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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 발을 들일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이화여대 오욱환 교수님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어쩌다 연구자 뉴스레터>에 4번에 걸쳐 대학원에 막 입학한 사람들을 위한 글을 썼습니다.

<어쩌다 연구자 뉴스레터>는 긴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 4월 발송을 시작한 이메일 뉴스레터로,
연구를 연구하는 '어쩌다 연구자'가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격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그동안 발송된 뉴스레터를 살펴보고 구독해주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

어쩌다 연구자 뉴스레터 구독 Link: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5558
어쩌다 연구자 뉴스레터 아카이빙 페이지: https://page.stibee.com/archives/75558

대학원생의 처지를 비관하는 여러 짤을 보고서 비웃고도 대학원에 입학하신 여러분께.

대학원을 다니다보면 언젠가 한번쯤은 꼭 읽게 되는 글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화여대 오욱환 교수님의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인데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학자로서 가져야 할 소명의식과 함께 실용적인 조언이 담긴 글입니다.

우리 모두가 학문에 뜻이 있어 대학원에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들 공부를 좀 더 해보겠다는 마음은 있으시죠. (최소한 지원서에는 그렇게 쓰셨잖아요) 그렇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학원 생활을 해야 하나 싶어 윗 글을 읽다 보면... 지레 겁을 먹고 내가 대학원에 오는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ㅠㅠ)

대학원을 졸업하고서도 학문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다 싶은 제 경험을 바탕삼아 훨씬 가볍고 덜 무서운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욱환 교수님의 글과 마찬가지로 20개 조언을 담고 있어 똑같이 20개를 순서대로 적었으니 함께 읽어보시면 더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1. 일단 코스웍에 집중해서 공부하다보면, '졸업은 할 수 있다'고 확신하십시오.(왜냐하면 제가 그러지 않아서 방황했거든요)

    대학원 첫 학기에는 학과마다 정해진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기 마련입니다. 해당 과목이 분명 여러분의 관심사와 다를 수 있고, 또 당장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코스웍에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안전한 길이 없습니다. 코스웍을 통해 여러분이 다니는 학과가 서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고, 코스웍에서 읽는 논문을 교수님들이 내는 (이라고 쓰고 대학원생이 쓰는 이라고 읽는) 논문과 연결짓다보면 연구주제를 어떻게 선정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느 시점부터 변화가 없는 실라버스도 있지만 왠만한 전공필수 과목 실라버스는 해당 분야의 고전과 트렌드를 모두 담기 마련입니다. 졸업 직전까지도 어떤 연구를 해야하는지 헤메는 분들을 많이 보곤 하는데, 코스웍을 열심히 해놓으면 그 안에서 어거지로라도 주제를 만들어서 졸업할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학점은 덤이겠죠.


  2. 누가봐도 너무 대단한 학자나 선후배, 동기를 멀리 하십시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집니다. 누구는 대학원생일 때 논문을 몇 편 썼다더라, 누구는 탑 대학에서 유학하고 벌써 임용이 되었다더라 등의 소문을 그러려니하고 넘기고 따라하려 하지 마세요. 성공한 사람에게는 운이 많이 따른 것이고, 내게도 그 운이 따르리란 법은 없습니다. 또한 특정 사람의 성공을 당신의 성공과 동일시 하다보면 오히려 자신의 길과 스타일을 잃게 됩니다. 그보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제각각 다른 길을 다양하게 걷고 있는지 파악하세요. 누구는 기계처럼 논문을 쓰고, 누구는 졸업논문만 쓴 채 회사로 취직했고, 또 누구는 볼 때 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맞고 틀린걸까요? 누구는 성공했고 누구는 실패한 걸까요? 학계든 어디든 정도(正道)란 없습니다.

  3. 졸업한 선배들 중 최악의 사례를 정하고, 반면교사 삼아 그보다는 잘하려고 하십시오.

    무탈히, 혹은 어떻게든 졸업한 선배들의 논문을 훑어보세요. 생각보다 대학원은 대단한 졸업논문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떻게든 걸작(마스터피스!)을 쓰고 졸업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졸업논문이 당신의 마지막 역작이 된다면 슬프지 않겠어요? 그건 단지 당신 앞에 놓인 계단 하나일 뿐입니다. 당신이 뜻만 있다면 앞으로도 훨씬 더 좋은 논문이나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끝내고 완성한 경험이 당신을 다음 더 높은 계단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4. 학문의 길을 당장 선택해야한다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학문의 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학석박을 스트레이트로 따고 강사 뛰거나 외국 포닥 나갔다 들어와서 바로 교수가 되는 신화를 믿지 마세요. 대학원 다니다가 아니다 싶어 다른 길로 갔다가다시 돌아와도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더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연구들이 창의성과 혁신은 다양성과 서로 다른 생각의 연결에서 발현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보이던 경험들도 잘 잇다보면 당신만의 길을 가리키고 있을 겁니다.

  5. 읽고 쓰는 일 말고 다른 취미를 찾으세요.

    어차피 24시간 내내 읽고 쓸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몸을 쓰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취미 추천합니다만 영화나 드라마 시청, 음악 감상이나 연주 등 뭐든 좋습니다. 글을 읽고 쓰다보면 속이 상하고 피가 말리는데, 이 때 몸과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더 이상 읽고 쓸 수도, 또 이 일을 즐기지도 못하게 됩니다. 학자도 사람입니다.

  6. 시간은 어찌됐든 언제나 부족합니다.

    힘들때 의지할 수 있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세요.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사람이라면 학문을 위한 시간을 줄여서라도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세요. 학문에 투입하는 시간과 다른 업무에 할당하는 시간은 영합(zero sum)관계에 있을지 몰라도, 학문과 사람이 영합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학문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고 그 사람에는 당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7. 학문 외적 업무에 너무 자주 동원된다면, 학문의 길을 걷더라도 그 곳에서는 벗어나는 게 좋습니다.

    물론 학문 외적 업무에서 아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연구 업적을 쌓고 새로 임용된 교수님들조차 학문 외적 업무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학문을 직업으로 삼고 있고, 당신은 (최소한 아직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괴감이 들 정도로 학문 외적 업무에 동원된다면, 당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볼모로 누군가 당신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벗어나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분명 그 정도가 더 심해지기 전에 나오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8. 쓰는 것으로 시작하세요.

    보통 연구과정을 선행연구논문 등 자료를 찾아 읽고 → 연구질문과 가설을 정하고 → 실험을 하거나 설문조사,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 분석하고 → 논문을 쓰는 순서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틀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수없이 많은 자료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 진도를 못 나가곤 하죠. 그와 반대로 쓰는 것으로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쓰냐고요?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써보세요. X에 대해 연구를 한다면 X를 검색하기 전에 내가 X에 대해 알고 모르는 것, 내가 왜 X를 연구하고 싶은지 (혹은 연구해야 하는지) 형식에 신경쓰지 말고 한번 쭉 적어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무엇을 찾아 읽어야 하는지 보다 명확해질 겁니다.


  9. 모르는 채로 연구부정을 저지르는 것만큼은 피하세요.

    위조나 표절, 연구비 부정사용과 같이 연구윤리 위반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부정행위도 있지만, 생명윤리나 논문 저자 기재 및 순서, 부실학술활동 등 본인도 모른채 연구부정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학계 안팎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았거나 옛날에 학위를 마친 사람들은 과거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거나 묻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학교나 지도교수가 책임져주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고의든 실수든 연구부정으로 인해 당신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10. 대학원 생활이 지속가능하도록 돈을 관리하되, 시간과 맞바꿀 때엔 주의하세요.

    공부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말고도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시간제(파트타임) 과정이 아니라면 관심있는 분야의 연구과제에 참여해서 공부와 돈벌이를 함께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여건 상 공부와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수도 있겠지만, 그 때문에 졸업이 늦춰진다면 얻고 잃는 것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원에 들어온 이상 회사를 다니는 친구보다 더 많이 벌 수는 없습니다. 최악은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 채로 시간을 보내는 일입니다.

  11. 수많은 책과 논문을 다 읽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세요.

