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나중에 나를 지도학생으로 거두어주었으면 하는 Sarah de Rijcke가 2019년부로 Leiden 대학 과학기술학연구센터(Center for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이하 CWTS) 연구단장 자리를 맡는다. 지난 5월 취임 기념 공개 강의(inaugural lecture)를 했고, 영문으로 번역한 강의록이 7월에 공개되었다. Sarah De Rijcke는 연구평가에 계량서지학적 지표를 활용할 때 주의하거나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을 적은 Leiden Manifesto 작성 및 발표에 참여한 바 있는데, 나는 그 이후로 그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가 새로운 논문을 낼 때 마다 훑어보곤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연구가 내게 준 영향이 적지 않았고, 이제는 단순한 영향을 넘어 내 관심 분야가 그의 연구 분야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앞서 밝혔듯 유학을 가게 된다면 꼭 이 분께 지도를 받고 싶은 이유다.

존경심을 표현하고자, 또 당분간 멈춰있던 내 연구 열정(?)을 다시 불사르고자 아래 그의 CWTS 연구단장 취임 기념 공개 강의록을 한글로 번역해 둔다. 사실상 전문 번역이긴 하나, 마지막 5문단은 순전히 감사의 말로만 구성되어 있어 따로 옮겨오지 않았다. 이 글이 내가 번역해본 글 중 가장 긴 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번역 경험이 많지 않아 오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일러둔다. 강의록임을 고려하여 의역한 부분 역시 적지 않다.

번역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느낀 작업이었다. 본문은 꽤나 길기 때문에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의록 원문 링크: https://www.cwts.nl/news?article=n-r2x264&title=inaugural-lectures-by-sarah-de-rijcke-and-ludo-waltman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universiteitleiden.nl/en/news/2019/05/knowledge-production-must-fundamentally-change

* 강의는 네덜란드어로 진행했기 때문에 내가 읽은 영어 강의록 역시 네덜란드어 원본의 번역본이다. 내가 네덜란드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번역본을 번역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원문 확인이 필요할 때는 네덜란드어 원본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확인했다.
** 원문 파일에서는 강의록인만큼 참고문헌을 단순히 문장 끝에 [학자 이름]으로 달고 글 말미에 목록을 제공했다. 나는 통상 인용하는 방식을 사용했고, 필요 시 역주를 달았다.

연구평가와 연구수행환경 점검하기

So try it one more time (그러니 한 번 더해보자고)
With feeling darlin', take it from the top (그 느낌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말야)
--- Kris Kristofferson, Once More with Feeling

저명하신 총장님, 존경하는 동료들, 친애하는 친구들과 가족들, 소중한 청중 여러분.

저는 지난 2017년 10월 30일에 한 이탈리아 해양생물학자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이메일을 한 통 받은 바 있습니다. Ferdinando Boero는 '꽃'이라고도 불리는 해파리 떼 출현을 연구하는 학자로, 자세하게는 최근 몇 해동안 부쩍 늘어난 해파리 떼 출현 시기의 원인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연구결과를 해당 연구분야 핵심 학술지에 게재할 수 없었는데, 때문에 몇 가지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첫째로, 그가 관찰한 비정상적인 해파리 떼 출현 시기는 해양생태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조짐인만큼 절대 사소한 연구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둘째로, 해파리 떼가 출현하면 쏘임사고가 느는 만큼 해당 현상은 관광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어업 종사자 역시 해파리 떼가 생선 알과 어린 생선을 잡아먹어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파리는 해초 성장을 방해합니다. 즉, 해파리는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Boero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성과지표의 역할을 연구한 제 논문을 읽고 제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습니다. 제 논문은 오늘날 학문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그의 생각을 확인해줬습니다. 그는 그의 분야에 자리잡은 다소 엄격한 규범이 이탈리아 학문연구시스템에도 반영되어 그가 보기엔 중요한 기여조차 연구성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연구자로서 상당한 사회적 관련성을 가지는 정책보고서 작성에도 자주 참여하곤 하는데, 그가 그 보고서를 평가를 위한 실적으로 제출하면 그가 있는 대학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책보고서는 동료심사를 하는 국제 학술지에 출판되지도, 영향력 지수(Journal Impact Factor; 학술지가 얼마나 자주 인용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여태껏 게재한 논문보다 그 보고서가 훨씬 가치있는 업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구평가구조는 업적의 실제 가치를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위해 설명서를 작성하고, 정책입안자를 위해 과학 자문을 해왔지만 학계에서는 아무 것도 인정해주지 않아요. 또 저는 필요 이상으로 동료들이 쓴 논문에 제 이름을 추가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제 논문 게재 횟수는 줄고 있어요. 현재 연구평가기준에 따르면 저는 과거보다 게으른 셈이죠!

저는 평가와 지식생산 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관심이 큽니다. 따라서 저는 Boero가 보낸 이메일을 연구자료이자 근거 삼아 추후 연구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평가는 오늘날 대학이 돌아가는 데에 있어 영속적인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매우 단순한데, 대학이나 연구소 등 지식기관 역시 각종 순위와 등급 매기기 홍수로 이루어진 '평가 사회'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Dahler-Larsen, 2012) 인터넷이 개발된 후 홍수는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식당부터 호텔, 교육기관까지도 우리는 모두 그 숫자가 떨어지기를 바라듯이 계속해서 점수를 매기고, 계산하고, 순위를 냅니다. 이련 현상은 공적 영역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공공화장실에 가게 된다면 한번 눈여겨 보십시오. 이제는 '저희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셨습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화장실 관리자를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 얼굴 표시로 된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입력 정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한데요. 결과와 상관없이 설문조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청소부가 규율을 경험할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는 이런 모든 평가와 순위 매기는 행위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특히 학문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제 연구는 좁은 의미에서 평가와 계산, 측정만을 다루는 건 아닙니다. 저와 제 연구그룹은 한편으로는 지식 생산을 다루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학문 관리 및 조직 방식을 다루며 둘을 연결짓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비 지원 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과 (Whitley, 2007) 연구업무가 점점 형식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폭넓은 관점을 유지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연구는 갈수록 외부 자금을 조달해오는 형태로 수행되며, 과제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고, 때문에 연구자들은 경쟁에 내몰리게 됩니다. 특히 이런 연구과제는 대부분 엄격한 과제관리 및 통제 하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Fowler et al., 2015) 이렇게 변화하는 자금 지원 구조, 조직 형태, 정치적-사회적 체계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평가는 사회에서 핵심적인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임기동안 저는 현재 학계가 처한 상황을 둘러싼 국제적인 우려와 논의를 다루고자 합니다. 저는 연구 환경에 따라 연구 내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합니다. 사회적 절차만을 다루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Boero가 연구하는 해파리 역시 학문적 또는 대중적 토론 주제가 될 수 있는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과학자와 그 제도의 사회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연구 내용의 사회학 역시 연구할 것입니다. (Latour, 1988) 우리는 과학자가 놓인 상황 뿐만 아니라 그의 연구주제가 처한 상황 역시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가지 중심 질문을 던져야만 합니다. 

1) 우리는 과학과 학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람들은 형식적 혹은 비형식적 평가 체계에서 연구의 질(quality), 사회관련성(societal relevance), 좋은 거버넌스, 특정 협업 방식의 중요성, 경력을 무엇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이해관계자는 수월성(excellence)이나 관련성(relevance)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정책에서는 어떻게 표현될까요?

2) 평가는 학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평가는 학문 연구나 그 평가를 활용하는 다양한 정책 및 연구비 지원 기구와 어떻게 상호작용할까요? 우리는 이 상호작용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연구합니다. 특히 연구자나 이해관계자가 연구 내용이나 작업 방식을 정하는 지점을 들여다봅니다. 실험실이나 바다 위 배에서, 또 기록보관소 속 인문학자들과 함께 말이죠.

3) 작금의 평가방식은 우리가 학문을 평가하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 

바로 스포일러를 발설하자면, 이 질문에 제가 지금 갖고 있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분명히 연구평가 체계는 몇몇 결함을 갖고 있고, 다행히도 이미 몇몇이 시작했듯 우리는 이를 고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Benedictus & Miedema, 2016) 당연히 학계를 포함한 세상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니 지속적인 조절도 필요할테지요. 학계는 갈수록 국제화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갈수록 거대한 기반 시설(infrastructure) 아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대학 안팎에서 무엇을 연구해야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국가연구의제(National Research Agenda)[각주:1]나 의생명연구에서 환자단체가 가지는 역할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사회 문제(노후 건강, 인공지능과 윤리, 부정적인 기후변화 등)에서 해답을 찾는데 있어 사람들의 기대는 실제 학문이 가진 문제해결능력 범위를 넘어서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평가가 어떻게 연구자와 대학의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미치는지 알아야만합니다. 평가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과거에는 무엇을 했는지를 말이죠. 궁극적으로 우리가 평가를 통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평가지표를 염두에 둔 학술활동

Recent events do not give me hope, but they do give me purpose 
(근래 벌어진 현상들은 내게 희망을 주진 않지만, 목적을 일깨운다)
---Kathleen Fitzpatrick, The Generous University

정량적 성과 측정은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데 적합한 방식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제 자신에게 이런 계산과 측정, 평가가 정말 학계의 요구를 충족하는지 질문해왔습니다. 지금이야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같은 주제에서 경험적 연구가 드물었죠. 심지어 네덜란드에서 같은 주제로 논의가 일어나기도 전이었습니다. 저는 학계에 만연한 - 주로 정량적인 - 지표들이 좋은 연구를 장려하고 지식 생산의 질을 보장하며, 제대로 된 연구자들을 자리에 앉히고 승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기에 믿을 만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보장하기 어렵고, 오히려 그로부터 거리가 멉니다. 지난 몇년동안 제 연구단에서 진행한 연구과제를 통해 내릴 수 있는 중요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경제체제 아래 평가에 대한 지배적인 이해방식이 지식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축소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역자 강조)[각주:2] 연구자가 특정 시기에 논문을 얼마나 많이 출판했는지,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영향력지수는 몇인지, 그 논문은 얼마나 인용되었고, 연구자가 최근 수주한 연구비는 얼마인지와 같은 질문들로 말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최소 두가지 결과를 가져옵니다. 첫번째는 체계 안에서 살아가는 연구자들의 안녕(well-being)과 관련이 있는데(Weijden et al., 2017), 더 나아가 이는 사회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요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치열해지는 경쟁, 줄어드는 동료의식과 공동체적 헌신이 가져올 결과를 상상해보십시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수백명을 인터뷰하고 수개월동안 관찰하며 산더미같은 서류를 분석하며 다양한 학제에서 현장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의생명과학만 놓고 보더라도 수많은 야심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다른 나라 연구자들로부터 연구결과를 '스쿱'[각주:3]당할까봐 휴일에도 쉬어서는 안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쉬지 않고 힘들게 일해서 높은 영향력지수를 기록한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온 연구단장이나 학과장이 서로 건강을 챙기라고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건강 챙기시라고 제가 여러번 말했죠. 저는 혈관우회수술을 세번 받고서야 깨달았어요. 네이처(Nature) 지에 논문을 싣는 것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시장경제 원리에 기반한 연구평가체계가 가져오는 두번째 결과는 연구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지점이지요. 우리는 연구주제의 다양성이 줄어들 위험성 역시 발견했습니다. 연구가 갈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계획되고 수정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들의 관심사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연구질문을 고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지표와 함께 고민하기(thinking with indicators)'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Müller & De Rijcke, 2017) 이는 학문이 가지는 다른 질적 요소들(독창성, 긴 기간 동안의 학문적 진척도, 사회관련성 등)을 주변부로 밀어내거나 아예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학문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은 현상입니다.

