAL CHALLENGES)

- School of Public Policy, Georgia Tech 

https://spp.gatech.edu/

검색하다보니 이런 quora 질문-답변이 눈에 띄는데(https://www.quora.com/What-are-the-best-and-most-well-regarded-graduate-level-programs-for-science-technology-policy), 사실 이런 거는 정말 미국에 있는 사람들 말고는 알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답변하는 사람 말마따나 미국에는 워낙 학교가 많다보니 과학기술정책을 한다 하더라도 대학별로 강세를 보이는 특화 분야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몇 없는 과학기술정책 분야 국제학회가 2년마다 한 대학에 의해 그 대학이 있는 곳에서만 나름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면? 그 대학을 대표 주자라고 불러도 큰 오류가 없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Georgia Tech이며, 학회 이름은 지명을 앞세운 Atlanta Conference다. (http://www.atlconf.org/)

앞서 쓴 두 영국대학과는 다르게 이름에 대놓고 과학기술정책이라고 하지는 않는데, 공대라 그런지 내가 알고 있는 한 faculty 대다수 연구주제가 과학기술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조지아텍 역시 Scheller College of Business가 유명한데, 맨체스터와 달리 SPP가 Business 대학 소속이 아니라서 필요할 때 협력이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도 이건 장점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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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국내 대학의 경우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분류가 어떤 우위를 암시한다거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말그대로 해당 대학이 '과학기술정책'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 아니면 세부전공으로 과학기술정책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는지만 나누었다. 어쩌다보니 후자에 협동과정으로 개설된 대학원 과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긴 한데, 이건 사실 당연한 현상 아닌가 싶다. 다른 전통 학문을 하더라도 과학기술정책 전공 못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깐...(오히려 그게 나을지도...)

1. '과학기술정책' 명시 국내 대학 


-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일명 'STP') 

https://stp.kaist.ac.kr/

- UST 과학기술경영정책 전공

https://www.ust.ac.kr/policy.do

-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http://hystp.hanyang.ac.kr/


2. 세부전공으로 '과학기술정책' 가능 국내 대학

-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일명 '과사철')

http://phps.snu.ac.kr/ver3/

-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https://ss.jbnu.ac.kr/

-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일명 'TEMEP')

http://temep.snu.ac.kr/

-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협동과정

https://sts.korea.ac.kr/ (과거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site/stskoreauniv/)

- 부산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과정

http://cafe.daum.net/pnusts

- 부경대학교 과학기술정책 협동과정

http://stp.pknu.ac.kr/ko/

-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과학기술정책전공

https://gnppcnu.org/new/sub02/sub02_0203n.php


3. 그 외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http://itpolicy.seoultech.ac.kr/

워싱턴 DC에서 싱크탱크 인턴으로 일하며 경험한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DC의 싱크탱크 생태계다. 비슷한 표현을 내 자기소개서나 대학원 sop 등 여러 군데에서 써먹기도 했는데, 적어도 수십개의 싱크탱크가 정책연구보고서를 내놓고 토론회를 열고 로비 활동을 하면서 일종의 정책 시장을 형성하는 모습을 나는 굉장히 부러워했다. 민간 싱크탱크가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정부 부처나 출연연이 직접 혹은 용역을 통해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에 비하면 미국에는 말그대로 선진형 정책연구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DC에서 내가 본 것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항상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때마침 대학원 내에서 <과학뒤켠>이라는 학생잡지 발간 모임이 구성되어 작게나마 이를 통해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계획은 이랬다. <과학뒤켠(Behind Sciences)>이라는 학생잡지에 'Policy Section(정책섹션)'을 고정 섹션으로 두고 거기에 Short Policy Review라는 항목을 만들어 매 회 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같은 출연연이나 정부 부처 산하기관에서 발간하는 과학기술정책 연구보고서를 리뷰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학뒤켠 정책 섹션장을 맡게 되었고, 2호까지 발간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래 내가 작성했던 섹션 소개글을 옮겨놓는다. 

"과학기술은 일부의 것만이 아니다. 