    오욱환 교수님의 말마따나 책과 논문을 받아들자마자 첫 장을 읽어두는 것이 좋습니다(저는 책 서문과 논문 초록 및 서론을 읽습니다). 책장에 꽂힌 모든 책을, 또는 저장하거나 인쇄한 모든 논문을 읽은 연구자는 결코 없습니다.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노트나 책과 논문 첫 장에 이 책을 왜 샀는지, 혹은 이 논문을 왜 저장하거나 인쇄했는지 적어두십시오. 이렇게 하면 끝이 없는 자료의 홍수 속에서 그나마 정말 필요한 자료를 읽고 그렇지 않은 자료를 쳐낼 수 있습니다.

  12. 학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세요.

    한국연구재단에 등록된 국내 학회만 해도 약 4000개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세상엔 정말 다양한 학회가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중심 학문/주제인지 알 수 없는 도떼기시장 같은 학회가 있는가 하면, 이토록 협소한 주제로도 사람이 모이는구나 싶은 학회도 있죠. 학회가 중심이 되는 학술대회와 학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흥미로운 연구나 뜻이 맞는 연구자를 만나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기대를 최대한 내려놓고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다보면 나름 실망할 일 없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학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3. 지도교수와 선배를 이용해서 본인을 포지셔닝하세요.

    그저 졸업이 목표라면 지도교수 Jr.가 되어 연구주제를 하나 '받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졸업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죠. 하지만 그 이상을 꿈꾼다면 본인에게 영향을 주는 지도교수와 선배가 보지 않은 영역에 발을 들여 여러분은 무엇이 다른지 답해보세요. 하지만 지도교수의 학문분야나 관심주제와 연관성이 전혀 없는 곳에 서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두 발 중 새끼발가락이라도 지도교수 어깨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연결점을 찾기가 힘든 지경이라면, 지도교수 논문 중 아무거나 한 편을 어떻게든 인용할 생각으로 자신의 연구와 지도교수의 연구를 이어보세요.

  14. 기한 내에 완성한 습작이 미완의 걸작이나 대작보다 낫습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유동적이기도 하고 반드시 엄수해야하기도 하는 마감기한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한이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작업물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끝없이 기한을 미뤄야하나 고민하거나, 기한을 넘겨서 이런저런 이유를 모두 동원한 사과문과 함께 제출하기도 하죠. 고민하고 사과문을 쓸 시간에 그냥 부족한대로 끝내세요. 그 마지막 순간에 습작이 걸작이나 대작이 될 순 없습니다.

  15. 연구업적 압박에 과몰입하지 말고 지금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석사-박사 여부, 전공 분야나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제 막 대학원에 발을 들인 사람에게 연구업적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압박이 있더라도 조금 내려놓고, 없다면 스스로 받지 말고 자유를 충분히 활용하세요. 연구보고서와 공저, 번역이 작금의 교수업적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므로 그보다 창작에 몰두하는 것도 전략이지만, 그건 이미 자신의 연구분야 내 경험이 충분한 교수에게 해당하는 조언입니다. 연구업적이 될지 안될지 고민하지 않고 뭐든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게 바로 지금입니다.

  16. 장강명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인다면 연구자를 해도 좋습니다. 대학원 입학 전후로, 심지어는 졸업 전후로도 내가 앞으로 연구자로서 계속 살고 싶은지 헷갈릴 떄가 있습니다. 그럴 떄는 본인 관심분야나 연구주제에 대해 책을 한 번 써보고 싶은지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연구자는 좋든 싫든 다른 무엇보다 쓰는 사람입니다. 쓰는 일이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심각하게 거부감이 들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논문이 아닌 책을 쓰기 위해서는 작은 연구질문 한두개가 아니라 보다 광범위에 있으면서도 서로 연결된 여러 연구질문들이 필요합니다. 그것들을 장기간에 걸쳐 한번씩 건드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연구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 하나는 마련된 셈입니다.

  17. 학술지 투고 결과의 기본 설정값은 '게재불가(reject)'입니다. 

    학술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학술지에 투고했다면 잘 알려진 학술지들의 게재수락율(acceptance rate)이 10%를 하회하는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종종 '수정 후 재심사(Major revision)'라는 희망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지지부진한 수정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만 기대가 없다면 실망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러분의 연구가 게재될 가치가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논문의 학술지 게재 역시 여러모로 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게재가 되든 안되든 여러분의 연구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 쓴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기도 합니다. 논문을 완성했다면 논문이 제 자리를 찾을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여기저기 투고하되, 게재 판정 여부에 크게 신경쓰지 말고 다음 연구를 하세요.

  18. 연구 주제나 질문을 찾는데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나와있는 연구논문들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선행연구논문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속한 학문분과의 트렌드와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를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선행연구논문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 주제와 질문을 찾기 위한 여정의 출발점은 논문이 아닌 여러분 근처여야 합니다. 평소 갖고 있던 호기심과 궁금증, 직간접적 경험이나 기사에서 시작해보세요. 그래도 어렵다면 지금 속한 학문분과를 왜 택했는지부터 생각해보세요. 내가 하는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와 연결되어 있어야 지속가능합니다.

  19. 되도록 마감 기한 전 충분한 퇴고 기간을 잡으세요.

    아무리 검토와 퇴고를 거듭해도 오타는 계속해서 나오기 마련이며, 100%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퇴고를 하지 않는건 맛을 보지 않으면서 요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퇴고할 때는 오욱환 교수님의 말슴처럼 다른 사람의 논문을 심사하듯 읽으세요. 실제로 다른 사람이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다 쓰자마자 다시 읽기보다 다른 일을 하고 오거나, 다음 날에 혹은 한숨 눈을 붙인 후에 퇴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0. 연구자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학계에 있어서가 아니라 항상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슬프게도 주변에서 더 이상 배우지 않는 교수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은데요.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 반면교사 삼아 계속해서 배우며 배운 것을 토대로 다른 연구자에게 영감을 주는 연구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에게 적용될 일은 멀었지만 '연구업적'을 계속해서 쌓고 있다고 꼭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저 자신도 구독자 여러분도 본인의 업적이 아닌 연구공동체가 공유하는 지식을 쌓아가는 연구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대학원생노조로부터 요청을 받아 오마이뉴스에 이런 글을 기고했다.(링크) 원래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는 기고를 꺼리는데 어찌저찌 공부하면서 쓰고나니 또 나름의 보람이 있는 듯.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혹 해당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글 말고도 김래영 님의 글이나 다른 분들의 글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편집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지워진 부분이 있어 원고를 여기에 공유한다.


대학원생이 짊어진 실험실 현장의 위험

 

전준하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정책위원회 자문위원)


실험실 사고가 드러낸 문제

 

실험을 하지 않는 비이공계 전공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여 오랜 기간 실험실 생활을 해본 건 아니나 학부 시절 자발적으로, 또 졸업논문 작성을 위해 실험실을 드나들며 연구한 적이 있다. 다니기로 한 연구실에서 대학원생 선배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실험실에 들어선 순간 멈칫했던 기억이 난다. 흔히 실험실이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현실은 너무 달랐던 것이다. 눈부실 만큼 순백색의 배경에 최신 장비와 깨끗한 기자재 대신 익숙해지지 않는 유기용매 냄새, 기존에 있던 낡은 것을 개조해 손이 많이 가는 장비, 여기저기 그을음 자국이 있는 기자재들이 나를 반겼다. 당시 사수 선배가 교수님의 은퇴가 얼마 안 남은 만큼 오래된 실험실이라며 머쓱해 했다.

 

모두 아무렇지 않게 자기 실험에 집중하고 있어 내색하기는 어려웠지만, 실험실에 출근할 때마다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다녀야 했다. 뭐 하나만 잘못되어도 큰 사고로 이어지겠구나 싶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까딱하면 터진다, 잘못하면 다친다는 둥 무서운 소리를 곁들이며 화학물질이나 실험장비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사수 옆에서 얼어붙은 채 그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노트에 적었다. 다행히 별일 없이 내 실험실 생활은 끝났지만, 이후 크고 작은 실험실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운이 있고 없는 문제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안전이란 이상적으로는 위험이 전혀 없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의미는 위험을 줄여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과정에 더 가깝다. 안전한 사회라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본 사회 구성원은 단순히 운이 나쁘게 사고를 당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가 놓친 피해자며, 따라서 사회로부터 재해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연구실안전법 등 안전을 다루는 법률이 보상제도인 보험을 명시하는 이유다.

