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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턴(워싱턴 DC AAAS)

아산서원 워싱턴 인턴십 한 달 째를 맞이하여(2)

글을 어찌 써야하나 고민을 많이 해보았는데, 역시 시간 순으로 가는게 쓰기도 쉽고 읽기도 술술 읽힐 것 같다. 앞선 글에서는 주로 내가 한 달동안 워싱턴 DC에서 생활하면서 보았던 워싱턴 DC라는 도시의 외면을 썼다면, 이번에는 좀더 들어가서 그 내면을 살펴볼 차례가 되겠다.


사실 내가 아산정책연구원 및 아산서원 원장으로 계시는 함재봉 원장님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존경할만한 분 중 한 명이신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민간 씽크탱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렇다. 원장님이 아산서원 6기 원생들을 워싱턴에 보내면서 하신 말씀 중 하나가, '어떤 사람이 글로벌화 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세계 주요 도시를 가서 버스나 지하철을 어디서 어떻게 타는 지 알고, 어디서 뭘 먹을지를 알고, 어디서 묵을 지를 아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내가 제대로 옮겼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 역시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름 신선한 정의였지만 나는 그저 들리는 대로 듣기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워싱턴인가를 연결지어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해석한 아산서원이 원생들을 워싱턴(+베이징)으로 인턴십을 보내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강조하는 이유는 워싱턴이 씽크탱크의 집합지이고, 수많은 씽크탱크가 미국의 정치와 맞물려 돌아가는 그 중심에서 생활방식을 익히라는 것이었다. 단지 워싱턴에 있는 씽크탱크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백악관은 어떻게 생겼고, 국회의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를 듣고 오는 게 아니라, "워싱턴의 삶은 어떠한가"를 체험하라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워싱턴에 살면서 내가 노력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워싱턴의 삶"을 살아보려고 한 것이다. 


사실 거창하게 쌍따옴표까지 달아가며 말했지만 별 거 없다. 요약하자면 씽크탱크에서 자기가 관심있는 주제로 리서치를 하다가, 업무 시간이던 업무 시간이 아니던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한 컨퍼런스나 행사 등이 열리면 가서 참석하고, 질문하고, 참석한 다른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그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행사를 알아가고, 그렇게 자신이 관심만 있었던 주제에 대해서 점점 전문가가 될 뿐만 아니라 나름 그 분야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는 것이다.(요약이 참 길다...)


아산서원이 제휴(?)를 맺은 기관만 하더라도 2~3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컨퍼런스 등을 참가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다 새로운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을 보면 정말 워싱턴은 씽크탱크의 집합소라는 말이 참 어울린다. 다른 원생의 말마따나 그 돈이 어디서 나오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왜 씽크탱크에 돈을 주는가 역시도 생각해 볼 주제지만, 여기서는 잠시 묻어두도록 하자.
 내가 다니는 기관인 AAAS처럼(다만 AAAS는 씽크탱크로 분류되지 않는다....왜 그럴까?) 특정 분야만 다루는 기관이 있다면, 브루킹스나 우드로 윌슨 같이 분야를 막론하고 굉장히 많은 주제를 다루는 기관도 있다. Cato처럼 특정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또 그것을 위해 연구하는 기관이 있는가하면 HRNK나 KEI처럼 특정 나라(각각 북한, 한국(경제))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 관심사도 정말 다양한데, 그 관심사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도 정말 다양하고, 그에 맞는 씽크탱크들이 있으니 얼마나 발전된 정치를 할 수 있는 풍토인가!(물론 그렇다고 미국 정치가 잘 돌아간다는 말은 아니고...또 잘 안 돌아간다는 말도 아니다...ㅋㅋ)
 게다가 더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면, 그 씽크탱크들이 정말 앉아서 연구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십개의 컨퍼런스 및 행사들이 열린다. 그 컨퍼런스 및 행사들은 주로 "Talk"가 중심이다.(원장님이 왜 그렇게 수사학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놀랐던 것은 정부 기관에서 나온 사람이건, 들어본 적도 없는 기관의 인턴이건, 국회의원이건, 교수이건 대학생이건 말을 하나 같이 잘한다는 것이었다. 말을 잘 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현상(?), 환경(?)인지 알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 만큼은 전문적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거꾸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와도 대답을 할 수 있을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바마나 외국 연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질문을 하라고 했는데 기껏해야 한 두명 손 드는 것을 보고 얼마나 신기해할지도 알 것 같다. 당장 아산서원 6기가 워싱턴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TV로 본 오바마의 신년 국정 연설과 박근혜 대통령의 그것을 비교해보아도......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것 말고도 워싱턴의 내면에 대해 느낀 점은 각각의 사람들인데, 그 내용은 우리 기관 소개와 내가 했던 일, 하는 일에 대한 글을 쓴 이후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밤이 늦었다. 이렇게 늦게 자는 것도 오랜만이네....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