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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구자/OA & Predatory c,j,&p

'아는 사람 이야기': 뉴스타파 보도 <현직 교수, 페이퍼컴퍼니 끼고 '다단계 학회사업'> 제보

오늘 오랜만에 뉴스타파가 다시 '가짜학회' 보도를 내놓았다.
<현직 교수, 페이퍼컴퍼니 끼고 '다단계 학회사업'>이라는 제목이다.
시청과 일독을 권한다.

https://youtu.be/Bah1Ow8W8x8

한편, 7월 중순 뉴스타파가 첫 '가짜학회' 보도를 내놓은지 얼마 안된 8월 초.

비슷한 주제에 깊은 관심이 있던 한 대학원생은 뉴스타파 보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전부터 의심스러웠던 학회를 다시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WASET이 학계와 무관한 사람이 가족비즈니스를 한 사례였다면, 우리나라에는 교수가 직접 비슷한 사업을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상 내부에서 해킹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참여하거나 사업을 '써먹은' 교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개 대학원생이 터뜨리기엔 위험하겠다는 두려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봤을 땐 그 대학원생이 무척이나 소심했던 것 같다. 지금도 신분은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제보했다는 사실은 알리고 싶어한다니 참으로 찌질한 친구인 듯 하다. 어쨌든 그는 직접 그 학회와 연루자를 파는 대신 뉴스타파에 아래와 같은 제보를 했다고 한다.

두 달이 지나도록 연락도 오지 않고 관련 보도가 되지 않아 실망해하던 그 대학원생은 오늘 영상을 보고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꽤나 오래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서 제보 내용 이상으로 한걸음 더 들어간 뉴스타파에 너무나도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고마운 것은 고마운 거고, 나는 이제 더이상 대학 교수와 출연연 연구원을 포함한 학계 구성원, 연구재단 직원, 교육부나 과기정통부 공무원 모두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손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누차 말하지만 논의의 시작은 학회와 대학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가장 치열하게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학회와 대학이 너무 조용하다. 이 침묵을 누가 깰 것인가? 학계가 정말 이 소심하고 찌질한 대학원생보다 못한 사람으로 들어찼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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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타파 기자님, 
xxxxxxxxxxxxxxxxxxxxxxx입니다.

저번 WASET 관련 보도 상영회 때 참석한 적이 있고, 신우열 연구원님께서 해당 행사 때 제 발언 인용을 위해서 연락을 나눈 바 있습니다.

이렇게 연락드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한국형 WASET에 대한 제보를 하기 위함입니다.
관련 주제로 연구를 하면서 투고 요청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주제를 파다보니 알게 되어 지난 일주일동안 나름 틈틈이 추적하긴 했는데,
제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혹시 뉴스타파에서 관심이 있다면 취재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여 말씀드립니다.

개요부터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한 (정황상) predatory publisher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SERSC(Science & Engineering Research Support soCiety)와 Global Vision School Publication은 conference convenor이자 publisher이며, APAIS(Asia - Pacific Academic and Industrial Services)라는 별도 Convenor를 두고 있기도 합니다.

해당 convenor가 여는 conference는 두 학회 HSST(인문사회과학기술융합학회, the convergent research society among Humanities, Sociology, Science, and Technology)와 SoCoRI(아태인문사회융합기술교류학회, Asia-pacific Society of Convergent Research Interchange)를 중심으로 회원을 포섭하여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며, 두 학회가 함께 발간하는 국내 저널이 하나 있고(APJCRI, Asia-pacific Journal of Convergent Research Interchange, 아태융합연구교류논문지), HSST가 발간하는 국내저널이 하나 또 있습니다(예술인문사회융합멀티미디어논문지). 후자는 KCI 등재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저널 모두 SERSC가 publisher 역할을 하고 있구요.
HSST, SoCoRI, APAIS, SERSC 한국 지부(?)는 대전에, SERSC 본부와 GV School Pub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주요 인물과 함께 설명하겠습니다.