 

지난 10월 초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하 대학원생노조)은 작년 말 경북대학교 화학실험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큰 화상을 입은 피해 대학원생의 아버지가 쓴 편지를 대독하며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다. 해당 사고로 인해 총 4명의 학생연구원이 다친 한편, 중화상을 입은 학생은 현재(2020년 11월) 기준으로 여전히 힘겨운 치료를 버텨내고 있다. 사고는 무릇 화학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이라면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든 대학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든 장소나 신분에 무관하게 수행하는 오래된 시료 폐기 업무 도중 발생했다. 회사연구원이었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을 통해 돈 걱정 없이 치료를 받았겠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은 대학원생이라는 이유로 연구활동종사자 상해보험(이하 연구자보험)의 보상한도를 넘는 치료비를 두고 오랜 기간 경북대학교와 씨름을 이어가야 했다. 피해자 가족과 대학원생노조 등의 연대와 투쟁을 통해 대학으로부터 치료비 지급 약속을 받은 상태나, 피해 대학원생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려는 대학을 쉽게 믿을 수 없다. 또한 이 사고가 드러낸 제도상 허점과 함께 여전히 많은 대학원생이 안전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대학원생들이 국회로 간 첫 번째 이유다.

 

제도상 허점의 기원

 

"비슷한 실험을 하더라도 연구소에서 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공계 대학원생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이유로 관련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경북대 화학실험실 폭발사고가 드러낸 제도상 허점은 사실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위 문장은 2004년 5월 KAIST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 산하 안전쟁취특별위원회가 그로부터 1년 전 있었던 풍동실험실 폭발사고로 대학원생 두 명이 각각 숨지고 두 다리를 잃은 후에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기는커녕 학교 측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자 내놓은 입장이다. 같은 시기 KAIST 원총은 실험실 안전 관련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대학이 속한 지역구 의원에게 전달하여 연구실안전법이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구실안전법을 통해 아무런 보상체계가 없던 과거보다 진일보할 수 있었으나, 위 인용문이 말하는 똑같은 연구를 함에도 대학원생만 산재보험이 아니라 보다 낮은 보상한도를 가진 연구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문제는 여전하다.

 

당시 연구실안전법 제정 과정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의 문제가 어디서 기원했는지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연구실안전법을 연구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과학기술부는 풍동실험실 폭발사고 직후 연구안전환경진흥법(가칭)을 준비했다. 현재 연구실안전법과 겹치는 내용이 많은 이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기 전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 등과 중복되기 때문에 일부 기존 법령의 개정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입법 추진이 중단되었다. (박정임 외. 2012, p.26) 이후 앞서 언급한 대로 국회의원을 통해 현 연구실안전법이 발의되었는데, 이때 역시 기존 법령과의 중복 문제로 제정이 1년여 늦춰졌다.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당시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보완하여 연구자들에 대한 안전조치와 보상을 하자고 주장한 한편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는 보험료 부담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법률 적용 범위 중복을 피하고자 부처 간 합의를 거쳐 연구실안전법과 연구자보험은 사실상 대학원생들에게만 적용되었다. 더불어 대학원생노조 신정욱 지부장이 지적했듯 연구실안전법은 현재 기준으로[각주:1] 적용대상인 대학원생을 연구자원으로 보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이 되었다. 

 

연구실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연구실안전법을 따로 제정한 것은 이해하더라도, 재해보상 체계를 이원화하여 대학원생만 산재보험이 아닌 별도 연구자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지만, 대학원생들은 이미 그간 수많은 경험을 통해 그 뒤에는 결국 대학원생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학원생이 각종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4대 보험 가입자가 아니라고 증명해야 하는 것만 보더라도 분명히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경북대 화학실험실 폭발사고의 피해자가 오래된 시료를 폐기했던 것처럼 실험실 및 연구실이, 더 나아가 대학이 제대로 굴러가는데 필요한 모든 곳에 대학원생이 있는데, 사회는 이들의 일을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제도상 허점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반복되는 사후약방문을 벗어나려면

 

다행히 대학원생노조가 농성을 시작한 날 학생연구원에 대한 특례로 연구실안전법에서 정의하는 연구활동종사자도 산재보험을 통해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산재법 개정안이 접수되었다. 여당 주도로 발의된 법안이지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모두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 만큼 조속히 처리되기를 기원한다. 대학원생노조 역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이렇게 사후약방문식 제도 개선을 반복하게 될지 씁쓸하기도 하다. 연구실안전법이 있기 전 앞서 언급한 KAIST 풍동실험실 폭발사고 말고도 199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세 명의 대학원생이 목숨을 잃은 폭발사고가 있었다. 2016년에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학생연구생[각주:2] 한 명이 실험 중 손가락이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지만, 산재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서야 뒤늦게 연구자보험 보장이 확대되고 학생연구생에 한해 근로계약이 이뤄졌다. 요컨대 지금의 연구실안전법을 비롯한 실험실 안전을 다루는 제도는 누군가의 부상과 죽음 위에 세워진 것이다.

 

우리는 '김용균법'을 둘러싼 논의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위험이 외주화되어 가장 취약한 하청 또는 계약직 노동자에게 떠넘겨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목격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연구 현장에서 위험은 누가 짊어지고 있는가. 2018년 연구실 사고 중 80% 이상(발생 건수 기준)이 대학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기정통부 외. 2019, p.145) 대학원생이 처한 현실에 주목하고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박정임 외. 2012.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해설집 및 고시 정비 방안 연구”, 한국연구재단 연구보고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 2019. "2019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조사"

 

  1. 연구실안전법 제1조에 해당하는 목적은 2020년 6월 "연구실사고로 인한 피해를 적절하게 보상하여 연구활동종사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문구로 개정되었다. 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하면 환영할 일이나, 제정 후 15년이나 걸릴 일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본문으로]
  2. 학생연구생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연구하며 학위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BK21 사업이 1999년 시작했으니 올해가 20년째다. 7년 주기로 후속사업(1단계 - 2단계 - 플러스 - FOUR(?))이 이어져 오고 있으니 올해 초쯤 정책연구가 마무리되어야 세부사항을 정리해서 2020~21년 즈음 후속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정책포럼을 열었다고 한다. (11/27, 고대에서 개최)

보도자료와 발표자료는 아래에서 다운 가능: 

11-27(화)석간보도자료(세계+수준의+연구중심대학+육성과+대학원+교육연구역량+강화를+위한+공론화의+장+열려).hw

(붙임2)+BK21+후속사업+개편+기본방향(안)+발제.pdf

가칭 BK21 FOUR (Fostering Outstanding Universities for Research, 이런거 왜 또 안 나오나 했다...)는 2020년 9월부터 추진될 예정이고 정책연구는 연세대 행정학과 하연섭 교수 주도로 18' 8월~11월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가 공개되었을리 없고 이분들도 각종 수정 요구에 아직까지도 보고서 마무리에 여념이 없겠지...) 

덧. 근데 교육부도 연구재단도 BK21 페이지에서도 해당 과제 공고문을 찾을 수가 없음...(찾는 분께서는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도자료와 발표자료를 토대로 연구진이 마련했다는 시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보았다. 원래는 내용만 요약정리하려 했는데 코멘트를 달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 뿌려주기 식 지원에서 집중지원으로 바꿔 세계 100위 수준 연구중심대학 10개 육성
542개 사업단에서 350개 '교육연구단'으로 축소, 단별 사업비 3배 가량 확대 (5억 to 16억, 전체 사업비 기준으로도 2724억 to 5630억으로 2배 인상)

Comment:

발표자료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 대학원 재정지원의 집중화 긴요"라고 되어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전체 예산 2배를 확보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단' 개수 축소와 아래 대학본부지원금 30% 배정 항목은 BK21을 보다 공식적으로 '대학원재정지원사업'화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BK21은 1999년 출범할 때 부터 '선택과 집중'을 표방해왔고, 2단계-PLUS로 이어질 때도 항상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 개인적으로 지역정치와 학계 내 정치 싸움(?)의 결과라고 보는데 - 과정도 결과도 '선택과 집중'이라기엔 뭔가 애매해진 게 사실이다. BK21 FOUR도 이전 사업의 전철을 따를까? 그건 또 모른다. PLUS까지는 대학원 규모가 계속 성장하는 추세였지만 2016~7년을 기준으로 꺾였고 앞으로는 하락세만 남아있기 때문에(...) 사업 의도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으로 갈 수도 있다. BK21 정책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 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더 합당해보이기도 한다. 