우리 모두 두 결과가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학문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대학이 세상에 기여하고픈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일자리가 아니게 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지표와 함께 고민하기'라는 주제로 연구한 내용으로부터 내릴 수 있는 또다른 중요한 결론은 형식적 평가 과정에서 단순히 정량지표를 제외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올해 4월 18일, ZonMw(Netherlands Organisation for Health Research and Development, 네덜란드에서 미국 NIH의 역할을 하는 기관) NWO(Netherlands Organisation for Scientific Research, 네덜란드의 연구재단), KNAW(Royal Netherlands Academy of Arts and Sciences, 네덜란드 왕립 아카데미[각주:4])은 '연구평가에 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San Francisco Declaration on Research Assessment, 이하 DORA)'에 서명했습니다. DORA는 출판 논문 수나 피인용수와 같은 지표에 덜 의존하고 다른 평가 기준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와 연구자 평가에 대한 전세계적 계획입니다. 이들 기관은 DORA에 서명함으로서 연구평가 방식을 개선해야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이 자체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평가지표의 사용이 이미 주된 지식 생산과정과 밀접하게 뒤섞여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연구 현장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나아가야만 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지표인 영향력지수를 생각해보세요. 20년이 넘도록 영향력지수는 서서히 기관 내 제도나 동료평가과정, 특정 학제가 가지는 연구 질에 대한 규범과 가치, 실제 연구자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에 침투해왔습니다. 이 평가지표는 누가 대학에 남아 연구를 할지, 어떤 학술지가 중요한지, 또 누가 연구비를 지원받아야 마땅한지 결정하는 데 쓰여왔습니다.

영향력지수와 같은 지표들은 이런 다양한 실천에서 항상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이제 [DORA 서명을 통해]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공식 절차에서 이런 지표들이 쓰이느냐 마느냐겠지요. 하지만 이미 수많은 연구실에서 다음 연구질문을 도출할 때 지표를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향력지수를 거부하라는 요청은 이런 현실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DORA에 서명한 기관들이 꽤나 근본적인 과학지식 생산방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복잡한 작업을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평가를 통해 정확히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여전히 분명치 않습니다. 역시 대학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도 분명치 않지요. 실질적이고 명확한 비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선 앞서 언급한 구조와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DORA 서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깊은 곳으로 뛰어들기

So, what have we provoked?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도발했나?)
---Donna Haraway, Tentacular Thinking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요?

새로운 연구정책은 학계가 공동연구와 학제간 및 초학제적 연구를 통해 사회적 관련성이 있는 주제에 전념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정책은 앞서 제가 주장했듯 전세계 차원에서, 생산 위주의 연구문화와 매우 관료주의적인 평가 관행 속에서 시행될 것입니다. 유럽연합의 연구정책 방향성은 지난 10년 사이 크게 변했는데(Wilsdon & De Rijcke, 2019), 새로운 정책은 유럽 연구계 전반에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와 개방형 데이터부터 연구개발을 사회적 우선사항에 맞춰 조정하는 것까지 다양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전지구적 과제(global challenge)' 해결에 앞장서는 연구과제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우선사항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이는 부정적인 기후 악화나 스마트 기술을 포함하고 있죠.

임무 중심의 연구(mission-oriented research)로의 움직임이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움직임이 차후에 기초연구에 대한 금전적 및 구조적 지원의 감소로 이어질까 두려워하는 목소리 역시 들립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학제간 및 초학제적 연구, 오픈 사이언스와 사회연관성을 촉진하는데 전력을 다할 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다른 '평가 원칙(evaluative principles)'이나(Star, 1995) 수월성 또는 국제 경쟁력 등과 같은 학문적 질 평가 기준과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마찰에 관심이 많으며, 앞으로 이를 조심스럽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좋은 연구란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한 규범과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고 싶습니다. 모든 연구자는 이제 높은 수월성과 동시에 곧바로 적용가능한 지식을 추구해야 하는 걸까요? 그게 가능하긴 할까요? 의미있는 기여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언제 개별 연구자 혹은 학문 분야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나요? 그것을 누가 혹은 무엇이 판단할까요? 이를 통해 누가 이득을 취할까요? (Cui bono?) (Star)

제가 이 강연을 시작할 때 연급한 이탈리아 해양생물학자 Ferdinando Boero의 이메일은 결국 해양과학의 평가에 관한 새로운 연구과제로 귀결되었습니다. 이 과제는 방법론적 혁신을 위한 영감을 주기 때문에 우리 CWTS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후에 이 지점을 다루기로 하죠. 이에 더해 연구과제의 주요 연구질문은 제가 재임기간 동안 다뤄야 할 중대한 질문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평가와 학문적 통찰은 어떻게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을까요?

왜 해양과학인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Vermeulen, 2013), 제 연구분야에서는 해당 분과학문을 다룬 연구가 매우 적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해양과학이 다른 여러 분과학문과 마찬가지로 그저 학문적으로 우수해야하고, 산업연관성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존방안에도 제언을 도출하도록 엄청난 압박 아래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해양학자들은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오염과 남획, 해수온도 상승이 가져오는 효과를 분석해야 하며, 해양환경 인식 제고 활동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기술혁신의 산업 적용에도 힘써야 합니다. 과연 그들은 연구와 효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이 일들을 모두 해낼 수 있을까요? 리스크가 높아 국제적 수준으로 연구비 지원을 받거나 더 복잡한 연구질문을 다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속에서 그들이 해당 업무를 모두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맞는 걸까요? (Laudel & Gläser, 2014)

저는 다음 5년동안 해당 학문분과를 대상으로 연구하는데 전념하여 평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할 것입니다. 저는 제 동료들과, 또 감사하게도 연구과제에 도움을 주기로 한 Ferdinando Boero를 비롯한 5개 주요 유럽해양기관 리더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할 것입니다.  

연구방법을 간결하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우리는 해양과학 평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해양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정량적 분석을 시도할 것입니다. 어떤 주제가 다른 것보다 더 가치있게 여겨졌는지, 어떤 연구노선이 '뜨는 주제'가 되고 어떤 건 그러지 못했는지, 누가 세계적인 연구자가 되고 누가 주변부로 사라져갔는지를 연구할 것입니다. 박사과정생 몇 명은 현장연구를 통해 관찰에 집중할 것입니다. 현재 해양과학에서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서로 다른 유럽해양기관, 연구실, 선상, 해수면 아래, 팀미팅에서 업무는 어떻게 수행될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유럽과 국가 단위에서의 연구정책 우선순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무엇이 가까운 미래에 해양과학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자리잡을까요?

저는 이 연구과제가 CWTS, 그리고 아마 과학학(Science Studies) 전반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과제에서 민족지적 방법론과 과학정보계량학적(scientometric) 방법론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접근은 최근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과학정보계량학을 통해 만든 모델이 과학기술학과 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요청에 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학정보계량학은 다양한 과학기술학에서 탄생시킨 개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Cambrosio et al., 2014) 물론 그 어떤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쉬운 건 재미없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지요. 과학정보계량학과 과학기술학은 비록 같은 기원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각기 다른 학술지, 학술대회, 문제해결방식, 기준과 규범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적잖이 어려울 것입니다. (Wyatt et al., 2017) 레이든에서 우리는 이 둘의 융합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단순히 개별 단계에서 컴퓨터 모델과 과학기술학 모델을 각각 사용하는게 아니라 둘을 오고가며 동시에 반복적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Varga, n.d.) 우리는 컴퓨터를 사용한 분석 결과를 민속지적 작업에 포함 시킬 것입니다. 역으로 우리는 과학기술학 개념들을 반영한 컴퓨터 모델을 개발할 것입니다. 비록 저 자신은 편향되어 있을지라도,[각주:5] 저는 CWTS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훌륭한 여건 상 이 실험을 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지와 선택권

It matters what stories make world, what world make stories.
(어떤 이야기가 세상을 만드는지도, 어떤 세상이 이야기를 만드는지도 모두 중요하다.)
---Donna Haraway, Staying with the Trouble

마지막으로 저는 제 연구의 적절성(relevance)과 활용성(applicability)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학문과 평가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연구 계획과 연구 정책이 어떻게 실제 실천과 행위로 드러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평가가 연구자와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일상 업무에 주는 영향에 대한 지식을 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수월성이나 적절성과 같은 정책 용어를 사용할 때 그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보다 책임성 있게 쓰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들의 작업을 우리 연구에 비추어 보며 지역적 맥락이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responsible research)를 정의내리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이 속한 연구공동체 내에서 어떤 가치가 연구의 질을 결정하는지, 또 그들이 가진 기량과 관심사 아래 정말 적절하고 필요한 연구질문과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지를 되물을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작업을 할 때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적 및 방법론적 도구가 매우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제가 보기에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보다 진지하게 다뤄지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더 '경성' (hard) 과학이 되도록 노력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대신 둘은 더 많은 의미를 끌어내기 위해 여러 문제에 적극 관여해야 합니다. 문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조차 평가문화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규제과학 역시 과학기술학, 평가학과 과학정보계량학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Jasanoff, 1990) 예를 들어 과학정보계량학은 정책수단으로 쓰일 지표를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어 그 출발점부터 중립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Wouters, 1999) 이는 해당 분과학문이 미래 지향점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추가적인 책임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선택지 역시 사변적일 수밖에 없긴 하나, 이는 보다 덜 폭력적인 방법으로 세계가 가진 복잡성을 추상적 개념으로 환원할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연구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Schinkel, 2014)

그냥 이 모든 평가를 멈추면 되지 않나? 아마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가끔 들으셨을 겁니다. 저는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과학과 연관된 상당한 규모의 정치적, 금전적, 환경적 이해를 고려하면 해당 입장은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우리는 학문과 관련된 내용, 돈, 권력, 명성을 둘러싼 올바른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평가는 같은 목적에 어울리는 수단입니다. 다만 그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관료주의적 과정과 몰이해적 지표에 맡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입니다. 우리는 숙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여러 선택지와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CWTS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평가 방법을 개발할 것입니다. (Holtrop, 2018; De Rijcke et al., 2018) 우리는 평가를 집단적 미래 창출 행위로 봐야지, 우리 업무와 관련성이 크고 작은 지표들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시도에만 갇혀서는 안됩니다. (Wouters 2017) 또 우리는 평가에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기후운동가부터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학자까지 보다 다양한 사람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세계는 불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여유따윈 없습니다.