[정책] 섹션에서는 흔하고도 뻔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 게 연관되어 있다’는 명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자 한다. 바로 ‘과학기술의 공공성’이다. 과학기술이 정책의 목적이 되기도 하고, 동시 에 정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과학기술의 공공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중요하게 논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과학기술 분야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가 곧 관료나 정치인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 과학자나 다른 정책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까? 모두가 불만족스러워하는 과학기술정책,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며칠 사이에도 수많이 열리는 정책토론회, 쏟아져나오는 정책 보고서 및 연구결과… 결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나 필요한 ‘자료’가 부족하지는 않다. 다만 그 자리들과 자료들이 충분히 피드백을 받아 선순환적 정책 발전 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깊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뒤켠으로 사라져버리거나, 주목을 받았지만 특정한 관점에서만 논의된 여러 과학기술정책담론들을 조명하는 것, 과학뒤켠의 정책 섹션이 수행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2016년 4월 총선 전에 각 정당별 '과학기술' 담당 후보들이 KAIST에 방문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었다. 해당 토론회 후기를 겸해서 쓴 글인데 이미 총선 결과가 나온 6월호에 실려 시의성을 잃은 글이 되어버렸지만, 당시 내가 갖고 있던 '과학기술'이 국내 정치에서 소비되는 양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는 글이다.

해당 권호에 해당하는 POKAS ON 웹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pokas.dna20.net/viewer/split_document.php?doc=12f0f4098a5738ec5080f38a1f817884.pdf&title=POKAS%2520ON%2520vol%252014%2520%25202016%25EB%2585%2584%25206%25EC%259B%2594%25ED%2598%25B8)

참고로 POKAS ON은 포스텍-카이스트-서울대 이공계대학원 공동 웹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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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이 총선을 대하는 자세>

다니는 대학원의 이름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오해를 사곤 한다.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사람들이 말하는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즉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 큰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주변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길게 설명을 하고 다녀 이제는 어느 정도 그 혐의(?)를 벗었지만, 여전히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커서 정치하는 거냐고 묻곤 한다. 거기에 대고돈과 명예가 뒤따르는 자리인데 불러주면 어찌 가지 않겠느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가 진지하게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정치를 할까봐 노심초사하고 계신다. 내 주위 사람들의 이러한 의심과 걱정은 얼마나 사람들이 정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몇몇 지인들은 공대 출신인 네가 정치인이 되어 제대로 된 과학기술정책을 입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더 나은 과학기술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현재 다니는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맞지만,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제 갓 대학원에 새로 들어온 내 입장에서 그런 말은 앞서 언급한 오해들만큼이나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부탁(?)에 지금 대통령도 공대 출신이라고 대답을 하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 지인들은 그래도 정치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는 별 생각이 없지만) 나를 두고, 또 정치를 두고 사람들은 서로 반대되는 감정을 표하곤 한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 치뤄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과학기술계의 분위기에서도 두 감정이 병존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에 크고 작은 문제가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과학기술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보통 그 원인으로 많은 정책입안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문사회계, 즉 문과 출신이라는 것이 지적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을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들어왔으니,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 12월 발족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이하 대과연)은 온전히 이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과연은 올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전문가 국회의원 후보공천을 요구하며 서명운동과 함께 각 정당에 20여명의 과학기술인 추천 명단을 전달했다. 대과연은 2012 19대 총선 때도 같은 활동을 한 바 있다.

대과연이 진행한 서명운동 성명서를 일부 인용하자면, “과학기술인은 여전히 국정의 변방에 머무르는 현실…(중략)…과학적 합리성과 풍요로움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꽃 필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들도 국정의 핵심에 서야…(중략)…우리 500만 과학기술인들은 제20대 국회에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많이 진출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각 정당이 비례대표에서 일정 수 이상, 지역구 의원에서도 우선적으로 과학기술인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인들이 취한 모습 하나는 바로 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 당선에 대한 요구 및 염원이었다.

이후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및 지역구 후보 공천이 완료된 4월 초, 과학기술인 출신 후보들을 KAIST에서 열린 <이공계 대학생과 함께하는 20대 총선 정책토론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서는 당선권에 있는 비례대표 후보들(각각 19, 7, 1. 총선 결과 이중 새누리당 조명희 후보는 낙선했다.)을 내보냈고, 정의당에서는 대전 유성을 후보가 참석했다. 여러 학교의 학부 및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관한 만큼, 학내 자치, 이공계 학생 노동권 및 인권을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고, 이후 후보들이 각 정당의 이공계 공약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가 끝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 후보들은, 특히 비례대표 후보들은 오히려 그들이 과학기술인 출신이기 때문에 이공계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걱정과 고민거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이 이미 과거에 겪었던 학생들의 문제의식에 공감은 표했으나, 그게 다였다. 어찌 보면 그것을 보기 좋게 이겨내어 지금의 자리에 서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이 발표한 과학기술분야 공약 역시 정당 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놓고 말해 굳이 과학기술인 출신 후보들이 아니어도 저런 공약은 낼 수 있겠다 싶은 수준이었다. 과학기술인 출신 후보들이기 때문에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 학생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목격한 과학기술인들이 총선을 바라본 또다른 모습은 바로 후보들이 과학기술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과학기술인이기 때문에 실망한 모습이었다.