SERSC는 이미 2013년 Science지에서 진행한 연구에 가까운 탐사보도(Who's afraid of peer review?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2/6154/60)에서 가짜 논문을 해당 publisher가 발간하는 Open access journal 중 하나에 실으려 한 바 있습니다. 자료를 보면 국내에 SERSC 말고도 Editor가 한국으로 잡힌 경우와 함꼐 몇 개 더 있으나 지금은 확인되지 않고있고, SERSC는 건재합니다. 오히려 앞서 말씀드렸듯이 APAIS, GV School Pub. 등으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사해보시면 어렵지 않게 다 같은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ERSC에서 GV School Pub으로 넘어간 저널이 몇개 있습니다)

SERSC는 Scopus 등재지를 몇 개 갖고 있고, 이는 HSST와 SoCoRI 등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이 SERSC, APAIS에서 여는 predatory conference에 참석하게 되는 주요 이유로 보입니다. 꼭 같은 뿌리에 있는 publisher에서 나온 저널이 아니더라도 연루된 주요 인물들을 통해서 각종 SCI(E) 급 저널의 Special Issue에 논문을 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HSST 홈페이지 게시판 참조) HSST는 굉장히 흥미로운 - 다른 학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 등급 체계를 가지고 운영되는데, SS급, S급으로 등록된 학회 회원 연구자들은 심사 없이 빠르게 SCI(E)내지는 Scopus 저널에 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막힌 지점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입니다. 추측은 가나 밝히기가 매우 힘듭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주요 인물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김태훈(성신여대 교수)와 김행곤(대구가톨릭대 교수)입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으나 김태훈 교수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대학에서 강병호 교수 밑에서 비교적 최근 두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고(첫번째 박사는 영국 브리스톨대), 해당 대학의 위치가 우연하게도(!) GV School Pub과 SERSC 주소와 가깝네요. 실제로 김태훈 교수는 태즈매니아 대학 시절 GVSA(Global Vision School Australia) 소속도 함께 기재한 바 있습니다. GVSA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이름이긴 하나...

김행곤 교수의 경우 SERSC와 같은 약자를 가진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의 장을 역임한 바 있고, 역시 비교적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센터와 앞서 말씀드린 SERSC는 단순히 약자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도 공유하고 있을 뿐더러,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듯 컨퍼런스 회비 입금을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로 받고 있습니다. http://www.conferen.org/UNESST2018/reg.php SERSC가 Society로 끝나는데 굳이 C를 약자로 쓴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해당 센터는 (주)를 앞에 달고 있습니다. 회사라는 이야기지요.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 홈페이지는 해당 센터가 발간하던 저널(보안공학연구논문지 - 역시 등재지입니다) 이름을 딴 홈페이지로 돌려놓았는데(http://jse.or.kr/insiter.php?design_file=home.php), 연혁은 김행곤 교수 회장으로 끝나있지만 회장 인사말은 Sebah Mohammed로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이 사람은 다른 약어의 처음 언급한 SERSC의 회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www.sersc.org) 마지막으로 김행곤 교수는 현재 HSST의 회장입니다.

여기까지 밝히는 건 시간만 좀 걸렸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SERSC와 GV School Pub에서 발간한 저널에 여전히 한국사람들이 논문을 게재하고 있고, 국내와 해외(주로 가까운 아시아)를 번갈아가면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점과 그 수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름에 해당 문자가 들어간 사람이 있어 전부는 아니겠지만 NTIS에 검색해보면 SERSC가 발간하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것을 성과로 등록한 건이 300건이 넘습니다. 알려드린 약어들로 구글링해서 사이트를 들어가서 조금만 찾아보셔도 WASET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추측에 가까운 제 사견은 최대한 배제하고, 제가 확인한 사실들만 기재했습니다. 본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학계에 있는 연구자들이 해외 몇몇 predatory publisher나 convenor에 속거나 이용하거나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아예 만드는 전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학회/집단 말고도 의심이 가는 학회/집단이 몇몇 더 있으나, 증거를 확보하려면 사실상 직접 접근하는 수밖에 없어 더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SERSC는 인터넷으로 찾는 것만으로도 비교적 확실한 정황 및 증거가 적지 않아 제보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본 사안이 뉴스타파의 WASET 관련 후속 보도 방향과 비슷하거나 관심이 있으실 경우 제게 연락주시면 되겠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SciGen 등을 활용해서 Science지나 뉴스타파가 했던 것처럼 준비해서 터뜨릴까 했는데 파다보니 그러기에는 너무 크고 적지않은 교수들이 연루된만큼 저도 두려움이 적잖이 생겨서 제보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후속보도 계획이 없거나 방향이 맞지 않은 경우 알림 연락 하나만 주시구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드림.

p.s. 증거가 되는 자료는 모두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어 링크만 남깁니다.

HSST 홈페이지: http://hsst.or.kr/default/
SERSC 홈페이지: http://www.sersc.org/
GV School Pub 홈페이지: http://gvschoolpub.org/
APAIS 홈페이지: http://www.apais.org/
보안공학연구지원센터(또다른 SERSC) 홈페이지: http://j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