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2018 in Review: 전문연 3년 계획 대비 점검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내게 전공을 묻는 사람이 많고, 전공을 들은 사람들은 애써 지금 다니는 회사와 연결지어 이해하려고 한다.  뭐든 연결지으려면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말하기 나름이지만 입사할 때는 아무런 연결지점이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회사를 선택했다. 일단 당시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다른 회사 오퍼를 기다리거나 지원을 하기엔 마음이 급했다. 입사 직후에 전문연 편입을 약속해 준, 그리고 또 1년간은 다른 업무를 하다가 이후부터는 데이터 사이언스 직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해 준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 생활은 지금까지 나쁘지 않고, 앞으로도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나빠지진 않을 것 같다. 소위 '전문연으로 굴러가는' 작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 오히려 '스타트업' 딱지를 뗄 정도로 규모가 커져 작년 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 업무가 과다하거나 야근이 잦지 않았다. 같은 팀 사람들이 특히 그랬지만 회사 사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었다. 회식이 거의 없다는 점도 나와 잘 맞는 듯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만의 계획을 실현하기 매우 적합한 회사생활이었다. 입사 1달 후에는 회사 기숙사에도 들어왔기 때문에 그 전까지 장장 3시간[각주:1] 걸렸던 출퇴근 시간을 10분 남짓으로 줄였다. 동시에 아침운동을 위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저녁 나만의 시간을 위한 스터디카페 정기권을 끊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 하루 일과는 아래와 같았고, 같아야만 했다.

기상(07:40) -> 헬스(~9:15) -> 출근(~10:00) -> 근무 및 퇴근(~19:00)
                                                           -> 저녁 및 휴식(~20:00) -> 스터디카페(~?)

내 기억이 맞다면 여름에는 평일 5일 중 4일을 위 계획에 맞게 생활했다면, 가을 이후부터는 2~3일로 줄었던 것 같다. 헬스는 처음에는 5일 꽉꽉 채워서 다니기로 마음 먹었지만 어느새 가을부터는 격일로 다니는게 당연해졌고...(계속해서 다시 5일제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일어나지질 않는다...ㅠㅠ) 퇴근 후 저녁 및 휴식 시간 역시 1시간으로는 부족해서 대부분 9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서기 일쑤였다. (변명을 하자면 7시 땡하고 정시 퇴근하는 일이 적기도 했고...) 스터디카페는 그래도 헬스보다 자주 가긴 했지만 최근 12월부터 정체 모를 겨울잠병에 걸려서는 퇴근 후 저녁도 먹지 않고 그 다음날까지 자는 일이 적잖게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무엇보다 큰 문제는 스터디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그렇게 알찬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스터디카페 정기권이 꽤 비쌈에도 불구하고 끊어서 꾸준히 다닌 이유는 앞선 글에서 밝힌 '박사 과정을 밟을 준비'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의 커리어 쌓기'를 위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2시까지 스터디카페에 있다고 한다면 하루에 내가 쓸 수 있는 '딴짓' 시간은 5시간이었고, 주말을 제외해도 일주일이면 하루보다 조금 더 긴 25시간에 달했다. 1년이면 1300인데... 이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 여름~가을에는 그래도 집중력은 꽤 있었지만 하는 일이 대부분 내가 세웠던 계획의 핵심 방향이 아니라 철저히 내가 '부업'으로 여겼어야 할 교육부 과제 후속작업과 예상치 못한 WASET 사태 대응(?) 활동이었고, 그런 외부 부업활동이 줄어든 겨울에는 스터디카페에 가서 앉아있어도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DataCamp나 Edwith로 듣던 강의는 계획했던 것보다 2배 정도로 늘어지고 있었고, 박사 과정을 밟을 준비는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사실 과거형으로 반성하는 투로 글을 쓰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집중력이 부쩍 줄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단순히 '그랬구나, 앞으로 고쳐야지'라고 마음 먹는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것만 같고, 이 '슬럼프'가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또 오래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기록을 하지 않다보니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야 생각난 것이지만 석사 2년차가 끝나갈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체계적으로 하나씩 집중력을 발휘하며 끝내고 있기보다 집중하지 못한 채 닥치는 대로 겨우 기한에 맞춰서 일을 대충대충 하는 느낌. 맞다. 그게 계속될 것만 같아 두려워서 환경을 크게 바꾸려고 한 것도 있었다... 1년을 그렇게 살았구나.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방법도 써보고 있다. 내 의지에 대한 믿음을 줄이고 환경을 통해 통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고 (e.g. 고전사회학이론 스터디 참여)   


 


 

  1. 이는 물론 수도권에서 회사 생활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용납가능한 수준의 출퇴근 시간이다. 하지만 빠르면 5분안에 등하교 및 출퇴근이 가능했던 고등학교~대학원 시절에 길들여진 나에겐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또 이른바 '이동 체력'이 꽝이라 최대한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