- 사업단 별 -> 대학원 전체:

전체 사업비 중 30% 대학본부 지원(간접비는 따로 3.5~5% 배정하는 것처럼도 보이나 불분명), 다만 미참여 학과 지원 금지 제한 있음 (원래 간접비는 5% 이내였음)
학과 전체 참여 유도

Comment:

단별 사업비가 16억이니 30% 대학본부 지원금은 약 5억원 정도로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비하면 매우 적고 쓰임새도 여러모로 해당 학과 대학원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여태 대학들이 소규모 재정지원사업에도 사활을 걸어온 것을 고려하면 앞서 말했듯이 BK21 역시 '대학원재정지원사업'이 되어 경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뒤에도 나오지만 30%를 대학본부지원금에 배정했으니 이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중요히 여겨질텐데, 이 평가 역시 기존 BK21과는 달리 타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비슷하게 이뤄질 것이다. 아마 초반에는 대학원 별로 괜찮은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텐데, 그 중 긍정적인 시도가 잘 살아남으면 이 30% 배정금액이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평가를 위한 평가, 체면치레와 paperwork으로 가득차서 차라리 대학원생 지원금액을 늘리는게 나았을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 연구실적 -> 인재육성:

'미래인재 양성형'과 '혁신성장 선도형' 구분 지원 
장학금 월 60/100 (석/박) -> 80/150(석/박) 확대, 박사 수료생 월 100 생활비 제공
(원래 '글로벌 인재양성형', '특화 전문인재양성형', '미래기반창의 인재양성형'으로 구분 지원되고 있었음)

Comment:

뭐 '~ 인재양성형'으로 구분하는 거는 단어바꿔치기일 뿐이고...('혁신성장!')

최대금액 변경 내용이 안 나와 있고 또 기존 BK21 사업단 장학금 수혜현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장학금 최소금액 확대는 언제나 환영이다. 과기특성화대학 소속이 아닌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기 위해서는 최대금액 변경도 꼭 필요하다. 

박사 수료생도 원래는 지원대상에서 제외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월 100 보장은 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다만 수혜가능기간을 분명히 제한할텐데 그런 세부사항은 나와있지 않다.  

- 형식적 융복합 -> 사회문제해결형

사회문제 해결 교육연구단 별도 육성

Comment:

이것도 뭐 그냥 정부 정책기조에 맞장구 쳐주는 용도라고 생각.

- 그 외 주요 내용
외국인 유학생 비율 40% 초과 금지 (원래 별도 제한 없었음)
대표성과 위주 질적 평가 중시, 대학 차원 대학원혁신 평가 도입
선정권역 전국/지역 구분 없이 단일권역화하는 대신 평가패널 별 2개 이상 지역대학 선정 의무 (다만, 여기서 말하는 평가패널이 2개 사업유형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른 것인지 불분명)
참여대학원생 조교/연구원 업무 계약 체결 의무화
행정인력 채용 비목 별도 마련 통한 대학원생 행정업무 부담 경감

Comment:
외국인 유학생 비율 제한을 두었다는 것은 PLUS 사업 때 유학생 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사업단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사실 확인이 필요할 듯. 그와 별개로 이런 제한을 둔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 세금을 외국인 유학생한테 쓰면 안되지!와 같은 이유면 연구진이 굉장히 오판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금으로선 별다른 근거가 생각이 안난다...)

질적 평가 중시한다는 것도 매번 나오는 내용이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대표성과 위주'와 '대학 차원 대학원혁신 평가' 두 내용 모두 경험상 '밖에서 보기 좋은 사례'가 높은 점수를 딸 확률이 높아 다소 우려되긴 한다. 그 대표성과라는 것도 결국엔 IF 높은 저널 게재가 아닐지... 대학 차원 대학원혁신도 결국엔 졸업 요건에 IF m 이상 저널 n 편 추가를 통한 연구역량 증대가 아닐지...

단일권역화는 결국 교육부 내부 조율을 통해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 평가패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지 않아 뭐라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이 역시 앞서 언급한 대학구조조정 가속화와 함께 갈듯...

마지막 두개는 두팔 벌려 환영이다. 다만 BK21 사업에서 주는 돈은 조교/연구원 업무 대가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 의무화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따져보아야 한다. 대학원혁신 방안에 포함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인력 역시 이미 지금도 위촉연구원 등으로 별도 채용하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싶다.


작년말에 교육부 과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쓴 일종의 '출사표'. 실제로 글을 쓰면서 머릿속으로 저 세 글자를 계속 되뇌었더랬다. 내게 연구과제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크게 말하고 다닐 일이 없어 왠만하면 연구과제와 관련된 글을 SNS에 작성하지 않았는데 이 과제만큼은 예외였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작성했다. 이 이후로도 과제 일환으로 개최한 간담회와 공청회도 열심히 SNS를 통해 홍보했다.

이 글에서도 드러나지만, 교육부 과제를 두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과 그에 따른 접근 방식은 바로 '다양성''사례 분석'이었다. 다름 아닌 '교육부' 용역으로 국내 전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 정책연구를 하는 만큼, 나를 둘러싼 'outlier'에 해당하는 환경 - KAIST라는 대학 아닌 과학기술원에서 인문학 및 사회과학을 하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STP) -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전에 '지방시'를 통해 접했던 정통 인문학을 하는 곳은 어떨까. 내가 정말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예체능계 대학원생의 삶은 어떨까. 과기원이 아닌, 특히 지방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대학을 연구하면서 내 환경과 그에 따른 경험이 'outlier'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내 고민 역시 대학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은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성에 집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출사표를 통해 원했던 것에 비해 결과가 그렇게 좋지만은 못했다. 공유는 무려 74회나 되었지만, 따로 연락주신 분들은 이미 내가 연락을 드리려고 했던 분들 외로 없었다. 개인적으로 지방 간담회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참석자 수가 너무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게 생각하자면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뛰어다녔기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우창 선생님이나 유현미 선생님, 대학원생노조의 구슬아, 강태경, 신정욱 선생님 등 내가 '선생님'이라고 주저없이 부를만한 분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통해 나 역시 더 깊게 고민할 수 있었고, 단순히 보고서 작성 뿐만 아니라 보다 직접 정책을 개선하는 실천에 관여할 수 있었다. 한국대학신문이나 교수신문에 칼럼을 썼고, 이런 저런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지금 당장은 조금 뜸해졌지만 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회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남은 일은 너무나도 많지만, 일단 과학뒤켠에 아주 짧게 소개한 이 '대학원생 권리' 이슈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을 - 내가 거창하게 '이론화'라고 부르는 - 한편의 논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예전에 SNS에 남긴 글을 블로그에 가져오면서 글을 길게 덧붙이고 말았는데, 꼭 필요했던 정리였다. 대학원을 도망치듯 나오고 별다른 시간 없이 바로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바람에 이런 것도 정리하지 못했다.

p.s. 아래 글을 쓸 때만 해도 "다행히도 본 과제는 예산 소모용 연말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교육부가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과, 또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쓸만큼 교육부에 큰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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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지도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제게는 이 연구과제야말로 ‘영혼이 있는 과제’입니다.
올해 여름방학 때만 해도 이번 학기는 졸업논문에 집중해서 쓰기도 벅찬 마지막 학기이니 연구과제를 하나도 맡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저는 교수님 부탁에 못 이겨 두 개 연구과제 조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망했구나’ 싶었는데, 거기에 더해 교수님은 가을학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이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 연구> 제안서를 쓰게 되었다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저를 빤히 쳐다보셨습니다. 과제 조교 일을 맡아달라는 뜻입니다. 존경하는 분이지만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나 교수님이나 제안서가 떨어지기를 바랐는데 붙고 말았습니다. 제게 정말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학과에서 저 말고 이 연구과제를 맡을 사람이 없는 것 같아 큰 마음을 먹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지만 모두 4차 산업혁명 과제들에 휩쓸려 힘들어 하고 있기에..) 이왕 하는 것, 졸업논문은 될 대로 되라, 이 과제만큼은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당시 학과 콜로퀴움에서 김승섭 교수님 강연을 들은 것도 결정하는데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아예 연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저는 대학과 학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사실상 대학을 굴러가게 만드는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원생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항상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대학원이 기관 내 유별난 조직이라, 다른 일반적인 대학원의 상황은 어떤지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올해 초부터는 대학원 총학생회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게 지난 몇 년간 이슈화가 된 대학원생 인권 문제는 한편으로는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이면서도 중요한 연구질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 과제를 맡게 된 것도 운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에 걸쳐 교육부 담당부서와 미팅을 가진 후에는 조금 더 용기를 얻었습니다. 다행히도 본 과제는 예산 소모용 연말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교육부가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과, 또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니었다면 그나마 있던 열정도 사라졌을텐데, 덕분에 동기유발이 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면서 저는 다시 막막함을 느낍니다.