감사의 말

So try it one more time (그러니 한 번 더해보자고)
With feeling darlin', take it from the top (그 느낌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말야)
--- Kris Kristofferson, Once More with Feeling

마지막으로 저는 제가 - 틀리지 않았다면 - 레이든 대학에 임용된 208번째 여자 정교수라는 사실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레이든에 첫 여자 정교수가 임용된지 90년 만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불행히도 여자 정교수는 전체 5분의 1이라는 매우 낮은 비율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몇 주 전 제 이모 Nel이 매우 다정하게 써준 편지를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여기 오지는 못하셨는데요. 그는 제 취임 기념 강연을 "첫 박사, 첫 교수, 심지어 여자로서 둘을 이룩한 De Rijcke 가문의 역사에 남을 특별한 사건"으로 보았습니다. 저는 편지를 읽으며 자부심으로 가득찼지만, 동시에 그가 과거에 제가 받은 기회를 동일하게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진짜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학계에서의 높은 직책에 오른 여자가 드물다는 사실이지요. 가끔 누군가는 이를 그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로 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고백하자면 저는 항상 젠더격차 문제를 떠올릴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곤 합니다. 젠더 사이에 생기는 후천적 경향성이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합니다. 제 경험상 대학에서는 아직도 여성과 남성 모두 암묵적인 기대와 규범속에서 난감해하고 있으며, 젠더격차를 아직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Thornton, 2013)

가끔 그런 기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제가 발표를 한후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조언이 생각나는군요. 그 분은 제게 발표 중에 덜 웃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학계에 자리잡고자 한다면 웃음을 참아야 한다고요. 정말인가요? 수백년 전 네덜랕드의 첫 여성 정교수였던 Johanna Westerdijk는 지적능력과 유머감각이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Patricia Faasse가 그에 대해 쓴 전기를 보면 그는 학계에 자리잡은 여성이면서,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동시에 "우렁차게 웃으며 파티와 술, 춤을 즐기는, 그러면서 꾸미기나 무의미한 관습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Faasse, 2012) 잘 되었군요! 저도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후략)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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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주) 네덜란드의 연구재단이라할 수 있는 NWO( De Nederlandse Organisatie voor Wetenschappelijk Onderzoek, 영문으로는 Dutch Research Council)는 네덜란드에서 수행하는 연구의 사회관련성을 높이고 연구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2015년에 Dutch National Research Agenda(de Nationale Wetenschapsagenda)를 출범했다.이는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일반 대중으로부터 의견을 모아 25개의 연구테마 및 140개의 연구질문으로 구성한 말그대로 국가연구의제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연구테마를 '경로(route)'라고 표현하고 있다. [본문으로]
  2. "(...) the dominant hinking in terms of market economics in evaluations reduces the question about the value of knowledge to how efficient and productive it is." [본문으로]
  3. (역주) 영어로 'scooped'. 선점 기회를 빼앗긴다는 뜻이다.이공계에서는 특정 연구결과를 가장 먼저 내놓은 연구자나 연구단만이 인정을 받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선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문으로]
  4. (역주) 기존에 한림원과 같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지인이 서양의 아카데미(academy)와 동북아시아의 한림원은 서로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온 용어임을 지적했다.찾아보니 한림원은 중국에서는 당나라 이후 황실 학술활동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때부터 예문관이라는 이름과 오고가며 사명을 짓고 실록편찬 자료를 만들었다 한다. 다만 현재 국내에 있는 과학기술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 등은 모두 90년대 이후 서구의 아카데미를 본따 만든 조직으로,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결사체로 출발한 후 (아마도 로비를 통해) 법정기구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라는 용어를 어떻게 번역할 지 고민하다 결국 한림원이라는 단어가 굳어진 듯 하다. [본문으로]
  5. (역주) Sarah de Ricjke는 STS 학자로 본인이 직접 scientometric 분석을 수행해오지는 않았다. 다만 CWTS는 그와 함께 취임한 Ludo Waltman처럼 훌륭한 scientometrician이 굉장히 많고, VOSviewer와 같은 scientometric tool을 개발하는 등 오히려 이쪽으로 더 이름이 알려진 연구센터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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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라 어떤 카테고리에 둬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내 지금의 연구질문들을 떠올리게 만든 경험들이니 연구자 탭에 배치했다. 첫번째 글에 1학년 때 경험 - 주로 실망 - 을, 두번째 글에 2학년 때 경험 - 그래도 희망 - 을 쓴다.

학과의 지원 덕에 석사 2년동안 여러 학회를 다니며 연구를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1학년 때 국제학회 1번, 국내학회 1번을 다녀왔고, 2학년 때는 국제학회에 2번, 국내학회에 1번 참석했다.

학과에서 여비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해당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두 연구 발표를 해야했다. 원래 해외학회는 1년에 1번까지 갈 수 있었는데, 2학년 때 Atlanta Conference는 학과 차원에서 조지아텍 공공정책대학과 합동세미나를 개최하는 겸해서 갔기 때문에 따로 발표하지 않고 참석만 했다. 

우선 내가 일찍이 학회 발표에 집착하다시피 한 이유가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실적 압박이었다. 학회 발표 자체가 실적이 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 내 연구분야는 CS를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처럼 학회에서 발표했다는 것만으로 실적이 되는 분야가 아니었고, 그런 학회도 따로 없었다. 또 대부분 학회에 제출한 초록이나 소논문, 혹은 논문 전문을 미리 받긴 했지만 피어리뷰를 해주거나 그 결과를 토대로 참석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학회에 참석했다고 누가 인정해주고 그럴 일은 없었다. 다만 학회에서 발표를 잘하면 출판 기회로 이어지기도 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스케줄 관리를 하기가 좋았다. 남들 앞에서, 그것도 다른 학자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하니 그 때까지 뭐라도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정신차리고 진도를 뺄 수 있었다. 그래야 뭐라도 결과를 내서 나중에 출판을 할테니깐.

두번째는 슬프게도 어떻게든 동료평가를 제대로 받고 싶어서였다. 연구분야와 주제를 정하고 나서 나는 지금 다니는 대학원에서 내 연구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기대고 있는 이론이나 선행 문헌을 내가 잘못 이해하거나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데이터를 잘못 분석하지는 않았는지 등. 물론 지금와서 보면 중요한 지적 - 주로 논리적 비약이나 근거 부족,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이나 다른 이론과의 연결 등 - 은 사실 정말 딱 나와 연구분야가 겹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런 불안감에 휩싸여서 내 연구를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한테서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우리 학과에는 없으니 다른 곳에서 찾아야했고, 가장 좋은 건 내가 인용하는 논문을 쓴 학자들이 오는 학회에서 그 학자들로부터 받는 거였다. 

그렇게 1학년 때 처음 갔던 학회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Triple Helix Conference라는 학회였다. 사실 Triple Helix 개념도 학회도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긴 하다. 하지만 그 때야 그런 걸 알턱이 없었고 수업 때 관련 논문을 몇 개 읽은데다가 무엇보다 개념을 주창한 Henry Etzkowitz와 Loet Leydesdorff가 인용을 쓸어담다시피 했기 때문에 저기가 내가 붙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가있는 내내 독한 감기에 걸려서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로 다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했던 학회였다. Triple Helix라는 이론 내지는 개념이 사실상 무한정으로 확대가능하고 4차산업혁명처럼 정책관련자들한테도 fancy하게 먹히는 단어이다보니 연구자들 외로도 공무원 등도 많이들 와서 발표했다. 물론 다 사실상 홍보에 가까워서 흥미로운 점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재밌는 연구발표가 있었고 그들과 논의를 한다는 것에 감격스럽긴 했다. 처음으로 연구자 대 연구자로 명함도 주고 받고 말이다.

공통 세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션이 그랬지만 내 세션 역시 매우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15명이 안되는 사람들이 같은 방에서 발표를 했는데, 15명 중 10명이 좌장 및 발표자, 그리고 그 발표자와 같이 다니는 사람들(예를 들어 내 교수님, 같이 학회 간 형, 그리고 그 학회에 온 유일한 다른 한국인 분들 2명. 다른 발표자한테도 그런 동료들.)이었으니 사실상 굳이 학회에서 만나야 했나 싶기도. 또한 세션도 기존에 모집한 세션들 중 충분한 초록이 없어 합쳐진 세션이었기 때문에 발표 내용도 일관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Triple Helix 개념을 정립해서 학회장으로 계속 활동해온 Henry Etzkowitz가 (다른 발표의 공저자였기 때문에 들어온 듯) 나름 의미있는 코멘트를 해주긴 했으나, 내가 바랐던 제대로 된 평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제학회 별 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허무해했던 것 같다. 때문에 다른 학회도 이런 걸까, 내가 애초에 학회를 잘못 선택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Triple Helix 개념이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의문이 학회에서 느낀 실망감과 함께 '아 여긴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귀결된 것 같기도 하다.

이 학회에서 우리나라에 몇 없는 나름 triple helix 개념으로 논문을 꾸준히 써온 교수님을 한 분 만났다. 사실 한국 사례로 (사실상 해외 학회 발표나 학술지 게재를 목표로 하는) 영어 논문을 쓸 때 가장 필요한 자료 종류 중 하나가 같은 분야 내에서 한국 사례로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다. 생각보다 정말 몇 없다. 내 경우 손에 꼽았는데 그 중 한 분을 하이델베르크에서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감사하게도 교수님이 학회장으로 있는 국내 학회에서도 발표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해주셨고, 해외였다면 힘들었겠지만 아니었기 때문에 why not?이라는 생각에 국내 학회에서도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참석하게 된 학회가 DISC다. 정확히 말하면 학술대회 이름이 DISC였고, 학술단체로서 학회 이름은 WATEF였다. 여러모로 학회장을 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개인 역량이 만들어낸 학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DISC의 D가 대구에서 따온만큼 (지금은 Data로 바뀐 듯 하지만) 지역 학회였지만 학회 자체도 국제 학회를 표방했고 그만큼 해외 학자들도 많이 왔다. 나름 WATEF 이름에 Triple Helix가 있어서 하이델베르크와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학회에 참석하고 나서야 엄청나게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무슨 주제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고등학생 R&E로 수행한 과제 결과를 한 교수가 학생들이 찍은 발표영상을 틀어놓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다시금 학술대회 자체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

두 학회를 모두 참석하고보니 일전에 워싱턴에서 인턴십할 때 참석했던 학생학회 생각이 떠올랐다. ST Global이라는 미 동부 STS학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되어 여는 학회다. 그 때는 다른 의미에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오히려 무식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째 학생들 수준이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거다. 발표 내용이나 질의응답에 다들 열심히 참여해서 뭔가 학회다웠지만, 뭔가 아마추어 느낌이 났었다. 물론 내가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도 그랬지만.

진짜는 허상이었다. 내가 바랐던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학회. 각자하는 연구가 서로 크게 연관되어 있어 조그만 것부터 주제 선정과 같이 큰 질문까지 치열하게 토론하는 그런 장은 있을 수 없는 거였다. 다들 자기 발표하기 바쁘고 남이 하는 발표는 대충 기웃거리다가 아주 가끔 운좋게 관련성이 큰 연구나 연구자를 만나면 질문 한두개 정도 하고. 그런 실망감이 컸다. 

일찍이 원래 학회란 그런 곳이구나라고 깨닫고 인정하고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했는데 되려 나는 내가 제대로 된 학회, 그러니까 주류/메이저 학회를 가지 않아서 그런 거구나 싶어서 주류 학회를 찾아 헤멨다. DRUID와 같은 학회는 참석하기도 어려운데 (full paper 제출 + peer review로 참석자 수 제한하고 걸러냄), full paper를 쓸 자신은 없으니 적당히 어려우면서 정말 나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학회를 찾아 나섰다. 

  

 

올해 설 명절 기간에 맞추어 사읽었으니 책을 덮은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대학원에 남아있었다면 명절에 광주와 곡성으로 내려가는 것을 정말 싫어했겠지만, 회사를 다니다보니 그래도 '일 안하는' 시간이 생긴다는 생각에 최근 지인들이 연달아 내놓은 책을 구매해 전자책에 저장해두고 읽었다. 과정남이 쓴 <과학기술의 일상사>, 김우재 교수가 쓴 <플라이룸>, 그리고 양승훈 교수의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샀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먼저 손(가락)이 갔다.

물론 어디서 떠들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글에 썼듯 나 역시도 조선업과 거제를 연구한 적 있다. (https://stpforerbody.tistory.com/27) 석박사모험연구사업(이하 모험연구)이라고, 신문기사 몇 개를 보고서는 뭔가 느낌이 왔던 나와 한 때 운동하고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과 노동 정책에 관심있던 형 둘이서 생각이 맞아 다른 두 명을 더 불러모아 제안서를 작성했는데, 덜컥 몇 백만원 지원을 받고서 막무가내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가며 연구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안서를 쓰는 시점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이건 연구감이다'라고 생각한 계기가 바로 양승훈 교수의 글이었다. 대표적으로 경향신문 기고문이 있고, 이외로도 그의 블로그 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찾으려니깐 못 찾겠다. 여하튼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면서도 산업정책에는 도저히 흥미를 붙이기가 힘들었는데,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책이 나오기 전부터 그가 조선업과 거제를 바라볼 때 중요하게 여긴 '가족'과 같은 미시적 요소들을 바라보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 때 한창 이정동 교수의 <축적의 시간>도 열심히 읽고 있었고, 학위논문 연구를 통해 지역 산학협력에 대한 논문이나 책도 살펴보고 있었다. 조선업이라는 한 산업과 함께 몰락하고 있다는 거제라는 도시에 내려가야만 했다. 그 곳에서 '조선업 위기'를 견뎌내고 있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 더 나아가 학생들을 만나야 했다.

