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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2018 in Review (1): 대학원생 시절 코멘트

2018년 마무리가 2019년으로 넘어갔다. 스터디카페에서 새해를 맞이한다. 맙소사 이렇게 2018년 리뷰가 오래걸릴 줄 몰랐다. 중간중간 참지 못하고 딴짓한 탓도 있지만 그저 한 해가 아닌 일종의 소전환점에 해당하는 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17년을 제대로 마무리 못한 것도 있고. 

내게 2018년은 크게 둘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군)휴학 전과 취업 후다. 5월 1일에 입사했으니 딱 1/3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따로 기록해둔게 별로 없어 이메일과 구글 캘린더, SNS 등을 통해 다시 되짚어보면 아래와 같은데, 활동 별로 몇마디 코멘트만 남기고자 한다. 

(1월~4월)

- 군입대 및 취업 준비

되짚어보니 정말 부단히도 노력했다. 결국 전문연을 하게 되었지만 의경, 통역병, 의무소방 등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지원했다. 운좋게(?) 의경이나 통역병이 되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전문연도 정말 여기저기 많이도 지원했다. 알아본 곳은 훨씬 많고. 그 때 한창 '취준생'을 경험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TMI를 시전하기도 했다. 취준이 어쩌고 저쩌고... 니들이 취준의 고통을 알아?! 전해지진 않겠으나 마음으로나마 사과한다... 결국 내 노력들은 다 수포로 돌아가고 운좋게 취업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본 한 회사에서 연락을 준 것을 계기로 취업 및 입대를 하게 되었다. 과제에 지쳐있던 내게 택도 없는 업무를 제안하길래 처음에는 별 고민 안했으나...선택지가 없기도 했고...이하 생략. 회사 이야기는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한다. 

- 교육부 과제 마무리(라고 썼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시작...)

마음 속으로는 아직 마무리를 못했다. 1년 전에 쓴 '출사표'를 다시 읽고 든 생각에 짧은 감상문을 남겼다. (http://stpforerbody.tistory.com/57) 다시 기록들을 살펴보면서 짧게 코멘트 남길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 정도. 4월에도 인터뷰를 여럿 진행했구나. 최종 공청회 준비에 여념이 없기도 했고.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걸까...

어쨌든... 교육부 과제는 조만간 다시 정리할 것. 내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도 있고... 정리하면서 논문을 목표로 진짜 마무리 계획을 세울 것. 물론 그것도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겠지만.

- STEPI Fellowship 연구 및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 강좌 수강

너무나도 처참하고 창피하게 미완의 결과물로 끝나서 나중에 또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설민이형과 함께 작업한 STEPI Fellowship 연구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히 적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설민이 형하고 죽이 잘 맞았다. 그나마 대학원에서 내 관심분야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선배였다. 그 뿌리는 아마도 내가 학부 때 교수님 부탁으로 잠깐 알바 형태로 도왔던 형의 석사논문연구일테고,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교수님이 소개 및 추천해준 Sotaro Shibayama와 John P. Walsh라는 연구자들과 그들의 연구(주로 team science에 대한)일테다. 

석사 2년차에 접어들 때 쯤, 교수님이 Team SYK(교수님+지도학생) 공대 랩化 프로젝트(결국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실패)를 시작하고자 하셨다. 이른바 1박사과정 1과제 정책. 때마침 연구재단에서 IBS의 Team Science에 대한 RFP가 떴고, 교수님께서 이제 막 박사에 진학한 설민이형과 형을 도울 나를 불렀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영혼 있는 과제'라는 단어를 쓰시면서... academic commitment를 주문하시고... 셋이서 과제를 통해서 좋은 논문 몇 편 써보자는 의기투합을 했더랬다. 나 역시 관심이 큰 주제였기 때문에 잘하면 내 석사논문도 쓸 수 있겠다 싶어 흔쾌히 OK를 불렀고, 제안서 작성에 힘을 쏟았다. 아마 2017년 초는 이 작업에 가장 공을 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과제가 주인이 있는, 그것도 이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님의 제안으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한번 덤벼보자하고 끝까지 제안서를 썼지만, 결국 떨어졌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쓴 제안서를 가슴에 묻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설민이 형과 대화를 나누던 중 STEPI Fellowship (영문) 공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Fellowship이 여느 Fellowship과 다르게 매우 특이한 방식[각주:1]으로 진행되는 터라 '다 된' 논문이 있어야한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둘 다 욕심을 부려 1년전 가슴에 묻은 제안서를 제출하고 선정되면 그 때 어떻게든 논문을 쓰자라고 의기투합을 했다.

