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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강릉 가을방학 3일차 (10월 6일)

첫째와 둘째 날을 생각해보면 있었던 일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하나하나 묘사하며 쓰려다보니 일기가 너무 오래걸렸다. 사실 그렇게 자세히 쓸 필요는 없는데, 나중에 일기를 읽으며 그 땐 그랬지 하면서 미소 짓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실패했다. 아니 바꿔말하면 어제 일찍 자기를 실패했다. 이런저런 감정이 요동치며 불필요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얼른 머리를 비우고 자보겠다고 유튜브로 예능 영상들을 보다가 겨우 잤다. 일어나보니 10시가 지나있었다.

어제 좌식의자가 생각보다 오래 앉아있기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터라, 아침부터 앉아있기 싫어 산책을 나갔다. 나름 밤에 조명이 예쁘게 켜지는 강문솟대다리를 건너다 두루미가 작은 바위에 고고하게 자리잡아 쉬고 있길래 한참을 쳐다보았다. 미동없이 수평선을 쳐다보고 있는 걸 보니 나처럼 별 생각없이 멍때리나 싶었다.

아마도 해수욕장이 있어 강문해변보다 유명한(?) 경포해변을 따라 설치된 데크 위를 걸었다. 육지쪽엔 씨마크호텔부터 스카이베이호텔까지 끊임없이 횟집과 중소형 숙박업소가 번갈아 나타났다. 바다쪽엔 종종 사람이 보였고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불규칙한 파도가 쳤다. 

걷다보니 경포호 방향으로 보도가 있나없나 애매한 길이 나있었다. 오고가는 차를 경계하며 길을 건너니 경포호가 보였다. 지도로만 보다보니 크기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서보니 굉장히 컸다. 한바퀴가 딱 5km라는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평소에 5km를 뛰던 걸 생각해보면 훨씬 더 길 것 같았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잘 구분되어 있지 않고 생각보다 폭이 좁아 뛰기 불편할 것 같았다. 어차피 못 뛰었겠다며 또다시 자기합리화를 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봐둔 돈가스집 앞에 줄을 길게 섰길래 그냥 편의점에서 라면과 달걀을 샀다. 어차피 숙소에 부엌이 있으니 한번쯤은 요리(?)를 할 심산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국물라면 한봉지를 끓여먹었다. 비빔면만 먹다가 국물라면을 먹으니 뭔가 새로웠다.

<질베르 시몽동>을 마저 읽고 스타벅스에 갔다. 카페인 섭취를 안한지 꽤 되다보니 별 고민없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게 된다. 처음엔 해변 쪽 자리가 나지 않아 다른 곳에 앉아 있다가 나중에서야 자리를 옮겨 해변을 보며 앉았다. 해가 질 때까지 책을 읽다 바다를 보다를 번갈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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