사실 대과연이 진행한 서명운동 및 과학기술인 추천 과정 역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서명운동은 2월에 진행되었고, 대과연에서 만든 추천 명단은 3월 초중순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공개되지 않은 채로 각 정당에 전달되었다. 해당 서명운동의 요구가 곧대과연에서 추천한 과학기술인들을 공천하라는 목소리로 이어질 소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과연은 추천 명단을 공개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해당 명단을 만들기도 전에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런 대과연의 활동 기저에는그저 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이 나오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깔려있음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많은 ‘500만 과학기술인들중 누가 국회의원이 될 것인지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왜 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명확히 한 후, 그에 알맞은 과학기술인이 국회의원이 되도록 힘쓰는 것이 더 올바른 애드보커시 활동일 것이다. 누구를 과학기술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답도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왜 필요한지에 대한 핵심 문제의식조차 명확하지 않다면 굳이 몇명의 국회의원 후보가과학기술인 출신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후보의 배경과 경력은 그 사람을 평가하고 또 그에 대해 판단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것만 고려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정치의식을 증명하는 꼴이다.

최근 SNS를 통해 현 캐나다 총리가 기자의 즉석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유창하게 설명하는 영상이 많은 관심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캐나다 총리는 영문학과 출신이다. 반면 어떤 나라의 공대 출신 대통령은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가 내장된 신발을 보고 다음과 같이 물어봤다고 한다. “이거 인공지능이에요?” 과학기술인들이 총선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KAIST STP(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지원할 떄도 썼듯이, KAIST에 진학할 때부터 이공계 위기라거나 연구개발정책 등 이공계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에 나름 관심을 갖고 해결에 힘쓰는 과학자(or 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과학기술정책학 부전공을 선택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니깐,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생각이 없었단 말이다!!!

그랬던 내가 방향을 틀어 과학기술정책을 본격적으로, 공식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건....음 그 때부터 계속 할까 말까 할까 말까했던 것 같긴하다. 정확히 언제 어떻게 확정을 지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게 내가 처음 과학자(공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정(?)을 할 때도 그랬듯이 조그마한 관성으로부터 시작해서 멈추기 힘든 지점에 다다르면 내 자신이 "내 갈 길은 이거구나"라고 수긍하는 그런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 같다. 

그놈의 관성!!

어쨌든! 그렇게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워싱턴에 갈때까지 당장 학부 졸업 후 어떻게 할지 생각을 안했다. 한편으로 그냥 KAIST STP 진학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진짜 생각을 안했다. KAIST STP의 단점 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광화문에 있었을 때는 정신이 없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래서 워싱턴에 가서 잠깐 내 미래를 생각했을 떄 정말 깜짝 놀랐다. 당장 서원 졸업하면 한 학기가 남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귀국하자마자 원서 쓰고 영어 점수 만들고 해야하는 게 아닌가! 내가 왜 이때까지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나 자신을 많이 원망하면서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 근데 그 고민은 사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즉,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려면 어느 대학원을 가야하나?"

1.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2000년대 초부터 한국과학기술학회 창립, STS 서적 및 논문 발표 등 과학기술정책의 상위 학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STS의 중심인(혹은 이었던) 서울대 과사철이 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에 STS를 들여오고 꼭 과학교육에서의 STS가 아니라 그 학문으로서, 교양과 상식으로써 STS가 자리잡도록 한 데에는 과사철이 큰 공헌을 했음에 틀림없다. 대표적으로 홍성욱 교수님이 있고, 과사철 졸업 후 STEPI와 KISTEP에 간 분들도 꽤 있고, 또 STS 대중서적 및 교과서를 집필한 사람들 중 과사철 졸업생이 굉장히 많다.

이것 자체가 하나의 큰 장점인게, 그만큼 동문이 많이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나름 역사가 깊기 때문에 커리큘럼도 안정되어 있을 것이고, 인지도도 높을 것이다. (이런 평가는 사실 내 주관적인 평가라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다녀본 것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없어서...)

반면 여전히 협동과정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학교에서 비슷한 과정이 신설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지적 역시 유효하다. 홍성욱 교수님도 따로 과사철 소속이 아니라 정식으로는 생명과학부 교수라는 사실도 그것 때문이다. 협동과정이 확실히 따로 전임교수들로 구성된 대학원보다 부족한 점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직접 체험해보진 않았지만 글쎄, 정부 구성에 있어 특정 부서가 '부'로 격상되거나 '처'로 격하되었을 때 이해관계자들이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원리지 않을까.