감을 잡기 위해 주변 대학원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학원생의 인권과 권리가 침해당한 사례를 찾으면서 깨달은 것은 너무나도 많은 대학원생들이 일상적으로 인권과 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굳이 기사화 된 이야기들을 옮겨 적지는 않겠습니다. 한 친구는 연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고도 결과물로 나온 특허 지분의 대부분을 교수들한테 내줘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이것도 양호한 편이라며 오히려 자신의 후배 몫을 챙겨주지 못해 아쉽다고 했습니다. 다른 한 친구는 교수의 이해하지 못할 발언과 행동에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지만 욕설과 폭행으로 볼 수 있는지 헷갈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기사화되는 범죄행위만이 대학원생 권리 침해 사례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침해가 일상화 된 현실 속에서 대학원생의 인권과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 - 당연히도 주로 교수들 – 과 당하는 대학원생들 모두 인권 및 권리 침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명백히 인권을 침해당한 대학원생들 역시 내부고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동료 교수들이 나서서 선처해달라고 탄원서를 작성하는[각주:1] 상황에서 해당 분야를 아예 뜰 각오를 해야하고, 각오를 하더라도 해당 교수 아래에 남아있는 동료 대학원생들이 걱정되어 차마 신고하지 못한 채 눈 감고 빨리 모두가 무사히 졸업하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성범죄 교수 10명 중 7명이 그대로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도[각주:2] 누가 모든 것을 걸고 교수를 신고하고자 하겠습니까?

여기가 바로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 없던데”, “엄한 사람 잡지 말고 데이터를 가져와라” 등의 발언과 주장이 무색해지는 지점입니다. 현 상황에서 그런 발언과 주장은 무의미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처벌해서 정의를 구현할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라는 이름 아래 제가 해야할 일, 그리고 제 관심사는 인권과 권리를 침해당하는 대학원생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피해자인 그들이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관두고 떠나야 하는 것입니까?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기가 힘들다 보니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를 하는 저 역시 이를 듣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어쩌다 보니 길어졌지만, 사실 이 때문에 SNS의 힘을 빌려 도움을 청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카이스트)의 경우 제가 이런저런 커넥션이 있습니다만, 다른 대학의 사정, 특히 이공계가 아닌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이 처한 상황과 그 분들이 주로 어떻게 인권과 권리를 침해당하는지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전국의 대학원 총학생회와 인권센터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힘써온 점과, 개인적으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알게 모르게 노력해 오신 많은 선배님들이 계시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하고, 많은 분을 만나 뵈어 인권 및 권리 침해 사례들과 관련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이를 분류하고 정리해서 대학원생의 인권 및 권리의 현 상황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대단한 정책을 제시할 자신은 없습니다. 주위에도 자주 말하고 다니지만 이게 제도 문제인지도 저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보고서에 이 사안에 대한 state-of-the-art를 담고 싶습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의 첫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당장 졸업이 급합니다. 학위논문 마감이 한달 남았습니다. 때문에 논문을 제출해야하는 11월 말까지 당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 이렇게 미리 글을 올려 전국에 있는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 연구자 네트워크 등에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 물론 최대한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대학-대학원 생활 7년 내내 대전에만 있었기 때문에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혹시 유관기관 및 조직에 계시는 분들, 사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와 나눌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면 댓글 혹은 제 메일(realjoonha@gmail.com)로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던 도중 청와대 국민청원에 같은 주제로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3424) 보통 이러면 교육부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변이 나가고 교육부는 저희 연구팀을 쫄 것 같아 걱정이 되지만 상관 없습니다. 읽으신 김에 청원 참여도 해주시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11.3.

전준하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대학원생) 드림




  1. 서울신문. “서울대 교수들 낯뜨거운 탄원서...”제자 인건비 횡령, 선처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17048&code=11131100&cp=nv) [본문으로]
  2. (2) 서울신문. “4년간 국립대 성범죄 교수 서울대 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81&aid=0002861573&sid1=001 [본문으로]
  3. (1) 서울신문. “서울대 교수들 낯뜨거운 탄원서...”제자 인건비 횡령, 선처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5&aid=0001027264&sid1=001&lfrom=facebook [본문으로]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 개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전준하

1.     서론: 대학원생이 말하는 대학원 제도

현대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원이라는 제도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여기에 필요한 대학교원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던 초기 (1960~70년대) 대학원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원은 글로벌 경제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책임질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하는 필수불가결한 기관이자 제도가 되었다. 특히 1971KAIST가 설립되어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산업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해 국내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선도모델로 자리잡았고, 정부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중심대학내지는 대학원중심대학육성을 천명하며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시행했다. 여기에 힘입어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을 설치 및 운영하기 시작해 대학원()의 규모는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만한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현대 사회에서의 격언에 따라 그 주체가 될 고급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문장들은 대학원 내지는 연구중심대학과 관련한 담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최근 2010년대 들어 대학원 제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학원생이 있다. 기존 담론이 고급인력양성과 연구역량 제고라는 두 축을 토대로 끝없이 대학원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면, 고급인력당사자인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이라는 제도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원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기능인 교육과 연구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증언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이러한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들은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러서야 감히 거스를 수 없는 당위에 기반한 연구중심대학 육성담론에 제동을 걸고 대학원 제도를 대대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늘 대학원생들이 직접 국회에서 대학원 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것과 같이 대학원생이 말하는 대학원 제도담론 형성은 그간 제도의 대상이었던 대학원생들이 제도의 주체로 거듭난다는 결코 작지 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대학원생은 대학원 제도에 있어 단순한 당사자가 아니다. 대학원 사회, 더 크게는 학계에 막 발을 디딘 그들은 일종의 사회취약계층과 다를 바 없다. 대학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하기까지, 심한 경우 졸업 이후까지도 지도교수의 동의 내지는 허락, 지원과 도움 하에 지도교수를 통과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거나 이룰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라는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동시에 대학원생은 대학원 사회와 학계가 지속하여 굴러갈 수 있도록 기능하는 메인테이너(maintainer)’이기도 하다. 조교와 학회 간사, 학생연구원 등은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인데, 이들이 없다면 대학원과 연구시스템, 학계 전체는 작동을 멈추고 말 것이다. 이렇게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은 대학원 제도, 국내연구시스템, 학계의 구조적 모순에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는 대학원생들이 겪는 문제와 이들이 말하는 대학원을 분석함으로써 대학원 제도를 넘어 국내 연구시스템과 학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고 그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이 말하는 대학원 제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2.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 문제 이해

