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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

에버노트나 노션을 거쳐서가 아닌 바로 블로그 에디터에 글을 써본 게 얼마만인지.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보니 단상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석사 때부터 참 많은 시간을 웹서핑에 쏟았고, 그 때마다 느낀 건 연구자를 꿈꾸었던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 또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내게 연구서와 다름 없는 책을 정말 취미로 읽는 사람 역시 많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사회학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경만의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다시 책 제목을 검색해서 이전에 이미 한번 다 살펴본 적이 있는 글과 블로그들을 다시 헤집고 다녔다. 책이 본격 국내 사회(과)학계 비판서인만큼 선택편향은 있겠지만 대부분 연구자 혹은 연구자를 꿈꾸었던 사람들이었다. 현재 연구자인지 아닌지는 그 포스팅 말고 최근에는 어떤 글을 썼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분은 농부가 되어 농장에서 기르는 작물에 대한 글을 쓰고 있고, 한 분은 유학을 가서 학업을 지속하며 유학생활에 대한 글을 쓰는가 하면, 또 한 분은 가정주부가 되어 육아일기를 적고 있다. 김경만의 책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다른 때에 다른 주제로 웹서핑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하곤 했다. 한 때는 본인의 연구주제, 공부한 내용, 더 넓게는 학계에서의 생활에 대해 글을 쓰던 사람들이, 물론 그걸 끝으로 블로그 포스팅이 멈춘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정말 다양한 주제로 포스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다보면 나 역시도 내 관심분야와 연구주제가 영원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종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후로 계속해서 구글 포토에 백업되고 있는 사진들을 굳이 찾아보곤 한다. 2014년부터 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남아있는데, 가끔 넋놓고 몇몇 장면을 쳐다보게 된다. 물론 벌써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그것 말고도 당시 내가 했던 고민들, 또 지금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점들은 정말 저 사진 속의 내가 내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맞아, 그 때 내가 그랬지'가 아니라 '봐봐, 저 때 너는 저랬다니깐'에 가까운 느낌.

이 글도 언젠가 다시 읽게 된다면 내게 그런 기분을 안겨주겠지. 모란역 근처 원룸에서 자취하던 시절에 다음 날 출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잠들지 못한 채로 캔맥주 한 캔 까면서 시덥잖은 글이나 쓰던 시절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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