또한 과사철을 졸업하신 분들이 공부를 했을 때는 우리나라에 관련 학과가 별로 없기도 해서 과사철로 모여든 효과가 있었겠지만 뒤에서 더 설명할 여러 대학원 과정들이 나름 겹치거나 특화된 분야를 다루면서 과사철이 예전만큼은 못하다라고 하기도 한다.

2. 서울대학교 TEMEP(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이 과정을 소개받은 건 워싱턴에서 STGlobal이라는 STS 분야 석박사 학생 컨퍼런스에서 만난 KAIST STP 선배를 통해서였다. 그 전에는 듣도보도 못했는데, 막상 그 선배를 통해서 듣고 조금 찾아보니 많이 끌렸더랬지...

과학기술정책을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항상 어느 정도 "기술경영(MOT)"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더더욱 말이다. Management=경영이라고 봤을 때, 국가'경영'이라는 말을 써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고, 실제로 쓰기도 하는 것처럼, 정책과 경영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 나는 그 다른 무언가를 "공공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주로 정책은 Private sector보다 Public-Government Sector에 쓰고, 반대로 경영은 Private Sector(대표적으로 기업)에 쓰기 마련이다. 물론 바꿔서 써도 아주 이상하지는 않지만(국가경영, 기업의 정책-기업정책이라고 하면 국가의 기업에 대한 정책으로 읽히긴 한다.) 말이다. 

어쨌든, 내가 TEMEP에 끌렸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가의 (특히 우리나라의) "기술혁신정책"은 기업의 "기술혁신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내 사견으로는.....)

보통 정책과 경영의 차이를 공공성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이익 중시 위주 여부로 나눈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술혁신정책 및 경영에 있어서는 둘이 큰 차이가 없다. 국가나 기업이나 기술을 통해 "이익을 뽑아내려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특정 기술분야, 예를 들어 IoT라던가 무인자동차라던가에 국가가 얼마를 투자하겠다라는 정책을 세우는 건 삼성이나 현대차가 R&D에 투자를 늘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 내가 계속 '특히 우리나라는'이라고 붙이냐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이라는게 역사적으로 이런 종류의 기술혁신정책이 주를 이루고,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TEMEP 졸업 후에 과학기술정책을 다루는 연구원 등에 들어간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흔히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 생각한다"라고 하는 비판이 유효하지만서도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그런 방식의 정책을 통해 나름 성공했기 때문에 쉽게 그 관성을 버리지 못한다. 

물론 나는 그런 거-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 삼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할 것이라면, 또 해당 분야에서 일자리를 잡으려면 TEMEP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있었다. 과사철 만큼이나 역사가 있고, 따라서 인지도가 높고 동문이 많고 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학위가 행정학, 경제학, 공학 이렇게 세 개 중 하나를 골라서 받을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있다. (물론 나는 군 문제로 공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뜻은 나름 세 가지 분야의 커리큘럼이 짜여있다는 것이다. 과사철에서 경제학이나 행정학을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꽤나 큰 장점이다.

그러나, 우리학교에서 TEMEP으로 진학한 여러 선배들의 말을 종합해봤을 때 TEMEP에 계시는 여러 교수님들이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연구분야로 삼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지도교수와 그 지도교수의 연구분야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내가 원하는 강의는 잘 골라들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았다.

다녀보지도 않고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보다 TEMEP을 다니고 있으신, 혹은 다닌 적이 있으신 선배의 이메일을 인용하는게 빠르겠다.  

"기대하시는 정책설계, 정책입안, 정책연구가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잘 모르고 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언급한 부분들은 실무적인 느낌이 강하게 나는것 같은데 실제 이곳의 연구는 실무적인 느낌이 크지 않습니다.


대학원간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논문을 읽어보라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각 대학원에서 퍼블리시 된 논문들 (교수 이름으로 검색) 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경우, 수요예측연구를 하는데, Bass 1969 논문을 바탕으로 한 기술확산 연구 흐름과 교통분야에서 처음 시작했던 이산선택모형 (discrete choice modelling) 을 통한 수요 예측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수요예측연구는 정책입안시, 혹은 기업의 신제품 출시 시에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할지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만 국내에서 적극적인 실무 적용까지는 아직 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학교 내의 또 다른 분야의 경우 정보통신 정책 또는 기술사업화 대한 일반연구 (설문을 통한 SEM 이나 econometrics 의 regression) 를 하는 연구실, 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실, 조직관리를 연구하는 연구실, 거시경제 동역학 모델링 연구실 등이 있습니다.