우리는 '모험연구'라는 단어에 걸맞는 활동들을 했다. 전/현업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는 거진 술과 함께 진행되었고, 꼭 조선소 노동자들이 아니더라도 다들 산업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해서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일은 없었다. 발주사 감독관이 주로 머문다는 아파트부터 창원의 어느 고시원까지 다양한 곳에서 머물면서 부단히 움직였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에 비해 마무리로 작성한 보고서가 깔끔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사실 책을 읽고 나서는 보고서를 아무리 잘 썼어도 이 책의 아류밖에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도 별로 남지 않는다.

잡설이 길었는데 본격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자.

책은 프롤로그에서부터 '중공업 가족'이라는 중소단위의 조직을 중심으로 층위를 자유롭게 다루면서도, 흔히 조선업 산업을 다룰 때 주로 언급하는 '세계 물동량', '빅 사이클'과 같이 산업을 아우르는 큰 개념이나 3대 조선업체의 수주량이나 해양플랜트 산업 진입 전략과 같은 회사를 최소 단위로 하는 것들에는 깊이 천착하지 않는다. 대신, (아마도 저자가 대우조선해양에 다니며 직접 경험했을) 개인이 당장 마주하는 회사 안팎의 조직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필요할 때마다  TV 프로그램에서 볼 법한 가상의 재연코너가 등장하니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 역시 연구를 하면서 꿈꿔왔던 기존 '조선업 위기' 담론의 전복이 일어난다. 기존 담론은 마치 예정된 것처럼, 너무도 거시적인 추세라 어쩔 수 없이 찾아온 불황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말뫼의 눈물' 담론은 그 안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 거제라는 도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어쩔줄 몰라하는 사람들과 침체된 분위기만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을 뿐이다. 

반면 책은 거꾸로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 그들이 사는 거제가 어떻게 모이고 만들어졌는지를 보이고 조선업 위기를 그 사이에 생겨나는 균열로 읽어낸다. 바로 중공업 가족 프로젝트의 실패다. 이것이 기존 담론을 전복한다고 해서 그와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공업 가족 프로젝트를 살펴봄으로서 우리는 기껏 자세히 들여다봐야 개별 회사의 전략과 중국 및 동남아에 비해 비싼 노동력을 고려 대상으로 삼았던 산업 정책에 조직문화, 도시, 작업장/랩실 엔지니어로서의 노동자라는 층위를 더할 수 있다. 

책의 앞부분이 조선소 울타리를 넘나들며 '중공업 가족 프로젝트'가 어떻게 착실히 진행되었고 또 어떻게 실패에 직면해있는지를 보였다면, 뒷부분은 '작업장 엔지니어'와 '랩실 엔지니어'가 공존하는 조선소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저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조선업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 실패(라고까지 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으나...)가 이른바 '엔지니어-노동자 구성 포트폴리오' 고민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는 듯 하다. 현장에 강한 '작업장 엔지니어'와 이론에 강한 '랩실 엔지니어'를 어떻게 배치하고 조화시킬 것인가? 각각 숙련도와 임금에 있어 뚜렷한 장단점을 지닌 직영과 하청 노동자를 어떤 비율로 조합할 것인가?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엔지니어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작업 방식 자체를 질문하고 문제 삼는 작업"으로 가득찬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이상 대답해야만 하는 질문들이다. 

조선업 회사는 그 고민을 거의 하지 않은 듯 하지만, 저자는 그나마 책 <축적의 시간>이 같은 질문을 다루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책에서 내놓은 '산학연계 강화'라는 해법은 공허한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랩실 엔지니어들의 지식이 '현장'의 노하우를 대체할 정도로 압도적이지 않았다"면서, "배우는 곳은 학교이고, 일하는 곳은 일터라는 틀에 박힌 이분법을 묵인"하는 교수 관점의 산학협력이 가진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저자가 내놓는 대답은 '산학연계'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산학일체'다.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자신의 공학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중공업 엔지니어들이 살아 있는 지식을 교류하기 위한 장은 여전히 척박"한 부산, 마창진(마산, 창원, 진해), 거제가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닌 제조업의 실리콘밸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라는 단어에서 약간의 배신감(?)과 함께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의 모습이 무엇인지 좀 더 살펴보자. 아마도 "('현장 중심' 기풍 하에서 '쟁이 근성'에 기초하는 작업장 엔지니어와 달리) 지금의 우수한 랩실 엔지니어들은 오픈소스판에서 뛰노는 해커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 일을 해내려고" 하는데, 지금은 "조선소 현장을 제외하고 제조업의 가장 첨단 기술을 경험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곳"은 판교, 서울대나 카이스트 정도이고 이 둘 사이 거리는 너무 멀기 때문에 '산학일체'의 환경 조성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 둘을 같은 공간에 둔다면 실리콘밸리에 걸맞는 곳이 되지 않겠나하고 묻는 듯 하다.

문제는 여기서 저자가 '작업장 엔지니어'의 대척점에 자리하던 '랩실 엔지니어'의 위치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독자는 암묵지와 형식지, 현장과 대학, 실전과 이론 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립항으로서의 '랩실 엔지니어'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저자 역시 그에 기대어 두 단어를 사용해왔는데, 알고보니 그가 그리는 (우수한) '랩실 엔지니어'는 코딩하는 computer science geeks에 가까운, 흔히 실리콘밸리형 인재라 불리는 '문제해결형 엔지니어'였던 것이다. 이렇게 '랩실 엔지니어'를 새롭게 바라보면 당연하게도 두 엔지니어 개념이 가지고 있던 갈등은 쉽게 해소된다. 둘을 같은 공간에 두고 서로 자주 만나도록 '밋업' 등의 행사를 개최하면 실리콘밸리와 같이 저절로 혁신이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저자는 앞서 내가 비판적으로 요약한 것보다는 더 상세한 '산학일체' 방안을 설명했고, (석사 수준 밖에 아니지만) 산학협력 정책을 연구해 본 나 역시 큰 방향에 있어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다. 문제는 효과적인 산학협력이라는 뿌리깊은 난제를 '랩실 엔지니어'라는 개념의 위치를 살짝 바꿈으로서 쉬워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가 '엔지니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오픈소스'와 '해커 문화'를 다소 장황하게, 하지만 끝맺음이 불분명하게 다룬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에 따르면 "오픈소스가 '현장'이라는 필드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인 IT 계열과 자동화된 산업에서는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조선업, 특히 해양플랜트 산업에서는 결국 프로젝트를 통한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 역시 오픈소스나 해커 문화는 잘 모르지만) 오픈소스 역시 현장을 만나야 실제 서비스와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책에서 예시로 든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왜 논란만 가득한채 실제 서비스와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오픈소스와 해커 문화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지 않은 채 '랩실 엔지니어'를 그 속의 해커들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 '산학일체' 해법에도 그 둘을 상당 부분 불러왔기에 책의 주장은 설득력을 일부 잃고 만다.

이후 책은 조선업을 둘러싼 낙관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응답하며 산업을 바라보더라도 눈길을 단순히 시장을 비롯한 외부 환경에만 둘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조선업을 구성하는 지역과 조직에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산업과 너무도 강하게 결합된 지역과 조직 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다룬다. 조선업을 바라보는 기존 관점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물론 '조선업 위기'를 다룬 각종 르포를 접한 사람이라면 그 내용은 익숙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만큼 차별화된 관점으로 깊이 들어간 경우는 드물다. 여전히 저자가 곳곳에 연구가 더 필요한 지점들을 남겨놓았기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그 지점을 파고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학제도세미나를 위해 정리한 Academic Labor Reference List.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일단 이 뮤비부터 보는 것을 추천...ㅋㅋ(Ode to Academic Labor, https://youtu.be/CmlvSrAl9Qo

대충 살펴보니 외국에서도 Academic Labor는 주로 인문학 분야 연구자들의 관심사로 보인다. 테뉴어 교수나 대학원생 보다는 Contingent faculty position이라 불리는 비전임교수와 관련한 주제를 다루는 저작물이 많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STEM 연구자들은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일자리가 많아 대학에서의 노동 문제가 그렇게 절박한 상황이 아닌 반면, 인문학 연구자들에게는 몇 없는 선택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흔히 '시간강사'라 불리는 분들 중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글쓰기 강좌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처럼 미국에서 역시 보통 linguistic 등을 연구하고 writing courses에서 강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내가 자료 찾는 스타일이 하나씩 내용을 파악하면서 범위를 늘려 나가기보다 일단 최대한 긁어모으고 추려내면서 내용을 읽기 때문에 각 자료에 대한 간단한 첫 인상은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 일단은 스터디원분들한테 드리는 게 먼저라서...  

1. Journals

- Workplace: A Journal for Academic Labor (Publisher: Institute for Critical Education Studies,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현재 주소는 https://ices.library.ubc.ca/index.php/workplace, 옛날 Issue는 여기에: http://louisville.edu/journal/workplace/issue5/back_issues.html)

Academic Labor: Research and Artistry (Publisher: Center for the Study of Academic Labor (CSAL), Colorado State University. https://digitalcommons.humboldt.edu/alra/) 

- Journal of Collective Bargaining in the Academy (Publisher: National Center for the Study of Collective Bargaining in Higher Education, https://thekeep.eiu.edu/jcba/)


2. Books

Rhoades, G. (1998). Managed professionals: Unionized faculty and restructuring academic labor. SUNY Press. (http://www.sunypress.edu/p-2726-managed-professionals.aspx)

Managed Professionals is a source book on the negotiated terms of faculty work and a sociological analysis of the restructuring of faculty as a professional workforce. Based on a sample of forty-five percent of the more than 470 negotiated faculty agreements nationwide (which cover over 242,000 faculty), the book offers extensive examples and analysis of contractual provisions on: salary structures; retrenchment; use and working conditions of part-time faculty; use of educational technology (in distance education); outside employment; an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Focused on the ongoing negotiation of professional autonomy and managerial discretion, the book offers insights into the broad restructuring of faculty, with conclusions that extend beyond unionized faculty to all of academe. Faculty are managed professionals, and are increasingly so. Managers have much flexibility, and as they seek to reorganize colleges and universities, the exercise of their flexibility serves to heighten the divisions within the academic profession and to reconfigure the professional workforce on campus.

Krause, MonikaNolan, MaryPalm, Michael and Ross, Andrew, eds. (2008) The university against itself: the NYU strike and the future of the academic workplace. Temple University Press, Philadelphia, USA. (https://www.jstor.org/stable/j.ctt14bszhh)

During the last two decades, many U.S. universities have restructured themselves to operate more like corporations. Nowhere has this process been more dramatic than at New York University, often touted as an exemplar of the "corporate university." Over the same period, an academic labor movement has arisen in response to this restructuring. Using the unprecedented 2005 strike by the graduate student union at NYU as a springboard, The University Against Itself provides a brief history of labor organizing on American campuses, analyzes the state of academic labor today, and speculates about how the university workplace may evolve for employees. All of the contributors were either participants in the NYU strike-graduate students, faculty, and organizers-or are nationally-recognized writers on academic labor. They are deeply troubled by the ramifications of corporatizing universities. Here they spell out their concerns, offering lessons from one historic strike as well as cautions about the future of all universities. Contributors include: Stanley Aronowitz, Barbara Bowen, Miabi Chatterji, Maggie Clinton, Andrew Cornell, Ashley Dawson, Stephen Duncombe, Steve Fletcher, Greg Grandin, Adam Green, Kitty Krupat, Gordon Lafer, Natasha Lightfoot, Micki McGee, Sarah Nash, Cary Nelson, Matthew Osypowski, Ed Ott, Ellen Schrecker, Naomi Schiller, Sherene Seikaly, Susan Valentine, and the editors.