결과는 선정. 손에 쥔 건 제안서 한 편인데 2~3달 안에 논문 한편을 만들어야했다. 그 과정을 굳이 글로 옮기진 않겠다. 막무가내식으로 때마침 설민이형과 함께 서울에서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 강의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IBS 연구성과 dataset에 적용해서 descriptive statistics를 뽑는 정도의 결과만을 가지고 급하게 논문을 썼다. 부끄럽게도 높게 쳐봤자 석사 수업 텀페이퍼 정도되는 결과물을 제출하고 말았다. 

'다시는 이러지 말자.'

- 석사 때 벌린 일 마무리(원총, 학과 석사대표 등)

친구가 '또 일 벌린다'고 혀를 끌끌 찼던 원총 일과 학과 석사대표 일을 마무리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계획했던 대로 내 '최저임금'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계획 밖의 여러 과제 때문에 결국 스트레스로만 다가왔던 일이기도 했다. 

 - 박사 잠깐 (Institution & Policy 박범순 교수님 수업)

보험으로 진학한 박사과정이었고, 내 머릿속에는 교육부 과제 마무리와 입대/취업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공부'를 지속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했다. 때마침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돌아오신 박범순 교수님이 Institution & Policy라는 원래 '기관과 정책'이라는 강의를 꼼수를 사용해 '제도와 정책' 강의로 탈바꿈하여 여셨는데, 산학협력 제도화를 주제로 석사논문연구를 마친 나로서는 듣지않을 수 없었다. 딱 절반을 듣고 끝났고 리딩을 철저하게 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동료들과 토론하며 대학원 생활을 마무리해서 좋았다. 여느 STP 강의처럼 매주 리딩을 하고 그에 대한 RP(Response Paper)를 수업 전까지 제출했는데, 이 강의의 경우 RP를 교수님께 제출하는 게 아니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블로그는 옆 링크 참조. (https://stp608.wordpress.com/) 내가 쓴 RP와 Discussion Leading Article도 보이는데, 영어로 된 글을 안쓴지 몇 달 째가 되서 그런지 내가 정말 저 글을 쓴게 맞나 싶다...이러면 안되는데... 하긴, 논문도 그렇지...

(그 이후...)

사용하는 구글 캘린더만 보더라도 5월을 기준으로 일정 수가 확 준다. 아니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없다시피 하다. 몇몇 due date만 있고. 

사실, 대학원 나온 것을 여러 번 후회하기도 했다. 회사 업무와 생활에 실망한 것과 더불어 내 생각보다 '딴짓'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 것도 크지만, 무엇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대학원을 나오기가 무섭게 대학원의 겹경사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원 사람들이 (특히 학생들이) 필요이상으로 비관적인 것도 있지만(근데 순위를 매기자면 아마 내가 가장 비관적인 사람 중 한명이었을 거다), 많은 사람들이 탈락을 예상했던 융합연구센터 사업에 선정이 되면서 이른바 STP의 '인류세' 세대(?)가 시작되었고, 더불어 fellowship과 같은 여러 혜택들이 생기는 등 저변이 넓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비참하고 찌질하게 만든 건 내 바로 윗 학번 선배 2명이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에 선정된 일이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동시에 회사 일에 이른바 '현타'가 오면서 '나는 뭐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찼다. 축하한다고 연락을 하면서도 자꾸 나하고 비교가 되면서 진심으로 축하하지를 못했다. '내가 매일 8시간 일하고 월 200 조금 넘게 버는데, 글로벌박사펠로우십이 되면 장학금으로만 연 2천만원이고 24시간 공부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겠구나. 남아서 글로벌박사펠로우십까지만 도전해볼걸 그랬나.' 이 따위 생각들이 계속해서 들었다. 

지금도 가끔은 그런 의미없는 비교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가 대학원을 나와서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도 썼지만 다시금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라는 진리를 깨달을 뿐이다. 그리고 그 남의 떡은 내 떡이 될 수 없다. 내 떡이나 맛있게 먹어야지.

또 글을 끊어가야겠다. 아니 원래 써야지 했던 2018년 점검을 이렇게 미루네... 오늘이 가기전에 꼭 마무리해야지... 

 



  1. 일반적인 Fellowship은 연구과제와 마찬가지로 제안서 등을 제출해서 선정되면 정해진 기간동안 연구비를 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STEPI Fellowship은 제안서를 받아 선정한 후 2~3달 정도 기간 내에 논문을 제출하면 수고비(?)를 주는 방식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