이미 얘기했지만 우리 대학원 내에서도 교수간 연구분야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려면 각 연구실에서 퍼블리시 한 논문 들 중 괜찮은 저널에 실린 최근논문을 두편정도 읽어보는 것이 가장 그 연구실의 핵심연구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학부생 수준에서는 논문을 어차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최소 인트로나 컨클루전을 읽어보고 내용을 파악해보길 바랍니다.  본인이 향후 박사 이상의 커리어를 선택하려면 해당 분야에서 최소 5년 이상 수학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논문을 읽어보고 진로를 선택하길 바랍니다. 또한 이곳은 면접 때 교수들께서 이 분야가 어떤연구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선발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관심분야 교수들의 논문을 미리 읽어두는 것이 자소서 작성과 면접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말했듯이 STP 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비교를 배제한 이쪽대학원의 장점을 얘기하자면 종합대학의 대학원이고 융합과정이기 때문에 수업의 폭이 인문학부터 공학 통계까지 넓데는 점이 최대의 장점인것 같습니다. 단점이라면 융합학제이기 때문에 연구방향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향후 진로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새로 생긴지 얼마 안 된 분야이기 때문에 교수자리가 생기고 있다는 점, 많이 생기지 않아 이미 포화상태가 되었다는점이 있겠네요. 어쨋든 전통학제보다는 기회가 눈꼽만큼 더 있다는 점은 명확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STEPI 나 KISTEP 으로 진학한 선배들이 너무 많아서 현재는 그쪽에서 우리 대학원 박사를 잘 안뽑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1. 서울대 TEMEP와 카이스트 STP는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것 처럼 카이스트 STP academia 양성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서울대 TEMEP는 산업체, 국방, 국가연구소에서 일을 할 때 학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학위를 주고, 관련업종으로의 취업을 연결시켜주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2.TEMEP에서는 KISTEP이나 STEPI등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알룸나이들이 이미 진출해 있고, 급하게 연구 인력이 필요할 때 알룸나이 연락망을 통해 연락이 오며, 사실 연구소에서는 공개채용보다 지인추천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에(공개채용 공고를 올려놓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추천인을 받아 추천인 중에 선발하고,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원서는 reject) 훨씬 더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3.KAIST TEMEP은 문화적 차이가 많습니다.

학문을 공부하는 분위기라기 보다는 networking을 형성하는데 더 목적을 가지고 계신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공부와 연구는 교수님 및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보다는 스스로 할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교과목 운영도 카이스트 STP에서 수업을 들으셨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커리큘럼의 구성이 체계적이지 않고, 과목과 과목사이의 연관이 크지 않으며, 제 경험으로는 실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STEPI에서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4. TEMEP에서는 국가연구소와 함께하는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학과 내의 커리큘럼이나 수업, 연구활동이랑은 "상관없이" "별개로", 가끔 여러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소에서 파트타임 등으로 연구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합니다.

전준하학생 같은 경우에는 이쪽 프로젝트에 참여하여서 연구 경험을 쌓는다면 바라는 공부가 되겠네요.

이것은 학교 내 커리큘럼과는 상관 없이 networking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KAIST로 돌아온 이유

TEMEP에서는 학과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구분야 외의 분야에 대해 연구해나가기 힘듭니다. 알룸나이 네트워킹이 TEMEP의 최대 장점인데, 이 최대장점을 살릴 수 없는 분야의 연구를 원하면, 커리큘럼도 교수진도 학과제도도 여러가지로 학생이 힘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TEMEP에서 연구하기가 힘든 환경적 여건과,저는 카이스트의 자유로운 문화를 좋아하기때문에 카이스트로 돌아왔고,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선배들의 메일을 받고 한편으로는 더 TEMEP에 끌리면서도(결국 일자리를 잡기는 TEMEP이 좋을 것 같다는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한편으로는 KAIST STP의 분위기를 알기에 조금 꺼려지기도 했다. 여전히 KAIST STP를 떨어지면 TEMEP이 좋은 차선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글쎄. 가더라도 석사만 하고(강의 위주로 많이 듣고 배우고) 다른 곳을 알아보지 않을까 싶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한 타임 쉬고, 다음 편에는 KAIST STP와 행정대학원, 여러 대학의 과학기술정책학과(UST, 한양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다들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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