앞서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개괄 보고에서도 충분히 언급이 되었으나, 대학원생은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대학원 제도의 다양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동시에 이에 대한 유형 정리 노력 역시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실시된 실태조사 중 하나인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청년과학자의 연구 및 학업 관련 애로요인 분석>(2018) 보고서는 청년과학자의 불편한 연구실 문화 유형을 열정페이형’, ‘워라밸파괴형’, ‘무관심/방임형’, ‘교수재량 남용(불통/독재)’, ‘인격무시/강압형’, ‘연구윤리 위반형’, ‘과도한 잡무 요구형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2300여명 중 10%를 넘는 청년과학자가 이 중 하나 이상의 유형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호소했다고 한다. 물론 대학원생이 처한 문제를 계속해서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고 다시 유형화 하는 등의 노력이 무의미하지는 않겠으나, 실태조사나 몇몇 사례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학원생의 목소리가 충분히 쌓인 만큼, 중장기적인 개혁을 고려하여 이를 정리한 기초 문서에 기반하여 논의를 진전시킬 것을 제안한다. 바로 대학원생 권리장전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2014KAIST 대학원 총학생회가 그간 수행해 온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바탕 삼아 대학본부와 함께 선언한 것이 그 시초다. 이어 같은 해에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전국 13개 대학원 총학생회 역시 전국 단위의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학원생 권리장전 표준()을 마련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수행한 후 그 결과보고서에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대학원생의 권리 유형 각각에 대해권리 침해시 조사 과정부터대학원생 대표기구 기능 명시등 그 세부 조항을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라는 분명한 기반을 마련하여 말그대로 가이드라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교육부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각 대학원에 권리장전 선언 여부를 확인하고 채택을 독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적지 않은 대학원에서 형식적으로나마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권리장전은 말 그대로 대학원생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나열하여 대학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이를 함께 존중하고 지키자고 하는 구두 약속 내지는 상징적 선언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명시된 권리를 침해하더라도 아무도 법적 조치 등의 책임을 지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모두에게 비교적 명백한 언어로 인지시킬 수 있다는 점과 자율적인 규범이기에 오히려 확장성을 지니며 대학원 사회 구성원 간 지속적인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1]에 있어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의 중장기적 개혁 이정표로 삼기엔 매우 적합한 기초 문서가 바로 대학원생 권리장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학원 제도의 문제라고 뭉뚱그렸던 여러 사례들을 대학원생 권리라는 개념하에 이해하고 대학원 제도 개혁을 대학원생 권리 보호 및 증진과 같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3.     대학원생 권리 확장: 연구윤리 및 연구비 운영관리 문제

기존 대학원생을 통한 대학원 제도 문제 제기 방식은 누가 봐도 뻔히 문제인연구환경 실태조사를 통한 현황을 정리하고 눈에 띄게 심각한일부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주목을 받는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대학원생 권리 개념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다양한 대학원 제도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여기서는 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가짜 내지는 부실 학술대회에 대한 심층취재기사 보도에 따른 연구윤리 이슈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연구비 횡령사건과 관련한 연구비 운영관리 이슈를 어떻게 대학원생 권리 개념의 확장을 통해 다룰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1)    와셋 사태 등의 연구윤리 이슈: 학업연구권 중 적절한 지도를 받을 권리의 확장

2)    연구비 횡령 등의 연구비 운영관리 이슈: 학업연구권 중 연구 지원 인적자원 및 시설 이용할 권리의 확장

 

4.     제언[2]: 대학원생 권리 실현을 통한 대학원 제도 개선 방안

1)    대학원 등록금 및 장학금 책정 합리화

대학원 등록금은 정부에 의해 인상이 적극적으로 제재받고 있는 학부와 다르게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지급하는 장학금은 줄어드는 추세로, 이는 곧 대학원생들에 대한 경제적 처우가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계열별로 살펴볼 경우 공학과 의학을 제외하고 2016년에 전년보다 큰 폭으로 인상되었으나, 평균적으로 인상률이 1%를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학금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2%) 대학원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등에서 대학이 학부 등록금 인상에 제재를 받고 입학금 역시 폐지되면서 재정 확보의 우회로로 대학원생 등록금 및 입학금 인상을 해왔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주장에 따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아래와 같은 대학원 등록금 결정 과정 및 납부 대상 합리화 방안을 도입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대학원 설립 대학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대학원 학생대표 등 대학원 이해관계자의 참석을 의무화해야한다. 현재 교육부령의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은 등록금 인상율을 학부와 대학원을 구분하여 계산하라는 조항 외로 대학원에 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정하고 있는 학생 위원이 학부생으로만 선임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해당 규칙을 개정하여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에 학부생과 대학원생 각각 따로 정하는 최소 인원 이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대학원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대학원 별도의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대학이 학부와 대학원 각각에 대해 등록금 책정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학원생의 등록금 책정 시에는 적지 않은 대학원생이 국가 혹은 산업체 연구개발과제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생이 연구과제에 참여할 시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인력지원비, 연구지원비, 성과활용지원비는 간접비로 책정되어 이미 연구과제 발주기관으로부터 해당 대학에 지급되므로 대학이 해당 대학원생에게 같은 명목으로 등록금을 청구 시 이중청구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 등록금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대학원생들의 장학금 실 수혜율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정보공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과 그 시행령을 통해 각 대학은 등록금 외로도 장학금 수혜 현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며, 다행히도 학부와 대학원 각각에 대해 산정이 되고 있다. 그 중 교외 장학금은 그 출처에 따라 구분되어 공시되고 있고, 교내 장학금은 명목에 따라 구분되어 공시되고 있다. 해당 명목은 성적우수장학금, 저소득층장학금, 근로장학금, 교직원장학금, 기타장학금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조교 등 근로에 대한 대가성 장학금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대다수의 대학이 대학원생 조교를 장학제도를 통해 임용하면서 성적 우수 혹은 저소득층 학생 우선 등의 조건을 두고 있어 조교로 근무하며 받는 장학금이 대학에 따라 성적우수장학금, 저소득측장학금, 근로장학금, 혹은 기타장학금으로 산정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대학원생이 조교로 근무하여 수령하는 대가성 임금을 장학금으로 인정해야하는지에 대한 여부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교 등 일정 형태의 근로 의무가 부과되는 장학금과 그렇지 않은 장학금을 구분하여 공시할 필요가 있다. , 대학정보공시 시 장학금 수혜현황에 현재와 같은 명목상 구분 외로 조교 등 근로 대가성 장학금 금액을 따로 공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원생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각 대학의 대가성 및 무대가성 장학금 수혜 현황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2)    대학원생 재정지원 방식 합리화 및 다양화

대학원생 권리강화를 위해 필요한 대학원생 재정지원 시 고려사항에 대해 몇 가지 원칙적인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첫 번째로, 조교 등 각종 대학원생 재정지원 방식에 있어 그 금액을 등록금뿐 만 아니라 최소생활비를 포함하여 책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원생 조교 제도와 비교할만한 해외 선진국 대학들의 제도를 조사 및 분석해보면, 둘 사이에 지원 금액 책정 원칙상의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대학원의 경우 대부분의 장학금이 등록금과 연동하여 등록금(혹은 수업료)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반면, 해외 대학원에서는 장학금(stipend) 책정 시 등록금 외로도 대학원생의 최소 생활비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원 역시 조교 등 각종 대학원생 재정지원 방식에 있어 그 금액을 등록금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이 필요로 하는 최소생활비를 고려하여 이를 포함한 금액으로 책정한다면 앞서 살펴본 국내 대학원생의 열악한 경제적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더불어 대학원생의 학업연구권 역시 일정 정도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대학원생의 소속 대학/학과/연구실 및 지도교수 종속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지원 방식을 개선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해외 대학원에서 Fellowship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글로벌박사펠로우십 제도가 시행중이다. Fellowship 제도는 대학원생이 재정 지원을 해당 대학이나 학과, 연구실 및 지도교수를 통해서가 아닌 Fellowship을 운영하는 재단 등을 통해 받기 때문에 경제권을 볼모로 한 부당 업무 지시 등의 각종 권력형/위계형 권리 침해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박사펠로우십 제도의 규모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재단이 아닌 여러 장학재단에도 Fellowship 형태의 재정지원 방식을 홍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이공계 등 연구실별 다수 연구과제 수행 시 학생인건비 기관별 통합관리 제도(일명 기관별 풀링제)를 적극 도입하고 더 나아가 연구비 집행과 관련한 행정업무를 연구인력(교수와 대학원생 포함) 아닌 전문 연구지원인력이 맡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연구책임자별 인건비 풀링제는 개별 교수의 연구과제 수주가 불확실할 경우 해당 교수 아래에서 학생연구원으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의 인건비에 불안정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지급 여부 및 규모가 연구책임자(주로 지도교수)에 의해 결정되어 대학원생의 지도교수 종속성을 강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원생이 연구과제참여에 따른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합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연구비 집행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관별 풀링제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4개 과학기술원에서 도입중인 Stipend 제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현실화 되었는데, 차후 과학기술원 외 타 대학으로의 확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3)    대학원생 알 권리 및 참여권 개선, 권리장전 실효성 제고