참고용 Review: 
https://doi.org/10.1177%2F0094306109356659aa
https://doi.org/10.1111/j.1748-5959.2009.00231.x

Hutcheson, Philo A. (2000) A Professional Professoriate: Unionization, Bureaucratization, and the AAUP. Vanderbilt University Press.

Starting with the question "How have professors and educational institutions responded to pressures to be professional yet act bureaucratically," Philo Hutcheson uses federal and AAUP records and surveys and blends historical research and sociological analysis to develop a full understanding of the problem. With the dramatic expansion of the professoriate following World War II came increasing tensions between the professor's perceived traditional status as an autonomous professional on the one hand and new role as a bureaucrat subject to institutional authority and responsible for departmental and committee assignments on the other. In this increasingly conflicted realm, the AAUP functioned as a key intermediary, dealing with such issues as tenure, salary, contracts, and even faculty strikes. 

Hutcheson examines how tensions between the requirements of institutional bureaucracies and the norms of the academic profession resulted in contentiousness and conflict within the national AAUP, between administrators and faculty members on individual campuses, within the ranks of faculties themselves, and even deep in the consciences of many concerned individuals. The book analyzes the association's ability to respond effectively and to balance the values of collegial representation with the powers of collective bargaining. It thus offers a detailed and authoritative examination of the AAUP's search for ways to sustain professionalism while dealing with the fundamental changes in the nature of the professoriate in the post-World War II era.

Vostal, F. (2016). Accelerating Academia: The Changing Structure of Academic Time. London: Palgrave Macmillan UK. (https://www.palgrave.com/kr/book/9781137473592)

Academics are reeling under authoritarian management, marketisation and audits. A rewarding occupation is situated in an institutional context that’s not so benign. Speed is a key pressure in a profession where deliberation and a measured pace are especially important. Filip Vostal asks questions about this scenario. His Accelerating Academia: The Changing Structure of Academic Time is an opportune intervention on a pressing issue, assessing the literature and making his own empirical contribution.

(... from 참고용 review: https://blogs.lse.ac.uk/lsereviewofbooks/2017/08/18/book-review-accelerating-academia-the-changing-structure-of-academic-time-by-filip-vostal/)

DeCew, Judith W. (2003). Unionization in the Academy: Visions and Realities.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https://rowman.com/ISBN/9780847696703/Unionization-in-the-Academy-Visions-and-Realities)

Unionization in the Academy is an authoritative, balanced, and comprehensive account of academic unions—their history, purpose, and the conflicts they cause. Judith Wagner DeCew takes on the central issues, including unions for part-time and adjunct faculty, graduate student unions, and collective bargaining. The book also includes a history of the rise of academic unions and its watershed moments, such as the U.S. Supreme Court's 1980 Yeshiva decision. A series of important articles by other observers supplements DeCew's insights and arguments. This combination yields a detailed survey of the arguments for and against academic unions of all kinds. Are unions a threat because they create adversity and conflict with academic values? Or do unions support those values by creating community and collegiality? Unions in Academia is the essential reader for faculty, students, administrators, and anyone else trying to answer those questions.

HERMAN, D. M., & SCHMID, J. M. (2003). Cogs in the classroom factory: the changing identity of academic labor. Westport, Conn, Praeger.

Brings together essays by tenure-track faculty, adjuncts, and graduate employees from a variety of disciplines and geographical regions in an analysis of the changing identity of academic labor. The essays included suggest alternatives for responding to the ongoing erosion of tenure and academic freedom and reshaping the academic workplace.


Contributors discuss the impact of today's casualized academic job market on faculty's self-perception, political action, and responses to the changing nature of higher education. The essays included in this collection address a number of topics, including: today's academic labor situation from an educational history perspective, the development of an academic worker identity via the build-up to a strike, the graduate-employee union movement, unionization as a social justice movement, faculty unionization and workplace solidarity, the potential culture clash between professional and blue-collar unions, the faculty's complicity in the creation of a two-tiered job system, and the othering of adjunct and non-tenure-track faculty.

By focusing on the state of the academic job system on their campuses, the contributors to this volume suggest some alternatives for responding to the ongoing erosion of tenure and academic freedom in higher education and reshaping the academic workplace.


How the university works: Higher Education and the Low-Wage Nation

https://academictrap.files.wordpress.com/2015/03/marc-bousquet-how-the-university-works-higher-education-and-the-lowwage-nation.pdf

As much as we think we know about the modern university, very little has been said about what it's like to work there. Instead of the high-wage, high-profit world of knowledge work, most campus employees—including the vast majority of faculty—really work in the low-wage, low-profit sphere of the service economy. Tenure-track positions are at an all-time low, with adjuncts and graduate students teaching the majority of courses. This super-exploited corps of disposable workers commonly earn fewer than $16,000 annually, without benefits, teaching as many as eight classes per year. Even undergraduates are being exploited as a low-cost, disposable workforce.

Marc Bousquet, a major figure in the academic labor movement, exposes the seamy underbelly of higher education—a world where faculty, graduate students, and undergraduates work long hours for fast-food wages. Assessing the costs of higher education’s corporatization on faculty and students at every level, How the University Works is urgent reading for anyone interested in the fate of the university.


Steal this University: The Rise of the Corporate University and the Academic Labor Movement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Ivo_De_Sousa/post/Can_we_investigate_corporate_entrepreneurial_intentions_in_educational_institutes/attachment/59d624ce79197b80779831ee/AS%3A314904119054338%401452090400464/download/HE+Steal_This_University.pdf

Steal This University explores the paradox of academic labor. Universities do not exist to generate a profit from capital investment, yet contemporary universities are increasingly using corporations as their model for internal organization. While the media, politicians, business leaders and the general public all seem to share a remarkable consensus that higher education is indispensable to the future of nations and individuals alike, within academia bitter conflicts brew over the shape of tomorrow's universities. Contributors to the volume range from the star academic to the disgruntled adjunct and each bring a unique perspective to the discussion on the academy's over-reliance on adjuncts and teaching assistants, the debate over tenure and to the valiant efforts to organize unions and win rights.


Will Teach for Food: Academic Labor in Crisis 

https://www.upress.umn.edu/book-division/books/will-teach-for-food

Academic labor has never been more vulnerable to exploitation, or more galvanized into action. Threats to tenure, job shortages for new Ph.D.s, and an increasing reliance on poorly paid graduate students and adjunct faculty for teaching are the harsh reality on campuses across the nation. Will Teach for Food provides a clarion call to academic workers, summoning them to take action against the continued decline in working conditions on American campuses.

When graduate students at Yale University held a “grade strike” during the 1995-96 academic year, they were protesting policies such as downsizing, subcontracting, and outsourcing-strategies currently wreaking havoc on the larger U.S. workforce. The debates at Yale mirror those on many campuses: whether graduate student teaching assistants are students or employees of the university; whether faculty are management or staff; what constitutes a reasonable teaching load and fair compensation.

In Part I of Will Teach for Food, participants describe the Yale student strike and examine what workers on other campuses can learn from this action. In Part II, activists and scholars place the challenge to academic workers in the context of U.S. labor history and assess the impact of university “corporatization” on the communities that surround them and on higher education as a whole.

Chalk Lines: The Politics of Work in the Managed University

The increasing corporatization of education has served to expose the university as a business—and one with a highly stratified division of labor. In _Chalk Lines_ editor Randy Martin presents twelve essays that confront current challenges facing the academic workforce in U.S. colleges and universities and demonstrate how, like chalk lines, divisions between employees may be creatively redrawn. While tracing the socioeconomic conditions that have led to the present labor situation on campuses, the contributors consider such topics as the political implications of managerialism and the conceptual status of academic labor. They examine the trend toward restructuring and downsizing, the particular plight of the adjunct professor, the growing emphasis on vocational training in the classroom, and union organizing among university faculty, staff, and graduate students. Placing such issues within the context of the history of labor movements as well as governmental initiatives to train a workforce capable of competing in the global economy, _Chalk Lines_ explores how universities have attempted to remake themselves in the image of the corporate sector. Originally published as an issue of _Social Text_, this expanded volume, which includes four new essays, offers a broad view of academic labor in the United States. With its important, timely contribution to debates concerning the future of higher education, _Chalk Lines_ will interest a wide array of academics, administrators, policymakers, and others invested in the state—and fate—of academia

Professors in the Gig Economy: Unionizing Adjunct Faculty in America. (2018).

(https://jhupbooks.press.jhu.edu/title/professors-gig-economy)

One of the most significant trends in American higher education over the last decade has been the shift in faculty employment from tenured to contingent. Now upwards of 75% of faculty jobs are non-tenure track; two decades ago that figure was 25%. One of the results of this shift—along with the related degradation of pay, benefits, and working conditions—has been a new push to unionize adjunct professors, spawning a national labor movement. Professors in the Gig Economy is the first book to address the causes, processes, and outcomes of these efforts.

Kim Tolley brings together scholars of education, labor history, economics, religious studies, and law, all of whom have been involved with unionization at public and private colleges and universities. Their essays and case studies address the following questions: Why have colleges and universities come to rely so heavily on contingent faculty? How have federal and state laws influenced efforts to unionize? What happens after unionization—how has collective bargaining affected institutional policies, shared governance, and relations between part-time and full-time faculty? And finally, how have unionization efforts shaped the teaching and learning that happens on campus?

Bringing substantial research and historical context to bear on the cost and benefit questions of contingent labor on campus, Professors in the Gig Economy will resonate with general readers, scholars, students, higher education professionals, and faculty interested in unionization.


*Contextualizing and Organizing Contingent Faculty https://rowman.com/ISBN/9781498539548/Contextualizing-and-Organizing-Contingent-Faculty-Reclaiming-Academic-Labor-in-Universities 특이사항: 박성옥, 최소영의 한국 사례 다룬 Chapter 있음 - The Beginnings of Resistance among Part-time Instructors in South Korea)

*Contingent Academic Labor: Evaluating Conditions to Improve Student Outcomes

*The Great Mistake: How We Wrecked Public Universities and How We Can Fix Them

*Reclaiming the Ivory Tower: Organizing Adjuncts to Change Higher Education (http://www.reclaimingtheivorytower.org/)

*Unionization in the Academy: Visions and Realities (https://rowman.com/ISBN/9780847696703/Unionization-in-the-Academy-Visions-and-Realities)

3. Articles and Reports

- The Effects of Graduate-student Unionization on Stipends, Tom Schenk JR.(http://tomschenkjr.net/wordpress/wp-content/uploads/2009/07/egsus-rhe.pdf)

- The state of graduate student employee unions, Economic Policy Institute (https://www.epi.org/publication/graduate-student-employee-unions/)

- ORGANIZING THE PROFESSORIATE: FACULTY UNIONS IN HISTORICAL PERSPECTIVE. Institute of Higher Education, University of Georgia (http://ihe.uga.edu/about/ihe-report-article/organizing-the-professoriate-faculty-unions-in-historical-perspective/)

- NLRB filing on BRIEF OF AMICUS CURIAE 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 IN SUPPORT OF PETITIONER UNITED AUTOMOBILE WORKERS, AFL-CIO, (AAUP, https://www.aaup.org/NR/rdonlyres/F81B1D26-9A50-46D5-AA5F-47D28D0D3D78/0/nyu.pdf)

- Rogers 논문 https://digitalcommons.ilr.cornell.edu/ilrreview/vol66/iss2/8/


4. Archives, blogs, related organization websites, and others

- Bibliography of Resources on Labor in College Composition, Conference on College Composition & Communication (http://cccc.ncte.org/cccc/labor/bibliography)

- Readings on Academic Labor, Coalition of Graduate Employees (AFT 6069) (https://www.cge6069.org/resources/readings_on_academic_labor/)

