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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턴(워싱턴 DC AAAS)

‪#‎전인턴_블로그‬ ‪#‎에필로그‬ 150610 ‪#‎귀국‬!

5개월 동안의 워싱턴 DC 생활이 모두 끝이 났다. 항상 그렇듯, 하루를 살다보면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다가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분명 특별한 5개월을 살았는데, 5개월 전과 다를 것 없이 다시 나는 서울에 있다. 어릴 적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하다가 커가면서 죽음보다는 “언제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성공에 메마른 사람마냥 시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붙이려고 하지 않으려해도, 그러지 않으면 마치 그저 흘려보낸 것만 같아 어떻게든 지나간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하기를 반복한다. 언제쯤 시간의 절대성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

의외로 DC에서의 5개월은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였다. 내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항상 그 시간의 “주제”가 있었고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기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것이 공부였던 적도 있고, 동아리였던 적도 있으며, 총학생회 활동이었던 적도 있었곘지. DC에서도 별반 다를 것 없이 인턴십에 집중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보다는 엄청난 자유가 주어지면서 그저 그 날 관심이 가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읽거나 행사에 참여하거나 글을 쓰거나 했다. 하루종일 페이스북만 들여다보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들과 글을 읽은 적도 많다.

사실 머릿 속으로는 정말 이 시간이 Pre-Graduate School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겠다고, 또 연구하겠다고, 결국엔 입안을 해보겠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과학기술정책의 넓은 범주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할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저 석사과정을 하면서 어떤 논문을 쓸까, 나는 도대체 어떤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고 싶은걸까를 고민할 뿐이었다. 제대로 된 논문 한번 써본적 없으면서 흔한 학계 속물처럼 주목받을 만한 주제, 공모전 등에 나갈 수 있는 주제에만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AAAS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내게 일을 주지는 않았지만 개략적으로라도 내 머릿속에 과학기술정책을 주제로 한 마인드맵을 그리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정말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과학기술정책 관련 업무를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으로 연구원이 되는 일이 따분하기보다 흥미로운 것이라는 점도 느꼈다.

대학원을 이 방향으로 갈 생각을 했다면 일찍이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 어느 정도 구체화를 시켰어야 했는데 8학기 째에 드디어 대충 감이 잡히다니, 지난 학기들 동안 내가 정말 공부를 소홀히 했구나하고 절실히 깨달았다. 남부럽지 않은 알찬 대학생활을 했다고 자신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5개월 동안 나 자신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반성과 고민을 한 기간이었다. 주변에는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DC라는 공간 말고도 인터넷은 정말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였으며, 시기 역시 적절한 내 인생의 시점에 위치한 것 같다.

하… MJ께 드는 무한한 고마움…. 국내 정치에서 못다한 꿈 축구계에서 이루시길…..ㅋㅋㅋ

아산서원 입학식 떄도 말했던 거지만, 오늘의 내가 꽤나 성숙하다고 자신하더라도 내일이 되면 어제의 나는 참 어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숙해졌다고 자신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워싱턴 DC 안녕. 언젠가 커서 한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다시 오게 된다면 인생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할 듯.

+ 가끔 구글 맵을 켜놓고 DC 지도를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내가 가본 곳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못 가본 곳은 어떨지 상상해보기도 하고.

Joonha Jeon님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