더불어 대부분이 사립인 국내 고등교육 체계와 더불어 다른 교육 및 연구기관 과 달리 대학원은 학문 생태계의 중요한 일부로서 보다 분명하게 자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 차원의 법률 내지는 규정 외로도 각 대학원에서 자율적으로 대학원생 권리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히 대학 자치라는 명목으로 제도적 개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대학 자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 노력으로 2017년 말 기존 사립대에만 설치가 의무였던 학생대표가 당연직으로 참석하는 대학 평의원회가 국·공립대에도 설치되도록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예로 들 수 있으며, 최근 2018 4월에는 총신대 총장의 여러 비리를 두고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벌여 해당 대학 이사회에 파면을 요구한 것 역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대학원생의 학내 의사결정 및 거버넌스 참여권을 보장하고 확대하여 교수-대학원생의 도제식 종속적 관계를 집단적인 수준에서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KAIST 인권벨트 내지는 대학원위원회 사례를 참고하여 보직교수와 대학원생 대표 간에 수시로 대학원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할 경우 학내 갈등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어 대학원 분위기를 저해하는 등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앞서 등록금심의위원회나 정보 공시 등을 통한 등록금 및 장학금 책정 과정에 대한 대학원생의 알 권리 및 참여권을 언급한 바 있으나, 대학원생의 알 권리 및 참여권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넘어 인권 관련 위원회(인권센터 운영위원회 등), 중장기발전계획 수립위원회, 평의원회 등으로 광범위 하게 보장될 필요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대학원생 연구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연구 환경 및 인권/권리 관련 지표를 설정하여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반영하여 예비 대학원생들이 해당 사항을 고려하여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원 이 학생 유치를 위해서 연구 및 인권환경을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14년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을 통해 적지 않은 대학들이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 및 채택하였으나, 여전히 제정 및 채택을 하고 있지 않는 대학들이 많고, 했더라도 권리장전 제정 및 채택 여부와 권리장전에 명시된 권리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강제성을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제외하고서라도 권리장전의 실효성을 제고할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현재와 같이 반년 주기로 교육부에서 계속하여 권리장전 채택 및 제정 여부를 조사하여 이에 대한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원생 권리장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의 권리장전에 적힌 각종 권리 항목에 대한 인지 및 이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권리장전을 채택 및 제정한 대학원은 대학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권리장전 전문을 항시 공개하여 해당 내용에 대한 논의가 대학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도록 홍보하여야 하며, 신입생 입학식 및 신임교원 임용식, 재학생 및 교직원 인권교육 등의 자리를 통해 권리장전의 내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원생과 교수가 공동 선언을 한다거나 개별적인 권리장전 준수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퍼포먼스 또한 대학 내 구성원 상호간의 권리와 의무를 확인하 고 증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대학원생 권리장전의 의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서울대학교 인권가이드라인 제정에 힘쓰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대학원생 인권장전 제작에도 참여한 이우창 선생의 글을 참고하라. http://begray.tistory.com/347 (대학원생 권리장전: 역사, 의의, 전략과 쟁점. 2016.3.10.)

[2] 본 발제문의 제언 부분은 발제자가 참여한 교육부 정책연구용역과제의 최종보고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 연구> (김소영 외, 2018)에서 상당 부분 가져왔음을 밝힌다.


참 쓰기 힘들었던 과학뒤켠 기고글이다. ('글쓰기가 두렵다' 포스팅 참고)

원문은 여기에 전부 옮겨오기보다 과학뒤켠 홍보 차원으로 과학뒤켠 블로그에서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링크: https://behindsciences.kaist.ac.kr/2018/10/07/%EB%8C%80%ED%95%99%EC%9B%90%EC%97%90-%EC%83%81%EC%8B%9D%EC%9D%84-%EB%AC%BB%EB%8B%A4/)

과학뒤켠 매 호는 PDF 파일로도 볼 수 있다. 이 글은 파일에서 꽤 뒤쪽에 있고, (링크: https://stp.kaist.ac.kr/0608/view/id/1033) 여기에는 파일이 커서 전체를 첨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부분만 잘라서 첨부했다. 

아래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쓰기 고통스러웠지만 써놓고 보니 고민했던 것들이 풀리는 기분이라 후련했던 "교수니까 괴수다"라는 소제목을 붙인 부분에서 일부만 인용하겠다. 

차후 과학뒤켠에 실은 내용은 논문이든 책의 한 단원이든 좀더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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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인권침해 문제는 ‘극소수 괴수’만의 문제일 뿐 ‘대다수 교수’는 문제없다는 사고방식과 태도는 분명 논파할 필요가 있다. ...(중략)... 하지만 괴수와 교수를 나눠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를 일으킨 교수를 괴수라는 다른 유형의 사람으로 구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치부한 채 괴수가 따로 있지 않다는 사실과 교수니까 괴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중략)...
교수는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괴수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괴수라는 유형의 사람이 따로 있어 그가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교수도 인권 침해를 할 수 있으며 그 순간 바로 괴수가 되는 것이다. 이는 교수가 아니고서는 괴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논문지도를 모텔에서 해주겠다거나, 훈계라면서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거나, 인건비를 횡령하거나 연구저작물을 가져가고, 이를 지적하거나 고발한 대학원생에게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교수에 의한 대학원생 인권 침해 사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유형은 모두 그가 교수이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었던 짓이다. 운 나쁘게 괴수임이 드러나도 대부분 교수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로부터 휴가에 가까운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고서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는 것 역시 그가 괴수이기 이전에 교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교수라는 사람이 그럴 수 있지?’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그가 교수라서 그럴 수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괴수가 된 교수’를 이해해야한다. ...(중략)... 교수가 어떻게 괴수로 변하는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할 경우 우리는 교수가 대학에서, 특히 대학원생과의 관계에서 어떤 입장과 위치에 서게 되는지, 어떤 요소들이 교수라는 자리를 구성하고 그 중 어떤 것이 괴수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즉, 괴수를 개인이 아닌 사회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는 제도적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수는 어떻게 괴수가 되는가?

...(후략: 여기까지 읽을 정도로 글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원문을 읽으시는 것으로!)...


교수신문 편집 원칙상 원문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교수들이 글을 많이 기고할텐데 자존심 강한 교수들이 손 대는 것을 원치 않겠지.... 그래서 아마 아래 내가 기자님께 보냈던 글과 링크(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1864)를 통해 볼 수 있는 글이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쓴지 얼마 안되어 인쇄본 2부가 집으로 배달되어 뜻하지 않게 부모님이 칼럼을 읽으셨다. 아버지와 동생은 대학 나왔다고(물론 휴학생 신분이긴 하짐나) 이렇게 써도 되는거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내 칼럼 뿐만 아니라 신문 지면이 다 대학이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성토장이라는 감상을 남기셨다. 

이우창 서울대 원총 전문위원님을 통해서 <대학원생들의 一聲>이라는 교수신문의 무려 10회 기획연재에 참여하게 되었다. 노웅래 의원실, 대학원생노조, 교육부 등이 주관 및 주최하여 이화여대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던 <대학 내 권력형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식사를 하다가 기해당 연재를 기획한 기자님을 소개받았고, 아마 2회분이 비어 있었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자님도 조교 제도에 대해서 쓰는 것을 요청하셨고, 나 역시 그러고 싶었기 때문에 기획연재 막차에 탑승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학원생노조와 함께 기획한 것이던데, 나는 (아직은?!) 대학원생노조 가입자는 아니고, 글에도 썼듯이 교육부 연구과제 참여자로서 느낀 점을 작성했다. 하지만 최근 올브레인이라는 대학원생 커뮤니티를 통해 연재된 대학원생노조 구슬아 위원장 인터뷰(총 3편인데, 1, 2편은 꼭 읽어보기를 추천. https://www.allbrain.kr:5004/bbs/board.php?bo_table=news&wr_id=1381)를 보고 후원을 결심했다. 교수신문에서 원고료를 얼마나 줄지 모르겠지만 입금되는대로 그대로 대학원생노조에 전달할 생각이다. 

조교 제도에 대해 할 말은 많은데 - 특히 법률과 관련하여 - 칼럼 길이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현재 제도를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기가 힘들어 결국 현실에 대한 재해석 내지는 표현 다각화를 통해 글을 작성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인상깊게 여겼던 '메인테이너'라는 개념을 차용했고, 다양한 대학 내 노동 공백을 메우는 조교들을 보고 '누더기'를 떠올렸다. 아마 처음 기자님께 제안했던 주제는 '조교 제도의 허점'이었는데 글을 작성하고 보니 '대학의 허점이 곧 조교 제도'라는 주장을 했다.