- (Marc Bousquet, the author of How the university works also blogs about university, and this is his own reading list for academic labor: https://www.chronicle.com/blogs/brainstorm/academic-labor-bookshelf-1/6045)

- Center for the Study of Academic Labor, Colorado State University (https://csal.colostate.edu/)

- https://www.aaup.org/

- https://academography.org/

- http://utotherescue.blogspot.com/

- Academic Labor Relation @ Rutgers University (https://academiclaborrelations.rutgers.edu/): 대학 내 노동 관련 부서

- https://tomprof.stanford.edu/

- https://academictrap.wordpress.com/

- Chronicles' list: https://www.chronicle.com/blogs/ticker/category/profession/academic-labor

- NY Times debate session on graduate students and adjuncts' unionization: https://www.nytimes.com/roomfordebate/2015/05/14/should-graduate-students-and-adjuncts-unionize-for-better-pay

- https://www.zotero.org/tomschenkjr/items/tag/graduate-student%20unions (by Tom Schenk, author of one of the papers mentioned above)

- https://www.zotero.org/academography/items (by Academography)

- https://www.theatlantic.com/education/archive/2015/04/graduate-students-of-the-world-unite/390261/

(More to my research interest) 

- http://blogs.lse.ac.uk/impactofsocialsciences/the-accelerated-academy-series/

원래 명절 연휴동안 읽은 다른 책을 리뷰하려다가, 전자책으로 읽고서는 따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이 눈에 밟혔다. 졸업논문 쓰면서 아무도 논문 작성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현실에 한숨 쉬며 이런 저런 책을 뒤적거렸더랬다. 그 중 한권인데, 나름 실용적인 팁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다. 물론 학문 분야나 시대 때문에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꽤나 유용한 책이었다.

1. 졸업 논문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필요한가

(Ph.D. 논문의 의미) 

"자신이 전념하는 학문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자라는 걸 보여 주어야 한다." (p.25)

"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개념을 체계화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p.32)


2. 테마의 선택

"분야를 제한할수록 작업은 더욱 잘 이루어지고 더욱 확실하게 진행된다 (...)" (p.44)

"소박할지라도 한계를 확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p.53)

"연구는 이러한 대상(앞서 켄타우로스 예를 들었지만 모든 연구대상을 의미)에 대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들을 말하거나 또는 이미 언급된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p.72)

"정치적 관심이 많은 학생이 <18세기의 어느 식물학 저술가의 지시 대명사의 반복 사용>에 대한 논문을 쓴다고 해서, 자신의 정치적 관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p.80)
-> 보다 실천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 정치사회적 관심을 가진 - 학생일 경우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소명과 연결된 논문을 작성하고 싶을 수 있겠지만 지식 습득과 자료 조사 방법을 익혀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와 동떨어져 보이는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맥락)

(정치적 성격을 가진 논문이 쉽게 피상성의 위험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수많은 <미국식> 사회 연구 방법론이 수치 및 통계적 방법을 물신화함으로써, 실제적인 현상의 이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대량의 연구를 산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치화된 수많은 젊은이들은 기껏해야 <사회 측정법>에 지나지 않는 그러한 사회학에 대하여 불신의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이데올로기적 껍데기로 둘러싸인 체제에서 단지 기능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고 비난한다." (p.83)


3. 자료 조사

(재인용은 되도록 피하라) 

"내 연구 대상에 의해 확정된 범위 안에서 출전들은 언제나 직접적인 것이어야 한다(...)" (p.113)

"여러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하나, 마치 원문을 직접 살펴본 것처럼 간접적인 출전에서 인용하는 일이다." (p.115)

"간접적인 출전에 의존할 때(그것을 명백히 밝히면서) 주의할 점은, 하나 이상의 출전에서 확인을 하고, 어떤 인용이나 사실 또는 견해에 대한 언급이 여러 저자에 의해 확인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 자료에 의존하는 것을 피한다든지, 아니면 원본에서 확인해야 한다." (p.116)


(징징대지 마라(...))

"어떤 테마에 대해 거의 또는 전혀 아는 것도 없이 지방의 도서관에 가서 세 번의 오후를 보낸 다음에는, 충분히 명백하고 완벽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p.209)


(문헌을 읽어야 하는가? 어떤 문헌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 본문은 책으로 되어 있으나 모든 참고문헌에 해당하기도. 다만, 에코는 문학 분야 논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유의)

"대개 책에 대한 논문은 두 가지 유형의 책들, 즉 언급의 대상이 되는 책들과 언급에 도움을 주는 책들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연구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들이 있고, 또한 그 텍스트들에 관한 문헌들이 있다. (...) 우리는 원래의 텍스트와 비평적 문헌을 구별해야 한다. (...) 우선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하여 곧바로 아주 일반적인 비평적 텍스트 두세 권을 읽는다. 그런 다음 직접 원래의 저자를 접하여 무엇을 말하는가 이해하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비평적 문헌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새로 얻은 생각들에 비추어 저자를 재검토한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이론적인 충고이다." (p.213-4)


4. 작업 계획과 카드 정리

(어차피 계속해서 다시 쓰게 될 서문에 잠정적인 연구 내용과 결론을 담아 생각을 내 중심선에 고정시켜 이탈을 방지하라는 의미)

"졸업 논문 작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는 바로 제목, 서문, 그리고 최종적인 차례를 쓰는 일이다 - 말하자면 모든 저자들이 마지막에 하는 일들이다." (p.216)

"테마의 범위에 초점을 맞춘 다음에 거기에서 단 하나의 구체적인 관점만을 다루기로 한다는 의미이다." (p.219)

"서문이란 단지 차례에 대한 분석적인 언급일 뿐이다." (p.221)

"차례와 서문을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여러분은 그것이 여러분의 논문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서문을 쓸 수 없다면, 그것은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 아직 명백한 생각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 여러분이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 명백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최소한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의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의혹을 토대로 여러분은, 마치 이미 달성한 연구 작업의 서평을 쓰듯이 서문을 써야 한다. 지나치게 앞으로 나아간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여러분이 뒤로 되돌아갈 시간은 언제나 있다." (p.223)

"(최종 버전에서의) 서문은 신중해야 하고, 또한 논문이 나중에 줄 수 있는 것만을 약속해야 한다. (...) 서문은 또한 무엇이 논문의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인가 확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p.224)

"(가설적인 차례의 의미) 실험적인 성격의 논문에서는, 몇 가지 증거에서 출발하여 이론을 제기하는 귀납적 계획을 세우고, 반면에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논문에서는, 먼저 이론을 제기한 다음 구체적인 실례들에 대해 가능한 적용을 하는 연역적 계획을 세울 수 있다." (p.225)


(인용 문헌 정리하기)

"여러분은 각 장들의 번호가 잘 매겨진 작업 계획(또는 가설적인 차례, 4.1 참조)을 준비한 다음에, 차례차례 책들을 읽으면서 밑줄을 치고 또 각 장들에 해당하는 약자들을 모서리에 표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작업 계획의 각 장들 옆에다 주어진 책에 해당하는 약자와 페이지 숫자를 기록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원고를 작성하는 순간에 어떤 인용 또는 생각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알게 된다. (...) (이는) 작업 계획이 이미 결정적으로 작성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p.232-3)

"복사물의 소유는 책 읽기를 방해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일종의 수집 현기증이며, 정보의 신자본주의다. 복사물에서 자신을 지키도록 하라. 일단 복사를 하자마자 읽고 곧바로 기록하라. 정말로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전의 복사물을 소유하기(말하자면 읽고 기록하기) 이전에는 새로운 것을 복사하지 말라. 어떤 텍스트를 복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내가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마치 내가 그것을 읽은 것처럼 안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p.247)

"참고 문헌 카드는 책을 찾는 데 필요한 것이고, 독서 카드는 최종적인 참고 문헌 목록에 기록하듯이 그 책에 대해 말하고 인용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다." (p.267)

"누구든지 우리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줄 수 있다." (p.274)


5. 원고 쓰기

"논문이란 우연하게도 단지 지도 교수 또는 심사 위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많은 사람들, 또 그 학문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학자들까지 읽고 참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작업이다. (...) 무엇보다도 대상 학문의 규범적이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용어들이 아닌 이상, 사용되는 용어들을 정의해야 한다. (...) 우리 논의의 핵심 범주들로 사용된 모든 용어들을 정의해야 한다. (...) 당신의 논문을 펼쳐 보는 누구든 그와 친숙해지도록 서둘러야 한다." (p.276-8)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모두 쓰라. 다만 최초의 원고를 쓸 때에만. 강한 주장이 여러분의 손을 사로잡았다가 여러분을 테마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면 괄호 안의 부분들, 이탈된 부분들을 없애고, 그것들을 주 또는 부록에 넣도록 하라. 논문은 여러분이 처음에 제기한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려는 것이지, 여러분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다. (...) 외로운 천재 놀이를 하지 마라." (p.286-7)


(어떤 언어로 논문을 쓸 것인가?)

"논문의 언어는 메타언어, 말하자면 다른 언어들에 대해서 말하는 언어이다. 어떤 정신 분석가가 정신병자에 대해 설명할 때 정신병자들처럼 표현할 수는 없다." (p.284) -> 논문은 예술과 다르다는 의미

"(반어가 아닌 절대적으로 지시적인 언어 또는 비유적인 언어를 쓰라) 지시적인 언어라는 말로 필자가 의미하는 것은, 모든 사물들이, 그것들의 가장 일반적인 이름, 즉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언어이다." (p.287)

"어떤 용어를 처음 도입할 때에는 언제나 그 용어를 정의하라. 만약 그 용어를 정의할 수 없다면 그 용어를 피하도록 하라. 만약 그것이 여러분 논문의 주요 용어 중의 하나인데 정의를 내릴 수 없다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하라. 여러분은 논문(또는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p.293)


(인용의 열가지 규칙)

"비평적 문헌의 텍스트들은, 그것의 권위와 함께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확인해 주는 경우에만 인용한다. (...) 실제적으로 인용에는 두 가지가 있다. 즉, (1) 하나의 텍스트를 인용하고 그것에 대해 해석을 가하는 것, (2)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텍스트를 인용하는 것이다. (...)" (p.298)

"해석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 구절들은 상당히 방대하게 인용한다. (...) 비평적 문헌을 인용할 때 그 인용문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말하거나 또는 여러분이 말하는 것을 권위 있게 확인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p.298-9)


(학문적 자부심)

"입을 열기 전에는 겸손하고 신중하도록 하라. 그러나 일단 입을 열었을 때에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라. (...) X라는 테마에 대해 논문을 쓴다는 것은, 그 이전에는 누구도 그 테마에 대해 그토록 명료하고 완벽하게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이다." (p.350)


6. 최종적인 원고 작성

"첫머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여러 문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일관적인 문단이 유기적으로 완결되었으며, 논의의 다른 부분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말을 하면서 어느 순간에 이르러 잠깐 중단하고, <알았는가? 동의하는가? 좋다, 그렇다면 계속하기로 하자>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p.355)


저번 첫번째 스터디로 맑스를 읽은 후 뒤르켐(Durkheim)을 읽는 중이다. 원래 어제 밤에 스터디를 했어야 하나 다들 부족하다고 느껴 일주일을 더 갖고 대신 각자 Durkheim과 관련한 최근 논문이나 글을 읽어서 발제문 형식으로 정리해오자고 다짐했다.

내 경우 <The Rules of Sociological Method> (원제: Les Règles de la Méthode Sociologique) 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읽으면서 문득 대학원에서 한 선배가 라투어가 쓴 책을 소개해 준 것이 떠올랐다. <Reassembling the social: an introduction to actor-network theory>라는 책이었는데, 그 선배가 말하기를 라투어가 ANT 주창 후 하도 이상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답답해서 몰이해를 타파하고자 '이것이 ANT다!'하고 쓴 책이라고. 라투어가 쓴 다른 책 <We have never been modern>에 빗대어 'There has been no social -'과 비슷한 주장이라고도 들은 것만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날 뿐더러 내가 책을 읽은 것도 아니니 어디가서 이런 말을 퍼뜨리진 마시길.

어쨌든 Durkheim 글을 읽다보니 분명히 Latour가 그를 비판하지 않았을까 싶어 구글링을 해보니 아니나다를까 Latour는 위 <Reassambling the social>이라는 책에서 ANT를 정립하는 데에 이론적으로 기여한 선지자(predecessor)로 Durkheim이 내세운 'social' 개념을 비판한 Gabriel Tarde를 언급했다고 한다.[각주:1] 

더 찾아보면 직접적으로 비판한 문헌도 있겠지만, 그보다 당장 내 눈을 잡아끈 건 라투어 본인 홈페이지에서 찾은 'Durkheim과 Tarde 간 토론 재연회(?)'다. (Link) 사이트에도 설명이 적혀있지만 다시 간략히 정리하자면, 1903년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지형, 그리고 타 학문과의 관계를 주제로 Durkheim과 Tarde가 토론을 벌인 적이 있는데, 토론이 있었다는 사실만 책을 통해 전해지고 그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랬구나, 둘은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Latour를 포함한 여러 학자가 이 토론을 재연하기로 했고, 2008년 영국 캠브리지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카메라까지 대동하여 (마치 100분 토론처럼!) 토론 재연회(? 아님 재연 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각주:2]. 토론회 대본은 전부 Durkheim과 Tarde 가 쓴 저작물에서 가져와 대화가 이어지도록 일부 수정했다고 한다. 프랑스어로 진행되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1시간이 조금 안되는 영상도 있다. (Video link) 왼편에 라투어의 모습이 보인다. 그나저나 캠브리지에서 했으면 영어로 했을 법도 한데 프랑스어로 했다니 제대로 재연하려고 했나보다...ㅋㅋ

그 내용은 나중에 정리하도록 하고, 이런 토론 재연회를 해보면 공부가 엄청 되긴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소장 학자들이 이걸 했다고 하니 뭔가 신기하다. 스터디원들에게도 한번 소개하고 해보자고 제안해야겠다. 

  1. https://en.wikipedia.org/wiki/Gabriel_Tarde [본문으로]
  2. 근데 링크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연구를 위해 비공개로 프랑스에서도 토론회를 진행한 듯 하다. [본문으로]

역시 내 과야, 아니 역시 내가 Sotaro Shibayama과야 싶은 논문이 나와서 일단 정리해둔다. 올해 RP 3번째 이슈. 저번에 Academia 이슈를 SI로 다뤄서 그런가 이번에는 내 관심사가 거의 이 논문 한 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적다. 

어쨌든 너무 밀린 일이 많은 관계로 일단 아래에 옮긴 하이라이트와 초록만 읽었는데, 학계(특히 이공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하게 여길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걸 이익/손해 구조에 따른 갈등으로만 푸는 게 아쉬운데 Shibayama라면 본문에서 다른 관점도 다뤘겠지 당연히..?? 어쨌든 조만간 읽어볼 것.  

<Sustainable development of science and scientists: Academic training in life science labs>

links: https://doi.org/10.1016/j.respol.2018.10.030 OR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48733318302701

by Sotaro Shibayama

Highlights

• Academic training transfers frontier knowledge from senior to junior scientists.

• Autonomous training raises juniors' performance in long run but lowers in short run.

• A dilemma is that seniors may not gain from juniors' long-term performance growth.

• This is mitigated when seniors and juniors continue reciprocal relationships.

• Reciprocal relationships reduce juniors' originality, causing another dilemma.

Abstract

Academic training, where senior scientists transfer their knowledge and skills to junior scientists through apprenticeship, plays a crucial role in the development of scientists. This study focuses on two aspects of academic training, autonomy and exploration, to investigate how different modes of training are incentivized and how they affect junior scientists’ performance and career prospects. Drawing on a sample of 162 supervising professors and their 791 PhD students in life science labs in Japanese universities, this study suggests two fundamental conflicts in academic training. First, autonomy granted to PhD students under apprenticeship improves their long-term performance but decreases short-term performance. Because the latter effect costs supervisors, while the former does not benefit them in general, this inter-temporal tradeoff creates an incentive conflict between supervisors and students, inducing non-autonomous training. The short-term cost for supervisors can be compensated in the form of labor input or reputation gain from previous students in the long term, but this typically happens when students are trained with limited scope of exploration, which hinders the originality of students’ knowledge production. This reduces the diversity of knowledge production, presenting another incentive conflict between individual scientists and the collective scientific community.

Keywords: Academic training; Higher education; Academic career; Knowledge transfer; Exploration; Autonomy

BK21 사업이 1999년 시작했으니 올해가 20년째다. 7년 주기로 후속사업(1단계 - 2단계 - 플러스 - FOUR(?))이 이어져 오고 있으니 올해 초쯤 정책연구가 마무리되어야 세부사항을 정리해서 2020~21년 즈음 후속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정책포럼을 열었다고 한다. (11/27, 고대에서 개최)

보도자료와 발표자료는 아래에서 다운 가능: 

11-27(화)석간보도자료(세계+수준의+연구중심대학+육성과+대학원+교육연구역량+강화를+위한+공론화의+장+열려).hw

(붙임2)+BK21+후속사업+개편+기본방향(안)+발제.pdf

가칭 BK21 FOUR (Fostering Outstanding Universities for Research, 이런거 왜 또 안 나오나 했다...)는 2020년 9월부터 추진될 예정이고 정책연구는 연세대 행정학과 하연섭 교수 주도로 18' 8월~11월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가 공개되었을리 없고 이분들도 각종 수정 요구에 아직까지도 보고서 마무리에 여념이 없겠지...) 

덧. 근데 교육부도 연구재단도 BK21 페이지에서도 해당 과제 공고문을 찾을 수가 없음...(찾는 분께서는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도자료와 발표자료를 토대로 연구진이 마련했다는 시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보았다. 원래는 내용만 요약정리하려 했는데 코멘트를 달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 뿌려주기 식 지원에서 집중지원으로 바꿔 세계 100위 수준 연구중심대학 10개 육성
542개 사업단에서 350개 '교육연구단'으로 축소, 단별 사업비 3배 가량 확대 (5억 to 16억, 전체 사업비 기준으로도 2724억 to 5630억으로 2배 인상)

Comment:

발표자료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 대학원 재정지원의 집중화 긴요"라고 되어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전체 예산 2배를 확보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단' 개수 축소와 아래 대학본부지원금 30% 배정 항목은 BK21을 보다 공식적으로 '대학원재정지원사업'화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BK21은 1999년 출범할 때 부터 '선택과 집중'을 표방해왔고, 2단계-PLUS로 이어질 때도 항상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 개인적으로 지역정치와 학계 내 정치 싸움(?)의 결과라고 보는데 - 과정도 결과도 '선택과 집중'이라기엔 뭔가 애매해진 게 사실이다. BK21 FOUR도 이전 사업의 전철을 따를까? 그건 또 모른다. PLUS까지는 대학원 규모가 계속 성장하는 추세였지만 2016~7년을 기준으로 꺾였고 앞으로는 하락세만 남아있기 때문에(...) 사업 의도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으로 갈 수도 있다. BK21 정책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 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더 합당해보이기도 한다. 

- 사업단 별 -> 대학원 전체:

전체 사업비 중 30% 대학본부 지원(간접비는 따로 3.5~5% 배정하는 것처럼도 보이나 불분명), 다만 미참여 학과 지원 금지 제한 있음 (원래 간접비는 5% 이내였음)
학과 전체 참여 유도

Comment:

단별 사업비가 16억이니 30% 대학본부 지원금은 약 5억원 정도로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비하면 매우 적고 쓰임새도 여러모로 해당 학과 대학원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여태 대학들이 소규모 재정지원사업에도 사활을 걸어온 것을 고려하면 앞서 말했듯이 BK21 역시 '대학원재정지원사업'이 되어 경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뒤에도 나오지만 30%를 대학본부지원금에 배정했으니 이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중요히 여겨질텐데, 이 평가 역시 기존 BK21과는 달리 타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비슷하게 이뤄질 것이다. 아마 초반에는 대학원 별로 괜찮은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텐데, 그 중 긍정적인 시도가 잘 살아남으면 이 30% 배정금액이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평가를 위한 평가, 체면치레와 paperwork으로 가득차서 차라리 대학원생 지원금액을 늘리는게 나았을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

- 연구실적 -> 인재육성:

'미래인재 양성형'과 '혁신성장 선도형' 구분 지원 
장학금 월 60/100 (석/박) -> 80/150(석/박) 확대, 박사 수료생 월 100 생활비 제공
(원래 '글로벌 인재양성형', '특화 전문인재양성형', '미래기반창의 인재양성형'으로 구분 지원되고 있었음)

Comment:

뭐 '~ 인재양성형'으로 구분하는 거는 단어바꿔치기일 뿐이고...('혁신성장!')

최대금액 변경 내용이 안 나와 있고 또 기존 BK21 사업단 장학금 수혜현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장학금 최소금액 확대는 언제나 환영이다. 과기특성화대학 소속이 아닌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기 위해서는 최대금액 변경도 꼭 필요하다. 

박사 수료생도 원래는 지원대상에서 제외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월 100 보장은 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다만 수혜가능기간을 분명히 제한할텐데 그런 세부사항은 나와있지 않다.  

- 형식적 융복합 -> 사회문제해결형

사회문제 해결 교육연구단 별도 육성

Comment:

이것도 뭐 그냥 정부 정책기조에 맞장구 쳐주는 용도라고 생각.

- 그 외 주요 내용
외국인 유학생 비율 40% 초과 금지 (원래 별도 제한 없었음)
대표성과 위주 질적 평가 중시, 대학 차원 대학원혁신 평가 도입
선정권역 전국/지역 구분 없이 단일권역화하는 대신 평가패널 별 2개 이상 지역대학 선정 의무 (다만, 여기서 말하는 평가패널이 2개 사업유형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른 것인지 불분명)
참여대학원생 조교/연구원 업무 계약 체결 의무화
행정인력 채용 비목 별도 마련 통한 대학원생 행정업무 부담 경감

Comment:
외국인 유학생 비율 제한을 두었다는 것은 PLUS 사업 때 유학생 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사업단이 존재했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사실 확인이 필요할 듯. 그와 별개로 이런 제한을 둔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 세금을 외국인 유학생한테 쓰면 안되지!와 같은 이유면 연구진이 굉장히 오판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금으로선 별다른 근거가 생각이 안난다...)

질적 평가 중시한다는 것도 매번 나오는 내용이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대표성과 위주'와 '대학 차원 대학원혁신 평가' 두 내용 모두 경험상 '밖에서 보기 좋은 사례'가 높은 점수를 딸 확률이 높아 다소 우려되긴 한다. 그 대표성과라는 것도 결국엔 IF 높은 저널 게재가 아닐지... 대학 차원 대학원혁신도 결국엔 졸업 요건에 IF m 이상 저널 n 편 추가를 통한 연구역량 증대가 아닐지...

단일권역화는 결국 교육부 내부 조율을 통해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 평가패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지 않아 뭐라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이 역시 앞서 언급한 대학구조조정 가속화와 함께 갈듯...

마지막 두개는 두팔 벌려 환영이다. 다만 BK21 사업에서 주는 돈은 조교/연구원 업무 대가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 의무화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따져보아야 한다. 대학원혁신 방안에 포함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인력 역시 이미 지금도 위촉연구원 등으로 별도 채용하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싶다.