...보통 기고글에는 서론을 길게 남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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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교로 기운 누더기 대학

전준하(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 교육부에서 발주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 연구>라는 주제의 정책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조교 제도를 다루지 않을 없었다. 한편, 대학원생은 연구과제에 아무리 주도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연구책임자가 없다. 그렇게 나는 조교 제도를 연구하는 연구조교가 되었다. 하지만 연구조교라고 단순히 연구만 하라는 법은 없다. 영수증을 정리하며 연구비를 관리하고, 홍보 포스터를 디자인해서 붙이러 다니며 연구과제 관련 공청회와 토론회를 준비하고, 이따금씩 걸려오는 교육부 전화에 응대하며 자료를 주고받아야 했다. 그러니 나는 연구과제의 사무/행정조교이기도 했다.

앞서 김민섭 작가가 말했듯, 조교는 교수나 교육 연구 업무를 보조한다는 사전이나 법에 적힌 정의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수업/강의조교, 실험/실습조교, 교육/교수조교, 연구조교, 사무/행정조교, 학과조교, 연구소조교, 산학협력조교, 기숙사조교, 상담조교 대학에서 있을 있는 모든 형태의 노동을 담당한다. 이름에 해당하는 업무 범위를 넘어 대학 존재하는 다양한 노동 공백을 메워온 역시 조교였다. 조교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학의 메인테이너(maintainer) 자리잡아 대학이 지속하여 작동할 있도록 기능하고 있다.

대학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주된 인력인 만큼, 대학원생 과반수는 본인을 학생근로자 인식하기 시작했다. 학생근로자라는 단어는 나를 포함한 대학원생 조교들이 경험하는 모순을 단어로 표현한다. 우리는 대학에 남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하고, 나아가 훌륭한 학생이자 인정받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경제적 보상과 무관하게 일을 주어진 이상으로 열심히 해야만 한다. 그렇게 대학원생 조교는 평균 일주일에 20시간에서 30시간을 조교 업무에 쏟고 있으며[1], 말그대로 학생이기 위해 근로하는 학생근로자가 되었다.

대학은 대학원생 조교의 메인테이너 역할과 그들이 학생근로자로서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고, 동시에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대학은 조교 제도를 장학 제도와 뒤섞어 대학원생 조교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등록금을 감면해주고 이상의 보상은 거의 주지 않는다. 심지어 조교 근무를 졸업요건으로 정해 의무화한 대학이나 학과까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칙이나 규정 등으로 조교 임용과 근무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지만 대학 본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뒤집을 있다. 성균관대 조교 대량 해고 사태에서 이미 목격한 바다. 조교 제도는 대학의 재정 효율화 전략이 되었고, 대학원생 조교는 대학 운영을 위한 가용자원이 되었다.

또한 장학 목적이 일순위여야 조교 제도는 오히려 대학이 교수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되었다. 대학은 선심 쓰듯 학과 교수별로 조교 인원을 배정해주고, 학과와 교수는 또다시 선심 쓰듯 듣는 학생 몇명을 골라 장학금을 쥐여주며 다양한 일을 시킨다. 돈이 학과 자체 계정이나 교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도 아닌데 학과와 교수 권한을 강화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생이 학과나 교수에 종속될수록 전반적인 대학원생 권리 침해는 심각해지고 보호나 강화는 힘들어지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조교 제도 역시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   

대학원생 조교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예전부터 간간이 들렸지만, 대학원생 조교 사용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학 총장이 검찰에 송치되고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결성되는 조교 제도에 대한 여러 기념비적인 사건은 최근 부쩍 늘었다. 구멍이 곳마다 천을 덧대고 기워 만든 누더기 옷과 다를 없는 지금 대학 구조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신호다. 교수신문에 주로 대학원생들의 입을 빌려 연재되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一聲>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일부 대학원생이 푸념하는 목소리가 아니다. 대학을 유지하고 지속시켜온 메인테이너들이 대학에 보내는 경고다. 조교로 기운 누더기 대학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옷을 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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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부가 2017 대학원생 조교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대학을 통해 수집한 규정상 근무시간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업무 수행에 들이는 시간은 것이다)

 

대학원생 인권 및 권리 문제는 내 연구 및 관심 분야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계속 개선해야할 문제인만큼 교육부 과제 이후로도 후속 작업 및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아마 이 기고문이 후속 활동 중 첫번째일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대학신문에 계시는 김정현 기자님과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글을 기고할 기회를 얻었다. 보고서에 담지 못한 생각이나 제안을 세상에 좀더 알리고 싶었다. (물론 과제수행이 끝난지 두달이 되어가는데도 보고서 최종본 제출을 거부(?) 당하고 있어 보고서보다 기고글이 더 빨리 나오고 있다...) 신문에 실린 버전을 보고싶다면 링크(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88490)에서 볼 수 있다. 비교하면 알 수 있겠지만 신문사 교열 및 편집 과정에서 표현이나 일부 문장이 삭제되어(분량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아래 버전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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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기고문(2018.4.20.)

 <대학원생의 미투, 교수의 위드유: 교수들의 특별한 위드유 운동을 제안합니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전준하

 

착잡한 6개월이었습니다. 지난 10월에 시작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가 두 번의 연장 끝에 4월에 끝났습니다. 연구를 시작한 이후에도 하루가 다르게 대학원생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는데, 전에는 단지 분노하거나 한숨과 함께 넘겼을 사례들이 이제는 책임지고 응답해야 하는 요청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연구를 진행하면서 응답해야 할 대상은 각각의 인권침해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원생 인권침해 문제는 최소 국내 대학원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90년대 중후반부터 20년간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지요. 개별 사건이 아닌 국내 대학원이 문제였고, 이에 대해 응답해야했습니다. 착잡한 20년이었습니다.

 

착잡한 20년을 만든 건 착한 대학원생들과 착한 교수들이었습니다. 착한 대학원생은 인권을 침해당해도 참았습니다. 참지 못한 대학원생은 더 이상 대학원생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떠난 대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하지 않는 대학에서 착한 대학원생들은 자조할 뿐이었습니다. 한편, 착한 교수들은 대학원생의 인권을 침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일이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가끔씩 난 아니야라고 항변할 뿐이었지요. 대학원생도 교수도 계속 착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더 이상 착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자 대학원생들은 대학 밖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기자를 만났고, 변호사를 만났으며,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만났습니다. 여론에 호소했고, 총장 또는 교수를 사법기관에 고발했으며, 정책을 제안하고 법률을 발의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대학의 변화를 요청했을 때, 응답은 대학이 아닌 대학 밖에서 들려왔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대학원생들은 대학에 남기 위해 대학 밖으로 나와야만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 역시 대학이 아닌 교육부가 발주한 것이었습니다. 연구결과는 대학원 담당 조직이 따로 없는 교육부의 손을 거쳐 법률 등의 형태로 정책이 되어 대학에 적용될 테지요. 이를 감안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그 정책이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이런 정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학이 진정으로 변하기 위해선 대학 안에서 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원생들이 어쩔 수 없이 대학 밖에서 미투(Me too)를 외쳐왔다면, 이제는 교수들이 대학 안에서 나설 차례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대학원생의 인권 보호, 더 나아가 인권친화적인 대학 만들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교수님들께 조금 특별한 위드유(With you) 운동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읽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다면 소속 대학이 채택한 대학원생 권리장전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학원생 인권장전 가이드라인’(이하 권리장전)을 찾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권리장전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등 분명한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이른바 공인된 대학원생의 권리를 명시한 문서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위드유 운동은 이 권리장전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교수님이 권리장전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겠다는 다짐을 공표하는 것만으로도 대학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권리장전에는 총 12개 항목이 있는데, 이를 꼭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권리장전에 동의하지 않는 항목이 있거나 보다 명확히 하고 싶은 항목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해 간략한 견해를 작성하여 공유해주십시오. 지도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공유하되, 더 나아가 이를 교수님 본인 혹은 연구실 웹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인권침해를 당했거나 당할까 두려워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동행의 표시가 될 것입니다. 대학원생들을 다시 대학 안으로 불러와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보다 서로 존중하는 대학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 그간 공론화되지 않았던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교수님, 대학원생들이 용기내어 미투(Me Too)를 외칠 때, 입을 닫거나 낫미(Not me)라며 회피하지 말고 대학원생 권리장전과 함께 위드유(With you)라고 대답해주십시오.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보장되는 대학원을 만드는 데에 함께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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