서원에서 만난 영지 누나의 추진력에 힘입어 새해에 고전사회학이론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다. 관심사가 모두 다른 4명이서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일단 6개월 동안 2~3주 간격으로 교재의 단원 하나씩(주요 thinker 1명씩) 떼기로!

주 교재: Classical Sociological Theory, eds. Craig Jackson Calhoun, Joseph Gerteis, James Moody, Steve Pfaff and Indermohan Virk (Maiden, MA: Blackwell Publishing, 2007). (2nd edition) (사실 3rd edition이 2012년에 나왔지만 구하기가 힘들어 2nd edition으로 진행하기로... 3rd ed. 링크는 https://www.wiley.com/en-us/Classical+Sociological+Theory%2C+3rd+Edition-p-9780470655672)


부 교재: 나는 다른 스터디원과 다르게 정말 사회학 초짜이기 때문에 <현대사회학>(기든스 8판)과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을 함께 참고하며 읽을 예정이다. 

개인적 관심사와의 연결: 최근 중고로 구한 <과학사회학의 쟁점들>(김환석 저)을 읽고 있다. 그 외로 예전에 사놓은 <조직사회학>(유홍준 저)과 <신경제사회학>(유홍준·정태인 저)도 참고할 예정. 

그 외 공부를 위한 소스: Coursera에 <Classical Sociological Theory>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다. 암스테르담대학의 Bart van Heerikhuizen 교수가 가르치는데, 스터디 첫번째 모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Week 1 인강을 들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리딩 전후로 해당하는 주차 강의를 듣고자 한다. 


어째 블로그에 글을 직접 쓰기보다 여기저기 써놓은 글을 옮겨다놓는 아카이브로만 활용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지만... 


이번에도 한겨레 기사에 짧게 코멘트가 실려 기사를 공유한다. 

기사 원문은 여기로.


저번과 마찬가지로 짧은 코멘트 뒤에는 짧지만은 않은 이메일 답신이 있었다. 또한 역시 predatory journal & conference에 대한 내 생각을 담고 있기에 아래 기자님께 드린 이메일 답신을 가져온다. 따로 허락 받은 건 아닌데, 뭐... 내가 쓴 거니깐...ㅋㅋㅋ

기사를 쓰신 오철우 기자님과는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 받았다.

3년반 정도 전에는 내가 워싱턴dc에서 참석한 포럼 후기를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기고하려고 다소 뜬금없이 연락을 드렸었다. 이제 사이언스온은 미래&과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있고, 오철우 기자님은 한겨레 토요판에서 기사를 쓰고 계신다. 와셋 사태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위한 연락이 왔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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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철우 기자님, 이렇게 다시 연락을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전에 미국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사이언스온에 아래 글을 기고해서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링크:  http://scienceon.hani.co.kr/275582)

벌써 3년이 넘게 흘렀네요. 그 글을 기점으로 보다 활발하게 글을 쓰게 되어 기억에 크게 남는데, 당시 오철우 기자님께서 잘 다듬어주셔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우선 과총 <과학과기술>에 기고한 글과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만을 접하셨다고 가정하고, 아래 와셋 사태와 관련하여 작성한 몇 개 글을 더 첨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부는 물어보신 질문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 제 SNS나 블로그에만 올렸던 글이기 때문에 그대로 인용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1. http://stpforerbody.tistory.com/36 (뉴스타파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시민 초청 시사회 발언문 (2018.7.23))

2. http://stpforerbody.tistory.com/40 (대학신문 기사 "이상한 학회의 한국인 학자들" 인터뷰 질의서 (2018.9.11))

3. http://stpforerbody.tistory.com/49 ('아는 사람 이야기': 뉴스타파 보도 <현직 교수, 페이퍼컴퍼니 끼고 '다단계 학회사업'> 제보)


특히 주신 2번째 질문("실제로 와셋과 같은 학회, 저널의 ‘판촉’ 메일을 받아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은 위 2번 글에서 답한 것 이상으로 드릴 말씀이 딱히 없는데요, 혹시 읽고나서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에는 2번째 질문을 제외하고 답변을 드릴텐데, 질문을 읽고 고민을 하다가 거꾸로 답변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기에도 기자님께서 읽으시기에도 편할 것 같아 그렇게 적었습니다.

 

답변드린 내용에 추가 질문이 있거나 할 경우 또 연락주십시오.

기사 나오면 공유부탁드리구요.

감사합니다!


전준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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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문 생태계와 관련한 전공분야를 연구하고 계신지요? 토론회와 기고문에서 전문적 식견을 펼치셔서, 현재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나 이전 연구의 전공경험이 궁금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있는 연구를 해오셨는지요?

 

저는 단지 두루뭉술하게 대학과 학문이라는 제도, 연구라는 행위와 연구자 집단,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정책을 연구하고자 공부하는, 연구의 전공경험(?)은 일천한 학생입니다. LINC 사업에 대한 사례연구로 석사학위논문을 썼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연구결과물로는 교육부에서 발주한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 정책연구보고서가 있긴 합니다만...

 

말이 나온 김에 간단하게 제 근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현재 한 중소기업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중입니다. 다만 회사와 무관한 일로 기고하거나 행사에 참석할 때는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전문연구요원 편입 직전 휴학해서 풀타임으로 연구를 하고 있진 않고, 퇴근 후에 시간내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준입니다.  박사과정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했으니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정했을리 없고, 연구경험이 많지도 않아 앞서 언급한 것 외로는 소개할 것이 따로 없네요.

 

그래서 '전문적 식견'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고, 다만 저 자신을 같은 연구자이면서도 연구자를 연구하는 연구자라고 여기며 모두들 바쁘게 달려 각자 연구에 여념이 없을 때 천천히 걸으면서 제3자 아닌 제3자의 생각을 말과 글로 옮겼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연구자라면 누구나 잠깐 멈추어 이 경기장을 관망한다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 봅니다. 물론 관심분야가 관심분야이다보니 와셋과 같은 predatory conference나 journal, publisher 등에 대한 논문이나 에세이를 이전부터 많이 읽어왔고, 그러다보니 뉴스타파 기사 상영회 때도 그렇고 이런저런 발언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투성이인 제 진로를 묻는 질문이라 굉장히 모호한 답변이 된 점 죄송합니다.)

 

-현장연구자이자 젊은 학문세대들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을 대변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사태가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졌을 때 저는 이미 휴학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잘 대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질문에 문자 그대로 답하자면... 아니오, 못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경험한 바와 더불어 접한 일부 사례들을 통해 몇가지 추측은 해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꼭 뉴스타파를 필두로 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접하지 않았더라도 부실학실활동에 대한 초기경력연구자들이 처음 보이는 반응은 실망과 환멸일 것입니다.


자신을 연구자 혹은 '젊은 학문세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교수와 같이 연구와 학문을 업으로 삼는 삶을 상상할텐데요.

보통 그렇게 처음 학계에 발을 들일 때는 상당히 이상적인 학계 모습을 기대하게 됩니다. 일정기간 연구한 결과를 학술대회에 발표하고 같은 분야 연구자들과 함께 격의 없는 토론을 나누고, 그 결과를 다시 연구에 반영해서 학술지에 제출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 세부전공에서 대가가 되는 것을 꿈꾸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런 기대를 가진 초기경력연구자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부실학술활동*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면 일단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초기경력연구자는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존경할만한 연구자들도 부실학술활동을 보고도 묵인하거나 되려 동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자신이 있는 위치상 선택지는 회피 아니면 적응 두가지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연구재단을 필두로 '부실'이라는 수식어가 자리를 잡아가는 듯합니다. 저 역시 뉴스타파가 사용한 '가짜'나 Beall이 사용한 단어를 직역한 '약탈적' 보다 '부실'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기에 이 수식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중 회피를 선택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학계는 속된 말로 '노답'이니 (답이 없으니) 제대로 된 학술활동을 경험하기 위해 유학을 가거나 아예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을 것입니다. '제도권'을 벗어난 독립연구자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적응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부실학술활동이 만연한 것을 용인하되 신경쓰지 않고 '나는 내 할 것 하겠다'라는 태도를 가지기도 하고, 또는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부실학술활동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초기경력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실망과 환멸로 시작해서 회피와 적응으로 끝나고, 이것이 대를 이어 반복되는 현상이 제도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성인식 마냥 누구나 경험하는 과정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연구윤리, 내지는 해외에서 부르는 Good research (science) practice는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배우고 익히기보다 실제로 연구활동을 하면서 경험하고 지키게 되는 것인데 초기경력연구자가 보고 배워야 할 기성세대(?) 연구자들이 부실학술행위를 직접 하고 있거나 용인하고 있다면 그 역시 연구윤리를 매뉴얼로만 여기고 선배들이 하는 대로 하게 될 것입니다. 구구절절 길게 말씀드렸지만 결국 초기경력연구자가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단순히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에게 말로 지도하는 것이 아닌 작금의 학계에서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연구자가 되는지에 대한 넓은 범위의 교육입니다. 더 나아가 회피를 선택한 사람들은 떠나가고 적응을 선택한 사람들이 남는 우리나라 학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매우 부정적인 상상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기고한 글을 보면, 학빙여이건 학겸여이건 이런 사태가 누구의 책임이기 이전에 연구자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지적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 주장을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이건 어느 직업군에서나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만 (특히 전문직에서), 특정 직업군에 만연한 비리나 부정행위에 대한 글을 쓸 때 독자를 해당 직업군 종사자로 상정한다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자님께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는 세태에 대해 글을 쓰신다면 우선 반성을 요구하지 않을지요? '연구자 책임'을 강조한 데에는 첫번째로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글에도 언급했지만 적지 않은 연구자 내지는 연구자단체가 이른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지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연구자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한 또다른 이유는 이것이 단지 '일부 연구자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부실학술활동과 거기에 연루된 연구자들을 문제삼기 전에 이 사태 - 이는 그것이 학회나 대학, 연구재단 등을 통해서 드러나기 전 언론에 의해 드러났다는 사실도 포함합니다 - 를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어떻게 이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보았고, 학계의 주체인 연구자 개개인 모두 이 현상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진정으로 흔히 말하는 '구조적 문제', '조직적 문제', '제도적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자,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 '학문 자율성'이나 '연구 자율성' 보장을 외치면서 왜 이런 반학술적 활동은 자율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습니다.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부실학회를 비롯한 부실학술활동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여태 몰랐던 연구자는 자기자신에게 왜 몰랐는지를 물어야 하며, 모른 척했던 연구자는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두 질문은 모두 같은 대답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학계에서 자기규율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고한 글에서 학문공동체의 부재 내지는 붕괴라고 언급하기도 했지요.


제 주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기도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라도 연구자 개개인 혹은 일부 학회나 연구자 단체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상 상황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과총이 아무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연구재단이 아무리 지표를 설정하여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한들, 연구자 개개인이 같은 연구실이나 같은 학과의 다른 연구자가 부실학술활동을 한지 모르거나 모른 척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또한, 많이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하는 '평가 제도'에 있어서도 연구자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물론 신공공관리론에 입각한 정부 내지는 관료로부터 오는 압력이 아예 없지는 않겠으나, 평가 제도의 중심에는 여전히 연구자가 있습니다. 신규 교수나 연구원 임용 평가는 누가 하나요? 대학 업적 평가 제도는 누가 만드나요? 과제 평가는 누가 합니까? 학회나 학과 단위로라도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연구윤리도 확립할 수 있고 부당하다 생각하는 연구평가제도도 바꿀 수 있는 분들이 구조 탓, 시스템 탓만 하는 것을 보는 초기경력연구자들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된 학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학문공동체가 없는 학문, 연구공동체가 없는 연구를 하는 학자 내지는 연구자는 무의미한 점수만 쌓는 셈입니다. 이미 그런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연구자들이 '어쩔 수 없다'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아닌 '뭔가 해보자', 즉 학문공동체가 부재했으니 한번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연구자 책임을 묻는 주장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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